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묘년, 한파보다 매서운 7풍이 몰아친다”

2011년 신묘년은 대형 선거나 정치 일정이 없는 해다. 하지만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해로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한해다. 정치인들의 경우 신묘(辛卯)년인 올해를 ‘신묘(神妙)’하게 보내야 내년에 그 보상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정치권에 영향을 줄 시한폭탄 같은 사안들도 곳곳에 널려 있다. ‘천안함 사태’, ‘연평도 포격’으로 인한 남북 관계, 대통령까지 나선 개헌, 끊이질 않는 검찰의 사정정국, 박근혜 대세론과 맞물려 있는 이명박 대통령 레임덕, 올 연말부터 시작되는 국회의원 공천전쟁, 대한민국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줄 한미FTA 체결까지 한반도를 뒤흔들 전망이다. 바야흐로 한겨울 한파보다 매서운 현안으로 인해 정국은 재차 급랭할 공산이 높다.


[1] 보수·진보 양날의 칼
‘북풍’

지난해 천안함 사태에 이어 터진 연평도 포격으로 인해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북측은 연평도 포격이후 남측이 대대적인 군사훈련과 포격훈련을 가하자 2차 도발을 공언하기도 한 상황이다. 자칫 북측이 우리나라 국토에 포격을 가할 경우 국지전마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의 긴장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역대 정권에선 남북관계가 악화되면 보수진영이 결집한다는 속성에 따라 ‘북풍’이 단골 메뉴처럼 선거전에 터졌다.

하지만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보면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돼 ‘대북 무력대치론’의 보수진영이나 ‘남북 대화론’의 진보 진영 모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지전 발생은 곧 국민의 생명 및 재산과 직결돼 있고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신년 연설에서 ‘올해는 남북관계의 중요한 한 해’라고 밝힌 배경이다.

또한 두 번의 남북대치로 인해 한반도가 분단국가라는 인식이 폭넓게 퍼지면서 국가 지도자를 꿈꾸는 인사들의 위기관리 능력이 중요시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의 경우 ‘벙커’에 들어가 대책회의를 가지면서 국민들로부터 냉담한 반응을 얻기도 했다. 차기 대권에 유리한 위치에 서 있는 박근혜 전 대표 역시 여성이라는 점과 명확하게 검증되지 않은 리더십으로 인해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을 시작으로 금년에는 남북대화의 분위기도 강해질 전망이다. 남북 관계가 급진전 될 경우 정치권의 계산법도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2] 대통령까지 군불 때는
‘개헌풍’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지도부 비공개 회동 자리에서 개헌을 언급해 개헌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당이 주도적으로 개헌을 논의해 달라’고 주문을 했다는 것이다. 통상 역대 정권은 개헌논의를 집권 후반기에 꺼내 정국주도권을 잡기 위한 다목적 카드로 활용했다. 이 대통령 역시 집권 4년차에 접어들면서 개헌 추진을 요구했다. ‘개헌 전도사’를 자청한 인사는 안상수 당 대표와 이재오 특임장관. 무엇보다 개헌의 핵심이 권력구조 개편이라는 점에서 차기 대선주자들의 이해관계와 얽혀 있고 선거구제 개편과 맞물려 국회의원, 단체장, 기초의원 등도 무관치 않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화두다. 특히 박근혜 전 대표는 ‘4년 중임제’를 선호하고 있는 반면 친이계는 ‘분권형 대통령제’, 여당내 소장파, ‘민생’을 강조하며 부정적이고 민주당 역시 ‘정략적’으로 보고 있어 국회의원 3분의2가 찬성해야 한다는 점에서 불투명하다.


[3] 끝나지 않는 사정 정국
‘검풍’

청목회로 시작된 검찰의 사정정국은 최근 ‘유상봉 게이트’까지 계속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에서 벌이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인 임천공업 비리 수사와 관련 ‘대통령의 친구’인 천신일 세중나모회장을 소환조사했다. 은행대출이나 세무조사 무마 댓가로 40여억 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천 회장은 현재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권 실세 A 의원의 연루 의혹이 일기도 했다.

대검에선 임병석 C&그룹 회장을 구속했다. 김대중, 노무현 전 정권시절 승승장구했다는 점에서 구여권 인사 다수가 언급됐다.

북부지검에서 진행하고 있는 청원경찰 입법로비 수사는 관련 의원들의 소환조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청목회와 유사한 정치후원금 사건으로 대전지검에서 벌이고 있는 신용협동조합 후원금 수사 역시 정치인 6~7명이 언급되면서 관련 정가를 긴장케 만들었다. 무엇보다 ‘함바 아저씨’로 알려진 유상봉 회장이 함바 운영권을 받기위해 벌인 정관계 로비를 수사 중인 동부지검은 칼날을 정치권으로 향해놓고 있다.

만일 여기에 역대 대통령의 임기말 터지곤 했던 ‘측근·친인척 게이트’까지 겹칠 경우 정국은 한바탕 요동을 칠 공산이 높다.


[4] 살생부몰고 올
‘공천풍’

올 10월부터 시작될 여야 공천을 둘러싼 갈등은 정국을 한껏 달굴 전망이다. 특히 이번 공천은 차기 대권에 까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누구도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다.

집권 여당의 경우 친이, 친박로 나뉘어진데다 지난 총선에서 계파간 ‘공천 전쟁’의 후유증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당시 ‘공천 살생부’가 횡횡하면서 친박 의원들이 대거 무소속으로 나가 기사회생한 바 있다.

또한 오는 4월 재보선의 결과에 따라 여야 대표가 바뀔 공산이 높다는 점에서 차기 당 대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당의 경우 친이, 친박 누가 당 대표가 되느냐에 따라 줄을 선 국회의원들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특히 박 전 대표와 이재오 특임장관이 전면 대결을 벌일 경우 한나라당이 재차 분당설이 휩싸일 공산이 크다. 야권 역시 손학규, 정동영, 정세균으로 나뉘어 공천을 나눠 먹기할 공산이 높다. 여기에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시민사회단체 후보 등 범야권 단일화 후보 작업까지 공천을 둘러싼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5] ‘박풍’의 진로에 초긴장하는 정치권

박근혜 대세론 또한 신묘년 최대 화두가 될 공산이다. 신년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는 2위 그룹과 30%P 이상 벌리면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과거 ‘이회창 대세론’이 일었음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노무현 두 후보에게 패한 경험으로 인해 언제까지 지속될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아울러 친이계 잠룡으로 구분되는 오세훈, 김문수, 홍준표, 이재오, 정몽준 등 후보간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그 파급력은 예상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박 전 대표로선 이명박 대통령과 관계 설정이 초미의 관심사다. ‘박근혜는 좋은데 이명박은 싫다’는 임기말 대통령에 대한 민심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6] 살아 있는 권력 ‘이풍’도 무시 못한다

한편 박 전 대표의 ‘대세론’이 지속될 경우 현재 권력인 이 대통령의 당내외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곧 급속한 ‘레임덕’에 빠지는 것으로 청와대로선 원치 않는 시나리오다. 과거 이회창 대세론 때에도 이 총재가 김영삼 전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 급기야 ‘대통령 탈당’으로 이어졌던 경험이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 대통령으로선 ‘레임덕’과 ‘탈당’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면하기 위해 현재권력과 타협을 하든지 아니면 친이계 후보를 적극 지원해 퇴임 후 안전판 확보에 나설 수 있다. 이 대통령으로선 박풍에 맞설 것인지 아니면 흡수될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한해가 되는 셈이다.


[7] ‘한미풍’, 한미FTA 비준 여야 격돌

올 상반기에는 한미 FTA 정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북한의 연평도 도발 직후 타결된 한미FTA 재협상안을 놓고, 여권은 신속히 비준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야권은 굴욕협상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 22명은 차기 총선 불출마를 걸고 물리적 의사진행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만큼 여당 단독의 강행처리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한나라당 소속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도 외통위에서 강행 처리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상황으로 여야간 비준안을 둘러싼 공방에다 여여간 갈등까지 겹쳐 있는 상황이다.

비준안 처리 방식은 7월이나 9월 정기국회로 연기될 공산이 높고 미국 의회의 비준과 맞물려 여권이 물리력을 동원해 시급히 처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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