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김재연, 국가기밀 열람 가능해지면...

[일요서울 | 전수영 기자] 대한민국의 기밀이 샐 위기에 놓였다. 이른바 ‘종북’ 성향 경기동부연합 출신의 이석기·김재연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당선자가 사퇴의 뜻이 없음을 밝히면서 이들의 국회 입성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따라서 이들은 공식·비공식 루트를 통해 다양하고 방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를 놓고 새누리당과 보수진영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임태희 전 대통령 실장은 지난 17일 ‘통합진보당 사태 방지법’을 제안하며 “전 국민의 지탄을 받을 정도로 국회의원의 자격과 품위를 상실한 의원은 당연히 제명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또한 통합진보당의 일부 국회의원이 국회에 입성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적 검토에 들어갔다.
결국 부정선거 파문으로 시작된 통합진보당 내분은 이제 여당의 공격까지 받으며 19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험난한 난국으로 접어들고 있다.

새누리당을 비롯한 보수진영이 이석기·김재연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당선자를 비롯한 종북 성향으로 분류된 구당권파 의원들이 19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얻을 수 있는 각종 정보가 혹시 다른 용도로 사용되지 않겠느냐는 주장을 하며 통합진보당을 압박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통합진보당의 일부 의원이 개인적인 목적을 가지고 환경노동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재정경제위원회 등의 상임위원회에 소속될 경우 얼마든지 국가 운영에 대한 기밀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대행은 지난 16일 밤 자신의 트위터에 “역시 국운이 융성할 시기가 도래하였다. 대명천지에 대한민국을 엎으려는 의도 가진 주사파가 국회에 들어올 채비를 했고 당내 선거의 부정선거 진상이 밝혀지지 않았다면 국민들은 까맣게 모를 뻔했다”고 통합진보당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와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된 전력이 있는 6명의 당선자를 지목했다. 이어 정 의장대행은 “민주당은 대국민 사과를 하고 그들과 단절을 선언해야 할 것이다”라며 민주당이 통합진보당과의 연대의 끈을 놓을 것을 촉구했다.

어떤 정보를 얻을 수 있나

국회법 제128조(보고·서류제출요구) 1항은 ‘본회의·위원회 또는 소위원회는 그 의결로 안건의 심의 또는 국정감사나 국정조사와 직접 관련된 보고 또는 서류의 제출을 정부·행정기관 기타에 대하여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3항은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폐회 중에 의원으로부터 서류제출요구가 있는 때에는 의장 또는 위원장은 교섭단체대표 의원 또는 간사와 협의하여 이를 요구할 수 있다’고 되어 있어 회기 중이 아닐 때에도 정보 요구는 가능하다.

따라서 국회의원은 임기 동안에는 언제든지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공식적인 루트 이외에도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 또한 방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 기간 중 속칭 ‘한 건’을 했다고 할 만한 주요 이슈에 대한 정보는 실제로 공식적인 루트보다는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얻는 경우가 많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누리당과 보수진영은 통합진보당 구당권파 의원들이 국가정보에 접근이 허용될 경우 밖으로 유출될 수 있으며,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정보를 일부 또는 전부를 공개해도 마땅히 처벌할 수 없어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회가 항상 개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회법 제128조 1항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으며 3항에서 규정하고 있듯이 폐회 중 서류제출요구가 있을 경우에는 의장 또는 위원장이 교섭단체대표 의원 또는 간사와 협의하여 이를 요구할 수 있다고 되어 있기 때문에 교섭단체가 아닌 통합진보당의 서류제출요구가 새누리당에 의해 무시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소속 상임위도 관건

국회의원 활동 중 가장 중요한 활동은 상임위 활동으로 꼽힌다. 상임위를 통해 새로운 법안을 제출하거나 기존 법안을 수정할 수 있기 때문에 통합진보당 구당권파 국회의원들이 어떤 상임위에 배정되는가도 국민들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아직까지 내분이 해결되지 않아 상임위 배정은 확실하지 않지만 대체적으로 국방위, 보건복지위, 외교통상위 등이 지목되고 있다. 이 중 국방위와 외교통상위의 경우 국가 안보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어 새누리당은 통합진보당 내 구당권파 의원이 두 개 상임위에 참여하는 것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야권연대의 공로를 인정해 민주당 몫으로 배정된 상임위원장 중 한 자리를 내어줄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어서 각종 정보를 보고받을 수 있는 위상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의 대북정보와 국가정보원 예산 등이 보고되는 정보위는 국회법상 원내교섭단체 의원만이 소속될 수 있어 통합진보당의 경우 정보위에는 참석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정보를 직접적으로 보고받지 못하지만 다른 중요 정보는 쉽게 입수가 가능해 새누리당과 보수진영의 고심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새누리당의 새로운 지도부는 “주사파 의원들의 국회 입성을 막겠다”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으며,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이른바 ‘통합진보당 사태 방지법’까지 만들어 통합진보당 일부 의원의 원내 진출을 막겠다고 선언했다.

면책특권 통해 대정부 투쟁할 수도 있어

국회의원이 되면 200여 개에 달하는 특권을 누릴 수 있다. 이 중 하나가 국회의원 면책특권이다.

헌법 제45조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이나 표결에 관하여 국회 밖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보장한 면책특권에 따라 국회의원은 현행범이 아닌 이상 체포되지 않는다.

따라서 국가의 정체성에 대한 비판이나 대북 관계에 있어서도 국회의원 신분으로 국회 내에서 발언을 한다고 해도 이를 제지하거나 막을 방법이 없다. 결국 이석기·김재연 당선자를 포함한 구당권파 의원들이 자신의 노선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국회 내에서 정부를 부정하는 발언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과거 자신들을 옭아맸던 국가보안법 폐지 또는 수정에 대한 의견을 계속해서 제기할 수 있어 17대 국회에서 제기됐던 국가보안법 폐지 논쟁도 재점화 될 가능성 또한 높다.

새누리당과 보수진영은 그동안 물밑에 숨어 있었던 종북 세력이 일순간에 수면 위로 떠오를 경우 국가 대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안보와 남북 대결구도를 끌고 가려하는 보수진영에게는 이는 큰 위험이 아닐 수 없어 대국민 발언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석기·김재연, ‘출당도 나쁘지 않아’

통합진보당 비대위는 이석기·김재연 당선자 스스로가 비례대표직에서 사퇴하기를 바라면서 이 두 사람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을 포함해 비례대표 15번인 황선 후보도 비례대표직 사퇴를 거부하고 있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통합진보당 비대위는 최악의 경우 두 사람의 출당까지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출당 조치를 취한다고 해서 내분이 마무리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통합진보당의 13명 당선자 이석기·김재연 당선자를 제외한 4명이 구당권파로 분류되고 있어 만약 당에서 두 사람을 출당시킬 경우 나머지 4명도 탈당해 분당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이 때 중간 성향의 김제남 당선자가 구당권파로 이동하게 되면 통합진보당은 탈당파보다 수가 적게 돼 오히려 제4당으로 추락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통합진보당은 진보의 분열을 더욱 가속화 시켰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비대위로서는 고민되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두 사람에 대한 출당 조치가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현 정세 하에서는 선택할 수 없는 카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진보-보수, ‘사상의 자유’ 놓고 치열한 대결 예상

통합진보당 내부에서 촉발된 종북주의 논란은 현재까지 새누리당과 보수진영에게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당장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지지도가 처음으로 50%를 넘어 섰고, 새누리당의 지지도도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대선을 앞두고 야권 전체가 위기감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한 야권 관계자는 “야권연대의 한 축을 담당한 통합진보당의 내분에 대해 말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면서도 “계속해서 내분이 계속된다면 야권 전체에 악영향이 될 수밖에 없어 당에서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상의 자유’가 보장된 민주국가에서 자신의 신념에 잣대를 들이댄다면 이는 헌법에 배치되는 사안이라는 주장을 내놓는다. 또 보수진영에서는 통합진보당 내분 이슈를 지속적으로 끌고 가면서 확대생산하려고 전략을 가질 수 있겠지만 내분이 수습 후 그 잣대는 오히려 보수진영으로 옮겨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이석기·김재연 당선자가 아직까지 주체사상을 고수하고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석기 당선자의 경우 한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이 부분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현재 진보·보수진영은 사상을 놓고 전면전을 벌이고 있지는 않지만 충돌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어차피 올해 말 치러지는 대선을 위해 양 진영은 상대방을 공격할 수밖에 없어 이번 통합진보당 내분은 그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통합진보당으로서도 자당의 내분은 안갯 속 상황이지만 진보진영에 등을 돌린 국민들과 여당의 공세를 어떻게 막느냐가 발등의 불이다.

이 발등의 불을 비대위가 끈다면 19대 국회는 큰 소란 없이 개원될 수 있겠지만 만약 자진사퇴 기한인 이달 30일을 넘길 경우 19대 국회는 개원 초반부터 색깔논쟁이 벌어지면서 경색 국면으로 돌입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jun618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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