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한해동안 소화하는 해외순방 일정은 얼마나 될까. 청와대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4년 노대통령의 해외순방일정은 무려 11회로 해외순방 날짜만도 무려 39일에 달했다. 노 대통령은 이 기간 동안 조지 W부시 미국 대통령,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 등 20개국 정상들과 만났다. 노 대통령은 지난 한해 3개 대륙 12개국을 순방했고, 올해 들어서는 4월 독일 국빈방문을 시작으로 총 8차례 해외순방길에 올랐다. 취임 후 2년 8개월 동안 22개국을 방문한 노 대통령이 외국 정상들로부터 받은 선물리스트를 공개한다.

10만원 이상 선물은 국고로…

대통령비서실이 14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노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는 해외 순방 때 총 164점의 선물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정확한 통계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유물관리과 관계자에 따르면 대통령이 받은 선물들은 행정자치부를 거쳐 박물관측으로 이관된다. 그러나 선물들이 들어올 때마다 청와대로부터 즉시 넘어오는 것이 아닐 뿐더러 행자부에서 박물관측으로 넘어오는데도 일정기간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게다가 한두개씩 선물이 들어오는대로 처리되는 것이 아니라 1년에 몇 번에 걸쳐 묶음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아직 청와대측이나 행자부로부터 넘어오지 않은 물품들도 상당수 있다는 말이다.

대통령이 받은 모든 선물이 무조건 박물관에 소장되는 것은 아니다. 박물관측에 따르면 대통령이 받은 선물들은 ‘공무원 윤리법’에 따라 처리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윤리법은 ‘공무원과 그 가족이 직무와 관련해 외국인으로부터 받은 선물은 국고에 귀속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즉 공직자는 선물 가격이 시가 10만원 이상일 경우 신고를 하게 되어 있는데, 대통령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는 것. 박물관으로 이관되는 선물은 이 기준에 해당하는 경우라고 보면 된다. “받은 선물 중 대통령 개인이 소장하는 경우도 물론 있지만 이는 극히 사적인 이유로 받은 경우고, 대부분은 민속박물관으로 이관해 국가유물전시로 쓰이고 있다”는 것이 박물관 관계자의 말이다. 또 역대 대통령이 받은 선물 중 일부는 효자동 사랑방에 기증되어 전시되기도 한다.

기념품 위주로 구성

취임이후 노대통령이 받은 선물들의 목록을 살펴보면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대통령이 받은 가장 흔한 선물은 그 나라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기념품이라는 것. 기념품은 주로 화보집이나 책자, 상징물, 그림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두번째 특징은 크게 부담이 없는 물품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흔히 대통령이 받은 선물이라하면 적어도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으리으리하고 대단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정작 목록을 살펴보면 약소하기 그지없다.

값비싼 사치품이나 고급제품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 사람들이 여행지를 방문하면 흔히 구할 수 있는 물품들로, 주는 측과 받는 측 모두가 큰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개중에는 값을 매기기 어려운 유물이나 전통 공예품도 포함돼 있지만 이들은 가격보다는 해당 국가의 전통과 문화가 담겨 있는 물품이라는 면에서 더욱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또 권양숙 여사가 받은 선물은 ‘여성적인 취향’을 고려한 듯, 크게 도자기로 된 접시나 그릇, 스카프로 집약된다는 특징이 있다. 간간이 브로치나 실크 목도리, 보석함 등 여성들이 대체적으로 좋아할만한 ‘화려한’ 물품들도 눈에 띈다.

독특한 선물 뭐가 있나

2003년 5월 노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부시 대통령은 링컨 대통령의 연설문을 선물했다. 또 로드 블라고헤비치 미국 일리노이 주지사는 링컨 대통령의 흉상을 선물했다. 이는 노 대통령이 ‘노무현이 만난 링컨’이라는 책을 출간했을 정도로 링컨 대통령을 유난히 존경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윌리 브라운 샌프란시스코 시장은 행운의 열쇠를, 빌 프리스트 미 상원대표는 크리스탈 화병을 선물하는 낭만적인 모습을 보였다.현재 야스쿠니 신사참배로 또다시 한바탕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는 2003년 6월 향합과 장식용 접시를 선물했다.

2003년 10월 태국을 방문한 노 대통령은 탁신 총리로부터 자신의 초상화를 선물받기도 했다. 또 2004년 9월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엽총을 선물받은 것도 눈에 띈다. 올 4월 독일을 방문했을 때는 분데스리가에 진출한 차두리 선수와 현종범 아이스하키 선수로부터 각각 유니폼 상의를 선물받기도 했다.한편 유명인사는 아니지만 각국에 거주하고 있는 동포들로부터 받은 선물도 흥미롭다. 2003년 5월엔 한 재미동포로부터 대통령당선 축하 글 액자를, 지난해 11월에는 LA에 거주하는 동포로부터 신앙서적 및 테이프를, 올 4월에는 재독동포로부터 음악회 초청티켓을 각각 선물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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