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가 가족들이 상속재산과 관련해 일으키는 소동이 충격적이다. 소송 액수가 1조 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형제간 오가는 설전이 세상 보기 민망하다. 나이 들어 늙어가는 부모가 가장 바라는 바가 무엇일까, 슬하 형제간의 우애가 아닐까, 우리사회 재벌가에서 빚어졌고, 빚어지고 있는, 또 소문 안 나게 빚어지고 있을 형제들 재산싸움은 우리에게 한가지 분명한 교훈을 안긴다. 부모 죽고 난 뒤 형제 우애를 바라면 절대로 많은 유산을 남기지 말라는 것이다. 석유재벌 록펠러는 아들에게 돈을 상속해 준 것이 아니라 자선가의 삶과 정신을 유산으로 상속해 줬다.

록펠러 자신이 실천하는 자선가로서의 삶을 살았고 자녀들은 그를 본받아 아버지의 돈을 개인적으로 탐내지 않고 유지를 실천하고 있다. 록펠러재단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선재단이 된 데는 이런 아버지 존 록펠러의 기업가 정신이 근본이 됐다. 록펠러재단은 설립이후 천문학적인 자금을 전 세계 수천명 수혜자에게 제공했으며 1만 명이 훨씬 넘는 록펠러재단 특별연구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국민들의 희망이 되는 이런 기업가가 현실에 없다. 이윤의 사회 환원은 고사하고 집안끼리 추악한 재산싸움이나 안 벌였으면 싶으다. 돈과 경제에 관한한 어떤 수식어를 달아도 부족할 삼성그룹이다. 그런 삼성가가 형제간에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본인들도 자식들을 둔 아버지다. 아버지 입장에서 자식들끼리 재산싸움으로 원수처럼 되는 꼴을 죽어서도 보고 싶을 리 없다.

죽고 나서 내가 내려놓은 돈과 절대권력 때문에 자식들끼리 원수사이가 돼버리면 곧 무덤속의 파산을 의미하는 것이다. 2005년 일어났던 두산그룹 형제의 난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둘째 박용오 회장이 2009년 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지경까지 갔다. 경영난을 겪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형제 갈등으로 금호아시아나와 금호석유화학으로 쪼개졌다.

그러고 보면 큰아들이 그룹을 물려받지 못한 경우 꼭 재산분쟁이 일어난 셈이다. 결국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고 1인 총수를 중심으로 기업이 움직였기 때문에 돈과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것이다. 혈의 전쟁으로 불린 현대가의 경영권 분쟁은 지금까지도 정통성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으르렁거린다. 고 정주영 현대가 창업주의 8형제 아들들이 벌인 형제의 난은 아귀다툼을 방불케 했다.

형제가 따로 부모 제사를 지내는 재벌가가 한 둘이 아니라고 한다. 이런 집안에 4촌들끼리 촌수 따질 일은 꿈에도 없는 것이다. 국가 개발 정책에 힘입어 재벌 창업에 성공한 한국 재벌 1세들 가졌던 모든 것 다 내려놓고 마지막 꾸며준 묘역에 잠들어 있다. 지금 그 자식들 하는 양을 보노라면 무덤 속의 파산을 통감할 것 같다.

이 땅 재벌가의 양심도 예의도 모르는 추악한 욕심은 먹고 살기 위해 바동거리는 골목 장사까지 대형화로 휩쓸어 가는 판국이다. 그렇게 끌어 모아 봤자 일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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