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계 “2007년 경선 때 박근혜 관련 10분의 1만 폭로”

새누리당이 전당대회를 통해 ‘박근혜 친정체제’를 구축함으로써 비박(非朴 비박근혜) 대선주자들의 초조함이 극에 달하고 있는 모양새다. 오는 8월로 예정된 대선 경선까지 석 달이라는 시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박 주자들은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받아들일 리 없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을 한목소리로 요구하는 한편 박 전 위원장이 하루속히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검증을 받으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대세론’을 이어가고 있는 박 전 위원장을 최대한 빨리 ‘검증대’에 올려 본격적으로 공세를 퍼붓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들의 속내를 들여다봤다.

의미심장한 임태희發 ‘박근혜 킹메이커론’

비박 주자 중 최근까지 이명박 대통령을 보좌했던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박근혜 전 위원장에게 대선출마 대신 ‘킹메이커’ 역할을 주문해 파문이 일고 있다.

임 전 실장은 지난 8일 서울대학교 경영대 SK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전 대표께 제의한다. 지난 40년간 이 구태의연한 정치의 틀을 깨는 데 역할해달라.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정치를 여는 디딤돌이 돼 달라”며 “(박 전 위원장이) 킹 메이커(대통령을 만드는 사람) 역할을 하는 게 가장 정치적으로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그는 이후에도 “박근혜 위원장이 ‘킹메이커론’을 불출마로 받아들이면 그건 부인하지 않겠다”고 했고, “박근혜 전 위원장부터 변화의 선봉에 나서야 한다. 동서로 나뉜 이념과 갈등구조를 깨고 화합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박 전 위원장이 대선에서 킹메이커 역할을 해야 한다”고 거듭 ‘박근혜 킹메이커론’을 이어가고 있다.

▲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지난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통합진보당 사태 관련 기자회견을 가진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임 실장이 꺼내든 이 카드에 대해 여의도 정가는 술렁이고 있다. 총선 이후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압도적인 1위를 내달리고 있고,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꼽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양자 가상대결에서도 오차범위 밖 승리를 내달리고 있는 ‘미래권력 1순위’ 박 전 위원장에 대한 도발(?) 이유에 대해서다.

임 전 실장의 기존 스타일상 ‘박근혜 킹메이커론’은 단순한 이슈를 만들어내기 위한 카드가 아닐 것이라는 분석과 최근까지 현 정부 중심에서 권력을 행사했던 점 등을 미뤄 이 요구 뒤에 숨은‘후속 카드’가 존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X파일 터지나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 ‘박근혜 X파일’이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부터 논란이 일고 있는 ‘박근혜 X파일’은 지금까지 실체가 드러난 적은 없었다. 16대 대선 경선을 앞두고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에게 ‘제왕적 총재’라고 쏘아붙이며 탈당한 당시 박근혜 의원 사태를 최소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일각에선 ‘박근혜 X파일’을 준비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이후 한 언론이 “노무현 정권이 2004년 7월경부터 국가정보원, 박근혜 태스크포스(TF) 등을 동원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뒷조사한 100쪽 분량 X파일을 만들었다”고 보도하면서 ‘박근혜 X파일’이 또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이 언론은 박 전 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고 최태민 목사 딸과 사위의 20여 년 부동산 보유 거래 명세 50여 건을 조회해 기록한 ‘박근혜 X파일’의 문건 일부도 실었다.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피 터지게 싸울 당시 ‘X파일’은 정국을 휘감았었다. ‘이명박 X파일’을 박근혜 후보 캠프 측에서 터트렸고, 이명박 후보 캠프 측도 ‘박근혜 X파일’로 맞불 작전을 놓을 태세였다. 이재오 당시 최고위원은 “박근혜 후보 유신시절 자료가 다 있다. 폭로하겠다”면서 “유신 때 자료 말고도 박근혜 X파일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후보 선대위 부위원장을 맡았던 안택수 의원 역시 “박 전 대표 측이 계속해서 비신사적이고 야비한 수법으로 네거티브 공세를 계속할 경우에도 끝까지 가만히 있을 것인지에 대해선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 이른바 ‘박근혜 X파일’을 통한 반격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X파일을 준비했다는 말들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지난 대선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를 도왔던 한 인사는 지난 15일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사실 지난 대선 경선에서 박근혜 전 위원장에 대한 폭로는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자료의 10분의 1도 안 됐을 것”이라며 “박근혜 후보 측의 네거티브 공세에 말려 함께 진흙탕 싸움에 휩쓸려 갔다면 지금의 이명박 대통령은 없었다”고 회고했다.

실제 이명박 캠프에선 친인척 비리 의혹, 육영재단, 영남대, 부산일보 등에 대해 파악하고 있었지만, 그 중 일부인 경남기업 의혹 부분만 폭로했다.

이 인사는 이어 “현재 비박 주자들을 돕고 있는 상당수의 인사들이 2002년 이회창 후보 캠프부터 2007년 이명박 캠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사람들”이라며 “딱히 ‘박근혜 X파일’이라며 명명하지 않더라도 국정원 등 정보기관들을 쥐락펴락했는데 그동안 쌓인 자료가 얼마나 많겠나”라고 ‘X파일’ 존재 가능성을 열어뒀다.

‘박근혜 네거티브 방어팀’ 가동설

현재로선 이 정도까지가 ‘박근혜 X파일’에 대해 알려진 것이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국정원이 박 전 대표를 집중 사찰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박근혜 관련해 큰 건을 물었다’는 말들이 정가 주변에 공공연히 나돌았었다. 민주당 이석현 의원의 폭로로 세상에 알려진 국정원의 ‘박근혜 사찰’은 당시 정치권에 큰 파장을 불러모았다.

이 의원은 당시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국정원 이모씨가 팀장인 20명 규모의 전담 사찰팀은 이전엔 여러 명을 사찰하다가 2008년 12월 세종시가 문제가 되자 박 위원장 한 명만을 사찰했다”고 밝혀 파문을 몰고 왔다.

당시 이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 사찰조는 지난 2009년 4월부터 7월까지 박 위원장을 집중 사찰했으며, 군사정권 시절 박정희 대통령의 집사 역할을 하고 구청장을 지낸 사람을 찾아가 박 위원장의 신상문제와 주변인물, 가까운 친인척을 조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박 전 위원장도 최근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이 터졌을 당시 “나도 전·현정권에서 모두 사찰당한 ‘피해자’”라고 강조했었다.

정치권에서는 당시 국정원 사찰조가 고강도 집중사찰을 통해 박 위원장의 치명적 약점을 확보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국정원 사찰조는 당시 친인척 조사뿐 아니라 육영재단, 영남대, 부산 MBC 등을 통해 박 위원장의 재산관계를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사찰 결과가 기존의 최태민 목사 관련이나 정수장학회 등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선 정국을 발칵 뒤집을 만큼의 핵폭탄급 사안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친박 측에서 ‘박근혜 네거티브 방어팀’ 운영을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 지난 15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1차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정몽준, 김문수, 이재오 의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대웅 기자>

비박 주자들, “박근혜, 빨리 나와라”

반면, 새누리당 비박 3인방(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정몽준 의원)은 박근혜 전 위원장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대권 도전 선언을 하고,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몽준 전 대표는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위원장이 언제 대선 출마를 선언할지 물어보면 아는 사람이 없다”며 “다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정치를 할 것이라면 빨리 나와서 검증을 받으라고 비판하는데, 박 위원장도 마찬가지로 빨리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문수 지사 역시 박 전 위원장이 과거 이사장을 지낸 정수장학회 논란과 관련, “우리 사회에는 부와 권력 세습에 대한 거부 반응이 많다. 권력 획득과정이 정당하지 않은 부분도 있고 (재산)축적과정도 정당하지 않아 그런 부분이 있다”며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부터 의혹이 있다면 들어가고 나서 더 큰 의혹이 될까 두렵다”고 박 전 위원장에 대한 검증 필요성을 역설했다.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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