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력 연예기획사 대표가 연예인 지망생을 상습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대표 장모(51)씨는 소속 아이돌 그룹 멤버들에게도 해당 여성들을 성폭행 하도록 지시한 뒤 폐쇄회로TV를 통해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엽기적 행각을 보였다고 한다.

장 씨는 지난 2008년부터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회사에서 연예인이 되고 싶어 찾아온 연예인 지망생들을 일주일에 한번 이상 상습적으로 성폭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드러난 피해자만 10수명에 이르고, 그 가운데는 10대 청소년과 신인 여배우도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문제 기획사를 압수수색하면서 CCTV영상 및 최음제와 성인용품 기구 등을 확보했다.

피해 여성들은 경찰에서 장 씨가 평소 조폭출신으로 말하고, 연예계 인맥이 막강한 것으로 행세해 신고를 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충격’이외 다른 말이 어렵다. 아직 고 장자연 성상납사건과 10대 글래머모델 최은정 성추행 사건 등이 사람들 뇌리에 선명한 상황에서 터진 이번 연예기획사 사태는 ‘연예인을 죽이는 연예매니지먼트’라는 우리 연예산업의 한계를 여실히 보였다.

소속 연예인을 상대로한 기획사와 매니저들의 폭력과 협박, 금품갈취에 성폭행까지의 범죄는 상당부분이 독점적인 연예매니지먼트 구조에 기인된다. 한류열풍 등의 영향으로 근래 연예매니지먼트 산업이 급성장했으나 이를 뒷받침할 전문성은 미천하기 그지없는 형편이다. 특히 연예매니지먼트사 설립 기준이 신고제라는 점이 문제다.

전문성과 상관없이 아무나 매니지먼트 사업을 할 수 있는 맹점이 최근 사태를 자초한 면이 강하다. 허가제인 미국의 경우 연예인 개인을 담당하는 매니저와 수익사업을 기획하는 에이전시 분야 등으로 철저히 구분 돼있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로 리허설 전담 매니저를 따로 두기까지 한다. 계속되는 연예인과 소속사 간의 불미스러운 사건은 이런 전문성 결여에 반드시 원인이 있다.

또 인간을 지나치게 상품화 하는 세태가 정말 큰일이다. 몇 년 전 대만의 한 TV방송은 “한국 여자 연예인들은 성상납을 강요받는 게 보편적이고 회사 측에서 성상납에 대한 압박과 부담을 주고 성형수술을 강요한다”며 한국연예인 자살까지 언급했다. 이에 관한 과거 군사정권 때부터 숱하게 나돌았던 여자 연예인들의 성적 수난사는 공공연한 일이다.

이번 장 모씨 사건은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범람 후 연예인을 꿈꾸는 청소년들이 급증하면서 빚어진 빛과 그림자의 단면이다. 사건 터질 때마다 정치권은 ‘고 장자연 법’을 들먹였고 ‘연예기획사 등록제’를 하자고 했다. 사후 약방문이라도 좋고 소 잃고 외양간을 고쳐도 좋다.

2009년과 2010년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나경원 전 한나라당의원에 의해 발의돼 국회 상임위에 늘어지게 잠을 자고 있는 대중문화예술산업진흥법이 18대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를 목전에 뒀다. 19대 국회에서 즉시 새로 발의해서 처리하기를 손 모아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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