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혀지지 않은 또 다른 진실 더 있나

[일요서울|최은서 기자] 수원에서 20대 여성이 토막 난 채 살해당한 사건은 경찰의 안이한 대처와 사건 자체가 보여주는 잔혹함으로 인해 국민적 분노와 충격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범행 수법이나 잔혹성 등을 고려했을 때 초범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 여죄가 더 있을 가능성이 크다. 오원춘의 범행은 성에 대한 집착을 보이고 사체를 훼손했다는 점에서 희대의 연쇄살인범인 유영철·정남규·강호순과 공통적 특징을 보인다. 계획적 범행과 엽기적이고 잔인한 범행수법, 범행 후에도 태연한 모습, 5년간 여러 지역을 전전해온 점 등으로 미뤄 오원춘이 이번 사건 외에 여죄가 있을 가능성에 모두의 시선이 쏠려있다.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남아있는 오원춘 사건을 추적해봤다.

▲ 엽기적인 수원 살인사건의 살인범 오원춘(42)이 지난달 10일 오전 경기 수원 남부경찰서를 나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오원춘은 피해 여성을 둔기로 내리치고 목 졸라 살인했다. 오씨는 피해여성이 사망하자 흉기로 사체를 심하게 훼손했다. 오원춘의 잔인함은 강력사건 현장을 숱하게 뛰어다녔던 형사들과 범죄 심리 전문가들도 경악할 정도로 끔찍했다. 경찰관계자는 “마치 도축하듯 (부엌칼) 칼날이 무뎌지면 갈아가며 시신을 훼손했다”며 오원춘 범행의 잔혹함을 전했다.

오원춘은 희대의 연쇄살인범인가

일반적으로 범행은 반복될수록 학습되고 대담·잔혹하게 진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살인의 경우 범행도구는 찌르는 흉기에서 스패너 등 둔기로 바뀌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중상만 입히는 칼 대신 인간에 대한 증오심을 더 표출시킬 수 있는 둔기로 바뀌는 경향을 보이는 것. 범행 수법이 대담해지기 시작하면서 내면에 잠재된 분노를 사체훼손을 통해 표출하기 시작한다. 범행 수법 자체가 살인에서 사체훼손으로 점점 더 대담해지고 진화해가는 것이다.

오원춘의 경우 피해여성을 둔기로 때리고 목 졸라 살해한 후 사체를 무려 280조각으로 토막 내 14개의 비닐봉지에 나눠담았다. 국과수 관계자는 “오원춘이 피해여성의 온몸을 처참하게 난도질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지금까지의 살인범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사체가 심하게 훼손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오원춘은 사체은닉을 위한 훼손보다는 사체 훼손을 통한 욕구 분출일 가능성이 높다. 신고를 한 것을 알고도 같은 자리에 있었고 경찰에 저항을 하지도 않았으며 사체를 버리거나 숨기지도 않았기 때문"이라며 사체를 훼손하거나 사체에 묘한 호기심을 가진 정신질환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오원춘 사건의 범행수법과 잔혹성·엽기성을 감안할 때 여죄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도 “범행수법 자체가 잔혹하고 치밀해 초범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오원춘의 여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특히 오원춘의 잔인하고 엽기적인 범행수법이 드러나면서 ‘연쇄살인’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교수는 “성에 집착하고 사체를 훼손했다는 점에서 유영철·정남규·강호순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며 “오원춘의 범행은 우발적이 아닌 계획적인데다 전국을 떠돌아다니며 생활한 점으로 미뤄 연쇄살인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표 교수도 “연쇄살인일 가능성은 충분히 있으며 의도적 행동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오원춘이 ‘연쇄살인범’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전문가들은 오원춘의 범행은 신속하고 치밀했다는 점으로 미뤄 여죄가 있어도 증거를 남기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오원춘은 거제도와 화성, 용인, 부산, 제주, 경남, 함안, 수원 등으로 옮겨 다니는 등 국내 행적이 추적이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다는 점과 경찰 수사력에 구멍이 뚫렸다는 점도 여죄 확인 가능성을 낮게 만들고 있다. 경찰 수사에 이어 검찰 수사에서도 여죄는 확인되지 않아 오원춘의 여죄는 미궁에 빠진 상태다. 검찰은 유전자감식에서 여죄 단서를 발견하지 못하면 사실상 여죄 수사가 어렵다고 지난 26일 밝혔다.

일각에서는 오원춘이 피해여성이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보고도 같은 자리에서 범행을 지속한 점을 들어 한국 경찰 공권력의 허술함을 경험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사건으로 경찰의 초동대처 미흡과 허술한 대응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 교수는 “한국에서 오래 거주해 경찰 공권력에 대한 경험을 했을 수 있다. 오원춘이 거주한 지역이 재개발지구로 치안이 좋지 않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을 수 있다”며 “(살인을 저지르고 사체를 심하게 훼손해)이미 돌아 나오지 못할 곳으로 갔다고 판단해 계속 같은 자리에서 범행을 지속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표 교수는 “경찰 불신이나 경험지수 때문이 아니라 그 상황 자체를 오원춘이 이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신고가 이뤄졌는지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 신고가 이뤄진 것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본인이 한국에서 경찰 수사를 받아본 경험이 없어 상황 예측을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제 2,3의 오원춘 더 있다?

오원춘 사건을 비롯해 국내 거주 조선족 등 외국인에 의한 강력 범죄가 잇따르면서 ‘외국인·불체자가 범죄의 온상’이라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외국인 범죄의 경우 용의자가 범행 직후 현장을 벗어나면 경찰이 현장 지문을 채취·조회하는 사이 제 3국으로 달아나 수사망을 유유히 빠져나갈 수도 있다. 또 현행법상 외국인 지문정보는 법무부가 갖고 있어 사건 현장에서 지문을 발견해도 법무부 출입국관리사에 지문 감식을 일일이 의뢰해야 해 수사 장기화로 이어지곤 한다. 또 외국인 범죄자가 신원을 바꿔 재입국을 할 경우 조회가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점으로 미뤄 봤을 때 드러나지 않은 제 2, 3의 오원춘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국인에 대해 배타적인 성향을 보이는데, 특히 조선족에 대해 경시하는 성향이 있다”며 “그에 따른 조선족의 한국인에 대한 증오심으로 인한 충돌 등이 ‘트리거링(triggering·방아쇠) 효과’로 이어져 살인 등의 범죄가 될 가능성이 충분히 많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외국인 범죄 특히 불체자 범죄는 현장검거를 하지 못하면 해결하기 어렵다. 불체자는 행적조차 알 수 없고, 지문 등 증거가 남아도 누구 것인지 알 수 없다”며 “사실상 합법적으로 규제하고 있는 외국인도 관리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고, 지문 날인도 다 이뤄지지 않고 있다. 외국인 범죄의 경우 미제사건이 많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끝으로 “한국은 비교적 출입국이 편한 나라 중 하나다. 국내 거주 외국인이 150만 명이 이르고 있고, 코리아 드림을 꿈꾸는 외국인들이 한국으로 건너오면서 급격하게 외국인이 증가하고 있다”며 “미국의 경우처럼 홍채 대조 장치를 도입하고, 외국인의 국내 실거주지 파악, 범죄 발생 시 국제 공조 등의 제도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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