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생존이냐 새누리와 합당이냐

창당 4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자유선진당을 구하기 위해 이인제 의원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전면에 나섰다. 이회창, 심대평 전 대표가 물러나면서 당을 구할 사람은 ‘이인제’밖에 없다는 요구에 따라서다.

이번에 구성된 비대위가 이 위원장에게 당권을 넘겨주기 위한 절차라는 해석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는 상태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이번 총선에서 선진당은 5개 의석(지역구 3석, 비례 2석)을 얻는데 그쳤고, 정당득표율도 3.2%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으면서 군소정당으로 전락했다.

이 위원장이 선진당의 독자생존이냐, 보수대연합 차원의 새누리당과 합당이냐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져있는 모양새다.

선진당 독자생존

이인제 비대위원장은 지난 16일 취임 일성으로 5월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를 선출해 독자적인 행보로 정권을 창출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당장 이 위원장은 보수 이념의 색채를 더 짙게 하면서 당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지지기반을 넓히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은 “비대위는 작지만 강한 새로운 조직을 정비해서 5월 안에 전당대회 통해서 새로운 면모로 당을 일신하도록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며 “12월 대선에서 우리 당은 독자성을 가지고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이 전 대표에 대해 “국가적인 정치적 자산”이라며 “더 큰 차원에서 많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회창 대권-이인제 당권’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당을 일신하기 위해서는 대선 정국으로 빠르게 전환, 대선주자들이 당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되고 있다.

한편, 당 사무총장을 지낸 박상돈 의원은 지난 20일 열린 첫 비대위원회의에서 “당의 유력한 대권자산인 이 전 대표와 이 위원장의 대선 도전을 조속히 공론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2008년엔 이 전 대표가 대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로 당이 약진할 수 있었지만 이번엔 그렇지 못했다”면서 “당의 존립을 위해선 유력 대선후보를 부각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과 연대-합당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미니정당으로 몰락한 선진당을 자력으로 일으켜 세우기엔 역부족이란 의견이 지배적인 만큼 이인제 위원장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비대위원장이 대선과 관련해 “아직 8개월이나 남았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보면 이 시간은 엄청나게 긴 시간”이라며 “어떤 구도로 협력이 전개될지는 단정할 수 없지만 국민적 여망에 따라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독자적인 노선에서 상황에 따라 보수 대연합 모드로 바꿀 수 있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회창 전 대표도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보수가 한데 뭉쳐 다시 태어나야 한다”면서 “내가 지금 전면에 나서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보수의 토대를 만드는 데 밑거름이 되겠다”고 보수 대연합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또 군소정당의 몰락과 12월 대선이 보수-진보진영 후보의 양자구도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세(勢) 결집이 요구되고 있어 보수 연대가 불가피하다는 당 안팎의 압박도 이 위원장에게는 부담이다.

실제 새누리당이 19대 국회의 안정적인 운영과 12월 대선에서의 정권 재창출을 위해 선진당에 적극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새누리당은 김형태-문대성 당선자가 탈당, 과반 의석수가 무너지면서 그 대안으로 선진당과의 합당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18석의 의석으로 제1당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충남도의회등 지방의회 소속 의원들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이 위원장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해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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