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에 맞설 비박(非朴)진영의 대선 구도가 드러났다. 일등으로 대선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정몽준 의원은 사회 양극화 등 현안에 대해 “문제 제기는 있지만 해법은 없이 갈등만 증폭되고 있다”며 정치가 “사탕발림으로 국민을 현혹한다”고 말했다

2007년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 경선 때 최대 관심사는 ‘검증’대목이었다. 이명박, 박근혜 두 후보 간 각종 의혹 공방은 당 차원의 국민검증위원회까지 만들었다. 이런 공개 검증이 경선 흥행의 활력소가 되긴 했으나 반면 정책 및 비전 경쟁이 뒤로 밀려났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말 여러 가지 악재 속에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하면서 심각한 정체성 논란을 빚었다.

비대위가 당 정강 정책에서 ‘보수’용어를 삭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논쟁이 뜨거웠다. 박 위원장이 없던 일로 정리했지만 불씨가 언제든 되살아 날 수 있다. 대북 문제와 복지 전략에 관해서도 ‘같은 당 소속이 맞나’싶을 정도다. 가치 결사체의 정당이 당내 세 싸움에 파묻히면 대선 경선 승리가 상처만 가득한 영광이 될 수밖에 없다.

대선 후보 경선은 5년의 국정을 책임질 국가 지도자를 뽑는 당 최고의 의미 있는 절차다. 후보 사이에 세 경쟁 아닌 비전경쟁이 벌어져야 경선의 진정성과 흥행성을 높일 수 있을 텐데 상황이 여간 걱정스럽지가 않다. 경선 규정을 놓고 맞서있는 “완전 국민경선제로 바꾸자”는 입장과 “선수가 룰에 맞춰 경기를 해야지 룰을 선수에 맞출 수 없다”는 입장이 당내 갈등을 어떻게 키워갈지 두고 볼 일이다.

현 규정대로라면 새누리 경선후보자들이 아무리 치열하게 경쟁을 해도 경선은 하나마나로 박 비대위원장의 독주를 막을 수 없다는 판단은 4·11 총선이후 확실해졌다. 경선은 말 뿐이지 실제로는 박 위원장의 대선후보 추대식과 같을 것이란 말을 했다. 그래서 새누리당 경선이 싱겁고 재미없을 것이란 얘기도 나왔다.

이와 관계없이 박 위원장 측은 현 경선 규정이 지난 2007년 경선 때 똑같이 적용됐고 이를 바꿀 생각이 전혀 없다.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대세론에 얹혀 경선을 쉽게 치르다 흥행 실패로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또한 지난해 서울시장 보선에서 나경원 후보가 후보단일화 흥행 속에 등장한 박원순 무소속 후보에게 쓴잔을 마신 것이 경선흥행 실패가 큰 원인이었음을 모르지 않을 터다.

이렇듯 축제의 한마당이 되어야 할 당내 경선이 계파 이익에 함몰되어 또다시 당이 분열하는 결과를 가져오면 경선의 승자가 된들 무슨 소용일까, 이명박 정권의 실정으로 가뜩이나 버거운 대선전을 앞두고 밤낮으로 네 탓, 내 탓이나 하면서 무슨 정권 재창출을 논한다는 건지 우습게만 보인다. 적전 분열로 공멸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

박근혜 위원장은 총선 득표율에서 야권에 뒤진 점, 당내 대선후보들의 도전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점, 야권의 견제가 사생결단으로 나타날 것임을 잘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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