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영업 도덕적 해이 심각, 금융권 전반 '전전긍긍'

▲ 영업정지 조치 저축은행 4곳에 대해 검찰이 압수수색을 실시한 가운데 7일 오전 서울 을지로 한국상호저축은행에서 분주한 모습을 보이는 검찰 관계자 <사진자료 = 뉴시스>

[일요서울 | 유수정 기자] 검찰이 7일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4곳에 대해 불법 대출과 횡령, 배임 혐의를 규명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이번 압수수색 대상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솔로몬저축은행 본점을 포함해 4개 저축은행 본점과 서울시내 주요 지점 등 총 30여곳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6일 오전 6시부터 솔로몬·미래·한국·한주 등 4개 저축은행의 영업을 정지시켰다.

금융위는 이날 오전 3시 30분께 임시회의를 개최해 지난해 9월 적기시정조치 유예 조치를 취했던 상호저축은행 6곳 중 4곳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했다.

이들 해당 저축은행은 6개월간 영업정지와 함께 임원 집무집행 정지, 관리인 선임, 45일 이내 유상증자를 통한 BIS 자기자본비율 5% 이상 달성 등 경영개선을 지적 받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영업이 중지된 이들 4곳 가운데 한국·미래·한주 등 3개 저축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1% 미만이고, 솔로몬 저축은행은 부채가 자산을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당국은 해당 은행들이 45일 이내에 정상화 성과가 없을 경우 제3자 매각 또는 예금보험공사 소유의 가교 저축은행으로 계약이전 등을 추진함으로써 조기에 영업을 재개해 예금자 불편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금융당국은 금감원 검사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드러난 대주주와 경영진에게 금융감독법규를 적용해 제재하는 한편 검찰 고발 등 법적제재도 가할 예정이다.

예금보험공사는 “부실책임 조사를 조기에 시작해 불법 행위자의 숨긴 재산을 적극적으로 환수할 것”이며 “부실책임자에게는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을 제기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로 지난해 7월 이후 계속해온 85개 저축은행 일괄 경영진단에 의한 구조조정이 사실상 마무리됐다고 판단하고 저축은행 건전성 감독 및 경쟁력 강화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적기시정조치 유예 조치를 받은 6개 저축은행 중 살아남은 1곳은 경영개선계획 이행을 완료해 경영정상화 목표를 달성했고 다른 1곳은 대주주 유상증자, 외자 유치, 계열사 매각 등 조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그간 누적된 상호저축은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상반기 부산저축은행 등 9곳을 정리하고 하반기에는 대상저축은행 등 7곳을 퇴출한 바 있다. 

‘영업정지’ 미래저축銀 회장 밀항혐의 검거

금융당국이 영업 정지한 미래저축은행의 김찬경(55) 회장이 회삿돈 200여억 원을 횡령한 뒤 중국으로 밀항을 시도하려다 해경에 덜미를 붙잡혔다.

해양경찰청은 김 회장이 회삿돈 203억원을 빼돌린 뒤 지난 3일 오후 9시께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궁평항 선착장에서 선박을 이용해 중국으로 밀항하려던 김찬경 회장과 밀항 알선책 3명, 방조자 1명 등 5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해경은 지난 5일 오후 김 회장 일행의 신병을 부실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맡고 있는 대검 중수부의 저축은행 합동비리수사단에 넘기는 한편 밀항을 알선한 혐의(밀항단속법 위반)로 이모(53)씨 등 4명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앞서 합동비리수사단은 김 회장을 포함해 영업정지 대상으로 거론된 저축은행 주요 관련자들에 대해 모두 출국 금지를 내린 상태다.

해경은 지난해 12월 부실 문제로 수사를 받게 된 저축은행 고위급 관계자가 밀항을 계획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알선책 등의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통해 어선 선실에 숨어있던 김 회장 일행을 검거했다.

김 회장은 검거 당시 현금과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당일 오전 우리은행에 예치된 미래저축은행 예금 중 현금 130억 원과 수표 70억 원을 인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 관계자는 “이들은 어선을 이용해 공해상으로 나간 뒤 화물선으로 갈아타 중국으로 도피하려 했다”며 “김 회장이 금융당국의 영업정지 조치와 사법당국의 수사에 대한 심적 부담을 느껴 중국으로 도피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 회장의 공금횡령에 대해 구체적인 상황을 조사하고 있으며, 영업 정지된 다른 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들의 횡령여부와 퇴출저지 등의 명목으로 정관계에 광범위한 로비를 벌였는지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김 회장은 금융당국으로부터 5일 오전 열릴 저축은행 경영평가위원회에 참석할 것을 요청받은 상태였다.

 

▲ 저축은행 관련 브리핑 중인 주재성 금융감독원 부원장 <사진자료 = 뉴시스>

 저축은행 영업정지… 예금자 보호 어떻게?

저축은행 영업이 정지돼도 원금과 이자를 합쳐 5천만 원 이하 예금을 보유한 고객은 전액 보호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오는 10일부터 2개월간 예금자 불편을 최소화하고자 4천 500만 원 한도의 가지급금 및 예금담보대출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지급 기관은 해당 저축은행 인근 농협·기업·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총 6개 은행 약 300여개 지점이다.

가지급금은 5천만 원 이하 예금자에게 최고 2천만 원 까지, 초과 예금자에게는 원금의 40%까지 지급 할 예정이다. 예금담보 대출 한도는 가지급금을 포함해 4천 500만 원 이다.

보호 대상이 아닌 5천만 원 이상 예금자나 후순위채권 투자자는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나 과거보다 액수는 많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정부는 5천만 원 초과 예금자에게는 파산배당 극대화 및 개산지급금 형태의 파산배당금 신속 지급 등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 할 방침이다.

또 불완전판매 탓인 후순위채권 피해자에게는 금융감독원에서 피해를 신청 받아 분쟁조정 등으로 구제하고 소송도 지원할 계획이다.

한편, 영업이 정지된 4곳의 초과 예금액은 121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2천 573억 원, 하반기 1천 468 원에 비해 급감한 액수를 보인다. 이는 금융당국이 예금자 일제 진단을 해오며 홍보를 강화한 덕에 상당수 고객이 예금액을 줄인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 또 부실 영업정지 사태… 왜?

지난해 1월부터 시작된 저축은행 구조조정으로 업계 1위인 솔로몬을 비롯해 총 20개 저축은행이 영업 정지를 당한 가운데 3차 저축은행 영업정지 역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문제와 자기자본이 잠식될 정도의 영업부실이 화근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솔로몬저축은행과 한국저축은행은 부동산 PF 대출로 몸집을 키웠다가 ‘부메랑 폭탄’을 맞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였다.

솔로몬저축은행의 PF 대출 3270억 원 중 지난해 말 정상으로 분류된 것은 고작 810억 원에 불과했으며 제때 이자를 받지 못한 PF 대출은 36%에 이르렀다. 한국저축은행 역시 1825억 원의 PF 대출 가운데 531억 원만 정상 채권으로 분류됐다.

부동산 시행사에 PF로 돈을 빌려줄 경우 연 10% 이상의 수익을 올렸기에 부동산 PF는 한때 저축은행 업계의 ‘캐시 카우(Cash cow)’로 불렸다. 저축은행들은 이 수익을 토대로 시중은행을 능가하는 고금리를 보장하며 예금자들을 끌어 모았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작이 급격히 위축되며 담보로 잡은 부동산 가치가 급락하고 부도나는 시행사가 속출해 대출자산이 반 토막이 나기 일쑤였다. 저축은행들이 직격탄을 맞은 PF 대출의 덫에 갇히게 된 데는 위험성을 제때 경고하지 못한 금융당국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미래와 한주저축은행 역시 회생이 불가능할 정도의 심각한 부실을 숨기고 있다가 들통 난 지경에 이르렀다.

미래저축은행은 지난 2010년 6월 말 자기자본이 931억 원이라고 공시했지만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은 -2165억 원으로 잠식 상태였다. 또 국제 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같은 기간 9.34%에서 -16.20%로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말 총자산이 1조 7594억 원 보다 부채가 3177억 원이나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주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총자산이 1502억 원에 불과한 소규모 저축은행이지만 부채는 자산보다 616억 원이나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0년 6월 말 자기자본이 41억 원이라 주장했지만 금감원 검사 결과 지난해 말 기준 -470억 원으로 드러났으며, -37.32%의 BIS 비율로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정받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들은 연체이자가 있을 경우 추가 대출을 통해 부실여신을 건전한 것처럼 위장했다”며 “실제론 동일인에게 대출했으나 다른 사람에게 빌려준 것처럼 꾸민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한편, 영업 정지를 받은 4개 저축은행의 예금자들에게 예금보험공사가 예금을 대신 지급함에 따라 국민 세금의 추가 투입이 불가피해졌다는 전망이다.

앞서 예보는 지난해 영업 정지 된 16개 저축은행 예금자들에게 1인당 5000만 원까지 원리금을 지급하며 사상 처음으로 11조 6000여억 원의 적자를 낸 바가 있다.

저축은행 구조조정 완료… 추가 위기는?

▲ '솔로몬저축은행과 별개의 법인'이라는 안내문을 창구에 게시한 호남솔로몬 <사진자료 = 뉴시스>
이번에 영업 정지 된 저축은행 4곳을 포함해 1년 새 퇴출된 저축은행이 20곳으로 늘어나며 지금까지 영업 정지를 당한 저축은행들 외에 살아남은 저축은행들의 안전여부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영업정지를 앞두고 공개적으로 반발에 나선 솔로몬 임석, 한국 윤현수, 미래 김찬경 등 퇴출된 저축은행 대주주들은 M&A를 통한 급성장 과정에서 정관계와 금융계에 마당발 인맥을 가졌다.

솔로몬저축은행 임석 회장은 “팔 비틀어서 부산솔로몬과 호남솔로몬 등을 인수하게 했다”며 “모든 사재를 다 내놓겠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상화 시간을 주지 않았다”며 비난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제대로 조치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직무유기”라고 반박했다. 금융감독원 주재성 부원장은 “검사 과정에서 자기자본이 117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부실 자산을 은폐한 것으로 확인 돼 실사를 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에 가장 큰 문제는 계열 저축은행인 솔로몬 계열의 부산솔로몬과 호남솔로몬, 한국 계열의 진흥·경기·영남 저축은행이 예금자들의 인출 요구로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대규모 구조조정은 사실상 끝났고, 앞으로는 상시 점검 시스템을 통해 수시로 구조조정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대적인 검사와 퇴출은 일단락됐지만 개별 저축은행에 대한 정기적인 검사가 계속되는 만큼 5000만 원이 넘는 저축은행 예금은 분산해 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crystal0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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