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식 ‘비즈니스 프랜들리’, 사실로 드러나

[일요서울 | 전수영 기자] 서울시내 16개 알짜배기 땅 개발을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의 친기업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성장을 주도하는 것은 대기업이며 대기업의 발전이 곧 우리나라의 발전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대기업 중심의 발전 정책은 특히 4대강사업에서 도드라졌다. 국토해양부는 이에 중심에 서있었다. 결국 국토해양부가 주도하는 사업을 통해 대기업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챙길 수 있었다.
서울시내 16개 알짜배기 땅도 이와 마찬가지로 서울시의회가 조례를 개정해 대규모 부지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하려 했지만 국토계획법에 막혀 사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되자 국토부는 시행령을 바꾸는 수고로움마저 감수했다. 사업이 진행되면 특정 기업 몇 곳은 막대한 개발이익을 볼 수 있었다. 잠실의 제2롯데월드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 바람에 박 시장은 이 대통령의 인물로 평가받았던 오 전 시장과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현재까지 서울시의 도시계획에 맞춰 제안서를 낸 곳은 16곳 예상부지 중 ▲성동구 성수동의 삼표레미콘 부지 ▲용산구 한강로3가의 용산관광버스터미널 ▲강동구 고덕동의 서울승합차고지 ▲마포구 동교동의 홍대역사 부지 ▲서초구 서초동의 롯데칠성 부지 ▲서초구 서초동의 남부터미널 부지 ▲동대문구 장안동의 동부화물터미널 부지 ▲강남구 대치동의 대한도시가스 부지 등 8곳이다.

이 중 현대차그룹 소유의 삼표레미콘 부지, 서울승합차고지, 홍대역사 등은 서울시의 개발계획에 따라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다른 곳은 아직까지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
특히 서초동의 롯데칠성 부지의 경우 롯데 측에서 공식 제안서는 제출했으나 현재 추가 제안서를 준비하고 있는 등 사업계획이 아직까지는 가시화되고 있지 않다.

‘新 도시계획’, 진행된 배경은

지난 2008년 11월에 마련된 신 도시계획은 서울시내 1만㎡ 이상 대규모 부지의 용도변경 규제 유연화와 도시계획 운영체계 개선이라는 목표를 두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서울시가 과밀화되기 전에 산업용으로 사용했던 곳 중에서 주변에 주거지역이 밀집되면서 지역주민들의 반발과 함께 기존과 같은 산업용으로서의 가치가 추락했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시는 2008년 초부터 대규모 부지의 용도변경 시 공공기여방식을 검토했다.

하지만 대규모 부지의 용도를 쉽게 변경할 수 있도록 할 경우 서울시내에 대규모 부지를 소유한 특정 기업에 막대한 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 일었다. 특히 3만2548㎡의 삼표레미콘 부지와 4만3438㎡의 롯데칠성 부지의 경우 개발될 경우 그 수익은 1조 원이 넘을 것이라는 예상도 줄을 이었다.

결국 이익을 공유한다는 취지였음에도 불구하고 2010년 이 조례는 상위법인 국토계획법에 위배된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에 따라 서울시는 이를 보완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서울시, 국토부의 시행령 개정에 반발

국토해양부는 지난달 3일 지구단위계획만으로 주거·상업 등 용도지역 간 변경을 허용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개정 시행령이 15일부터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어려웠던 용도 변경이 주거지역↔상업지역↔공업지역↔녹지지역 등으로 쉬어져 토지 소유주들은 재산권을 행사하기 어려웠던 상황을 벗어날 수 있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곧바로 그간 계획으로만 묶어뒀던 삼표레미콘 부지에 110층 규모의 ‘서울숲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계획을 추진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으며, 롯데는 롯데칠성 부지에 55층 높이의 도심형 상업시설을 갖춘 롯데타운을 조성할 계획을 실행에 옮길 수 있게 됐다.

국토부의 발표에 따라 서울시는 5일 박원순 시장과 행정 1·2부시장, 관계 국·실장 등이 모여 국토법 시행령 개정 관련 회의를 열고 초고층 빌딩 건립 시 주변지역에 발생할 수 있는 교통·생태·토지이용 등 분야별 영향에 대한 면밀한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국토부의 시행령 개정에 대해 초고층 빌딩이 들어설 경우 지역주민과 주변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충분한 고려가 이뤄져야 한다고 즉각 반발하며 자칫 인근 지역에 대한 투기가 일어나고 특혜 논란까지 불 수 있어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세운다는 입장을 정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서울시가 추진했던 신 도시계획이 국토계획법과 충돌이 나 시행령을 개정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해줬는데 시장이 바뀌면서 이전과는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에 대해 내심 서운한 속내를 내비췄다.

일각에서는 이를 놓고 오세훈 시장 재임시절 서울시내에 마지막으로 남은 대규모 부지의 용도 변경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시 부각시키려 했으나 주민투표를 통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고 시장마저 바뀌며 오 시장의 계획이 좌절된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박원순 서울시장은 현재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대규모 부지 개발에 따른 이익을 공공기여로 환수한다는 정책으로 선회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도시계획국 관계자는 “사업 성격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다. 좋은 계획이 있다면 그대로 진행할 수도 있다”며 서울시의 입장 변화에 대한 의혹 제기를 일축했다.

공공시설 기부채납, 해법 맞나

박원순 시장은 초고층 건물 건립 시 주변지역에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영향을 고려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16일 이미 공공시설 설치에 따른 용적률 운영기준을 확정했다. 따라서 박 시장으로서는 이를 거부하기 어려워 공공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운영기준에 따르면 지금까지 기부채납을 토지로만 받았던 것에서 벗어나 도서관, 보육시설 등 공익용도 건축물을 설치해서 시에 기부하면 건축물의 공사비용을 부지로 환산해 그만큼 용적률을 상향시켜준다.
따라서 토지로 기부채납을 할 때보다 개발 가능 면적이 늘어나 토지 소유주 입장에서는 기존보다 더욱 유리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실제로 성수동의 삼표레미콘 부지는 용적률 150%의 1종 일반거주지역에서 용적률 800% 1종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만약 이전 조례를 따르면 이에 따라 늘어난 연면적의 60%를 기부채납 해야 되기 때문에 실제로 고층 건물을 짓기에 어려움이 따른다. 하지만 건물로 기부채납 할 경우 전체 건물의 일부만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현대차그룹으로서는 결코 밑지는 장사가 아니다.

현재 서울시는 현대차그룹이 110층의 건물을 건립할 경우 기부채납 금액을 대략 3000억 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지역주민의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고 여기에 다양한 사업평가를 완료한 상태가 아니어서 건물이 계획대로 들어설 수 있을지는 확답을 못하고 있다.

서울시 도시계획국 관계자는 “지역적 파급효과를 우선적으로 파악하고, 지역 영향을 고려한 후에 지역주민과의 공감대를 이뤄야 한다”며 “만약 지역주민과의 합의가 안 되면 사업이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서울시의 입장은 개발에 있어 지역주민과의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고 그 다음에 기업이 얻는 이익을 공공성 확보를 통해 나눈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공공성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을 경우 사업계획의 전면 수정도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서울시가 이렇게 공공성 확보를 강조한다고 해도 기부채납 방식의 다양화로 인해 기업이 떠안는 부담은 줄어들어 결국 기업이 많은 이익을 가져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특혜 시비 전혀 사라질 수 없어

국토해양부가 밝혔던 16개 지역 중 서울시에 제안서를 낸 곳 인근 지역은 이미 부동산 가격이 술렁이고 있다.

특히 초고층 건물이 들어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은 성수동의 삼표레미콘 부지와 서초동 롯데칠성 부지 인근은 이미 오래 전부터 부동산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그동안 서울시 조례가 상위법에 위배됨에 따라 일부 거품이 빠진 상황이었지만 국토부가 시행령을 개정함으로써 부동산 가격은 오름세로 이어질 전망이다.

문제는 이런 현상을 서울시가 인위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내 토지 중 1만㎡ 이상을 소유한 개인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문하고 “이번 신 도시계획은 토지 소유주만을 고려한 것은 전혀 아니다”며 특정 기업에 이익을 제공할 계획이 없으며 공공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지만 서울시민들이 느끼는 이익분배 기준으로는 다소 낮게 평가될 수 있다.

그동안 서울시내 1만㎡가 부지 중 인·허가가 완료된 부지는 현재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파이시티’밖에는 없다. 그나마 강동구 고덕동의 서울승합차고지 정도만 서울시와의 협상이 진척돼 인·허가를 앞두고 있는 상태다.

이번에 제안서를 접수하지 않은 곳이나 추가 제안서를 작성하고 있는 곳들은 그동안의 제약이 풀리면서 최대한 이익을 얻기 위해 초고층 건물을 설립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이 경우 잠실의 제2롯데월드처럼 엄청난 교통체증을 유발할 수 있어 지역주민의 원성을 살 수도 있는 상태다. 특히 롯데칠성 부지의 경우 많은 기업들이 몰려 있는 강남 한복판에 위치해 개발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꼼꼼히 예측할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교통혼잡 분담금을 물릴 계획이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사후 문제라는 지적이다.

공공성을 높인다는 측면을 강조하고 있지만 서울시의 신 도시계획은 결국 서울시내 알짜배기 땅을 가진 기업들에게 더욱 큰 이익을 안겨줄 것이라는 우려도 결코 수그러들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jun618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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