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서거 3주기 전후로 입장 정리할듯

▲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사진=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ㅣ홍준철 정찬대 기자] 대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의 대권 기류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고 있다. 이해찬 전 총리와 박지원 최고위원이 정치적으로 연대함으로써 당내 대권후보 경선에서 친노(친노무현) 진영 후보가 힘을 받을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유력 주자로 지목되는 문재인 상임고문이 대선 불출마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문 고문은 자신의 대권 출마와 관련 친인척 인사들과 의견을 주고 받으며 ‘불출마 선언’쪽으로 입장을 정리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시기적으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3주기(5월 23일) 전후로 대권 행보에 대한 이같은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통합당이 6월 말에서 7월 경 대선 후보 경선을 치를 것으로 보이면서 각 진영에서는 외곽조직을 정비하는 등 대선캠프 꾸리기가 한창이다. 아울러 대권을 향한 당내 유력 후보 간 신경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 민주통합당 유력 대권후보로는 문재인 상임고문과 김두관 경남지사 그리고 손학규, 정세균 전 대표, 정동영 상임고문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이중 문재인 김두관 손학규 세 사람의 ‘3파전’이 예고되고 있다.

문재인, ‘대선 불출마’ 선언하나

특히 문 고문과 김 지사는 친노계 후보라는 점에서 후보 경선을 앞두고 두 사람의 사전 조율이나 단일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고문의 대선 불출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26일 [일요서울] 취재결과 문 고문이 현재 가족들과 함께 대선출마와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불출마 쪽으로 입장이 기울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문 고문의 친인척을 만난 지인은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총선이 끝난 직후 가족들이 모인자리에서 대권 출마에 대해 물었는데 문 고문이 대선 불출마로 입장이 정리되고 있다는 말을 했다”며 “문 고문이 정치를 하지 않겠다던 기존의 입장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족들은 TV 프로그램인 힐링캠프에 출연하면서 지지율이 급상승했고, 이로 인해 문 고문이 대권에 대한 생각을 함께 가졌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부산에서 바람을 일으키지 못했고, 또한 당 안팎에서도 친노 일색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불출마를 깊게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인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3주기에 문 고문이 이런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며 “다만, 노 전 대통령 서거가 문 고문의 발언으로 묻힐 수 있는 만큼 이날은 자신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정도로만 발언하고 이후에 불출마에 대한 정확한 입장을 밝히기로 가족들과 방향을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 고문의 최측근인 양정철 ‘노무현재단’ 상임운영위원도 26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5월 23일 3주기가 일종의 탈상이기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을 모셨던 사람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다”며 “문 고문이 그 행사까지 책임 있게 마치고 이사장직을 사퇴한 후 (대권 출마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문 이사장의 출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아직 가족 간의 논의일 뿐 확정된 바가 없고, 측근과의 논의도 남아있다. 또한 입장 발표까지 아직 시간이 있다는 점에서 불출마 입장을 선회할 가능성도 있다. 양정철 위원은 “야권의 대선주자로 문재인 이사장이 선택을 받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김두관 지사, 안철수 원장 등이 경선에 뛰어들어 좋은 드라마를 만들어 나가는 것도 반갑고 환영한다”며 문 고문의 대선 출마를 기대했다.

노무현 그림자-PK패배-지지율 하락 등 ‘악재’

문 고문이 가족들과 함께 불출마를 깊게 고민하는 것은 자신을 둘러싼 여러 악재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기자와 통화한 친인척의 지인은 부산패배와 지지율 하락 그리고 안철수 출마가 기정사실화 된 것 등을 불출마 이유로 들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랜 죽마고우이자 비서실장 출신인 문 고문은 ‘노무현의 그림자’가 꼬리표처럼 붙어 다닌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이미지는 불출마 입장으로 정리하는 데 한 몫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친노 이미지는 현 정권과의 차별성을 꾀한다는 점에서 필요조건이기는 하나 대선 승리를 위한 충분조건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친노색이 짙다는 점은 대선에서 마이너스로 작용될 수 있다.

더욱이 민주통합당이 총선 공천 과정에서 보여준 ‘친노일색’은 대선정국에서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는 소지를 제공했고, 국민적 거부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단초를 제공했다. 그런 점에서 친노색이 짙은 문 고문은 여러 모로 불리한 위치에 있다.

문 고문인 지난 24일 ‘노무현재단’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 개인적으로 노무현 대통령과는 다르다고 본다”며 “제가 노 대통령보다 더 능력이 있다는 건 아니지만, 우리진영 전체의 역량이 더 커지고 강해졌기 때문에 과거 참여정부보다 잘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친노 색채를 탈피하기 위한 시도라고 분석했다.

문 고문은 ‘탈 노무현’ 대신 ‘포스트 노무현’을 선택했다. 그러나 올해 치러지는 대선에서는 ‘비욘드(뛰어넘어) 노무현’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각인된 문 고문은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셈이다.

문 고문은 총선 과정에서 PK(부산경남)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노풍’을 넘어 ‘문풍’을 몰고 왔다. 그러나 문 고문을 중심으로 한 ‘낙동강 벨트’의 위력은 당초 예상과 달리 ‘찻잔 속 미풍’에 그쳤고, 이 지역에서 3선 고지를 달성한 조경태 현역의원을 제외하고 문 고문 혼자만이 당선되는 비교적 초라한 성적표를 받으면서 ‘문재인 대세론’이 한풀 꺾였다.

PK에서 큰 승리를 가져왔다면 그는 친노세력을 중심으로 이 지역을 대선의 전초기지로 활용했을 것이다. 호남의 구민주계와 영남의 친노가 대선을 앞두고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었지만, 이러한 구상이 깨지면서 2개의 금배지를 가져오는 것에 만족해야만 했다.

민주통합당 내 유력 대권후보 가운데 문 고문의 지지율은 하향 추세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1, 2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문 고문은 이들과 다소 격차를 보이며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박근혜-안철수-문재인은 대권 3파전을 형성하며 박빙을 보였지만 총선 이후 문 고문의 지지율은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겨레신문’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지난 21일 대선다자구도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40.6%, 안철수 원장은 23.8%, 문재인 고문은 11.1%로 각각 나타났다. 3월 정기조사와 비교할 때 안 원장과 박 비대위원장은 각각 6.6%p와 4.4%p 상승한 반면, 문 고문은 5.2%p 하락했다.

지난 23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4월 셋째 주 차기 대선 다자구도 대결에서도 박 위원장은 전주보다 3%p 오른 39%의 지지율을 보였으며, 안원장은 2%p 상승한 25%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문 고문은 2%p 내려간 11%의 지지율을 보였다. 그는 지난 2주간 4%p 하락세를 보였다.

문재인측 “가능성 있지만 내부 논의는 없다” 일축

또한 ‘이해찬-박지원 연대’와 관련해 이 전 총리와 함께 문 고문 역시 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고 자신이 대권 후보가 됐을 경우 자칫 ‘구태’라는 국민적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라는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결국 대선에서 불출마하기 때문에 이 역시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해찬 전 총리의 핵심측근은 지난 26일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호남의 민주세력과 영남의 친노 진영이 힙을 합했다”고 강조한 뒤 “영남에서는 문재인 고문의 출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아울러 김두관 지사도 마찬가지다”며 “경쟁구도를 통해 판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어느 한쪽의 후보를 위한 ‘원내대표-당대표’ 연대는 있을 수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한편 문재인 고문의 핵심참모는 이날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문 고문의 불출마 논의에 대해 “세상일은 모르는 것 아니냐”며 “불출마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전적으로 나의 사견일 뿐 이에 대해 참모진 사이에선 어떤 논의도 없는 상태”라고 일축했다. 노무현재단 측은 문 고문의 불출마와 관련해 “출마도 안했는데 무슨 불출마냐”고 반문한 뒤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일요서울>은 문 고문과 직접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질 않았다. 이에 휴대폰 문자로 ‘불출마 관련’ 입장을 문의했지만 ‘아니다’, ‘맞다’는 어떠한 반응도 보내오지 않아  의구심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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