김정일 유서, “1년 내 김정은 최고직책에 올려 세운다”

▲ 최근 북한 김정일의 10.8 유훈이 국내 공개됐다. 김정일이 사망하기 두 달 전에 남긴 이 유서에는 "김정은을 1년 내 최고 직책에 올려 세우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평양=신화/뉴시스>

[일요서울|고동석 기자] 북한이 13일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맞는 태양절을 맞아 발사한 장거리 로켓 은하2호가  초라하게 서해 해상에 추락한 가운데, 평양에서 노동당과 군부를 아우르는 권력 최고의결기구인 제12기 최고인민회의가 소집됐다.

김정은은 최고인민회의에서  예상대로 김정일의 유훈에 따라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추대됐다. 이는 김정은이 헌법을 개정해 김정일을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내세우고 기존의 국방위원장직을 폐지하고 신설한 직위다.  

김정은은 지난 11일 노동당 제1비서에 오른 것과 동일하게 이번에도 역시 과거 김일성 사망 후 김정일이 헌법을 개정해 김일성을 ‘공화국의 영원한 주석’으로 내세운 선례를 따른 것. 

이날 최고인민회의 회의에서 채택된 헌법은 형식상으로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권위를 절대화하는 ‘김일성-김정일헌법’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김정은의 국가권력 장악을 뒷받침하는 ‘3대세습 독재를 완성한 헌법’인 셈이다.

그러나 북한은 김정은을 국방위원장에 올려 세우는 날, 강성대국을 알리는 축포의 의미로 장거리 로켓을 쏘아올렸지만, 8억 달러라는 막대한 돈을 불과 3분도 채 안돼 허공에 날리고, 국제적 망신을 당하는 꼴만 당했다.

김정은을 보좌하는 엘리트파워를 중심으로 한 수뇌부가 이미 계획된 대로 권력을 장악했겠지만 굶주림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의 반발은 국제사회의 식량 지원 중단과 추가 제재로 더 깊어질 전망이다.

김정일 '10.8 유훈'…"핵, 미사일, 생화학무기 충분히 보유해라"

이 와중에 김정일이 지난해 사망하기 두 달 전 남긴 것으로 알려진 ‘10·8 유훈의 일부가 공개됐다.

김정일의 유훈을 입수한 북한의 평양이과대학 준박사(한국의 석사) 출신 탈북자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의 이윤걸(44) 소장은 12일 한 세미나에서 북한 최고위층과 연락이 닿는 복수의 소식통을 통해 입수한 자료라고 밝혔다.

김정일은 자신의 유훈을 북한 내부와 대외 분야로 구분짓고 집행을 김경희(김정은의 고모)에게 맡겼다.

유언의 내용을 살펴보면 김정은을 1년 내 최고 직책에 올려세운다는 대목을 시작으로 당에선 김경희·장성택·최용해·김경옥, 군에선 김정각·이영호·김격식·김명국·현철해, 경제는 최영림과 김창룡·서원철·김영호가 김정은을 책임지고 보좌하도록 했다.

김정남(김정일의 장남)에 대해선 많이 배려해라. 그 애는 나쁜 애가 아니다. 그의 애로를 덜어주라김설송(김정일 장녀)을 정은의 방조자(협조자)로 밀어주라는 당부도 남겼다.

통치자금을 김정은에게 이관하라는 지시도 명시했다. “국내 삼천리금고와 2·16호 자금을 김정은에게 이관하고 해외 자금은 김정, 이철호와 합의해 김정은에게 이관하라는 것이다.

핵개발과 미사일 등 대외정책 방향으로는 선군사상을 끝까지 고수할 것국방에 소홀하면 대국의 노예가 된다고 지시했다. 

김정일은 또 , 장거리 미사일, 생화학무기를 끊임없이 발전시키고 충분히 보유하는 게 조선반도의 평화를 유지하는 길이라며 김정일은 미국과의 심리적 대결에서 반드시 이겨야 하고, 합법적인 핵보유국으로 당당히 올라 미국의 영향력 약화해야 한다고 유언했다.

이밖에도 국제사회의 제재 풀어 경제발전을 위한 대외적 조건을 마련해야 하고, 6자회담을 잘 이용해야 한다면서도 중국은 현재 우리와 가장 가깝지만 앞으로 가장 경계해야 할 국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김일성 가문에 의한 조국 통일이 종국적 목표임을 분명히 했다.

로켓발사 제재 이후 핵 위협 현실로 도래할 것

이 유언으로 볼 때 대북 전문가들은 대내적으로 김경희가 최근 당 서기에 올라 당 서열을 대폭 상향 조정한 것이 김정일의 유훈 집행자로서 장남 김정남을 비롯한 조카들과 친족 관리, 통치자금 관리책을 도맡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또 눈길을 끄는 유서의 대목 중에서 역사적으로 우리를 가장 힘들게 했던 나라가 바로 중국이고 중국은 현재 우리와 가장 가까운 국가지만 앞으로 가장 경계해야 할 국가로 될 수 있는 나라라고 명시한 부분이다.

이에 대해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중이 혈맹관계가 아니라 철저히 자국 이익에 따른 외교적 관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단서라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패와 관련해선 북한 지도부가 사실상 초상집 분위기가 된 상황에서 유엔안보리가 북한의 실패한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추진한다면, 북한은 이에 반발해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 수위를 높일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제재를 핑계로 제3차 핵실험을 강행할 것이 분명하다고 내다봤다.

정 연구위원은 만약 북한이 제3차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 소형화를 위한 기술 확보에 성공하면 한국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의 사정권 안에 들어있기 때문에 수도권에 대한 북한의 핵위협은 이제 현실적인 것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러한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이번 기회에 미 행정부를 반드시 설득해 한국의 미사일이 북한 전역을 사정권 하에 둘 수 있도록 사거리를 기존의 300km에서 800~1,000km로 연장하는데 합의하고 한미 미사일 지침을 개정해야 할 것이라며 북한이 제3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에는 북한의 핵위협에 대해 핵억지력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다시 한국에 들여오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kd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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