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vs 교수협, 총장 퇴진 논란 평행선 전운 고조

[일요서울|최은서 기자]서남표 카이스트 총장과 교수협의회(이하 교수협) 간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지난해 학생들과 교수의 자살사태 이후 불거진 서 총장과 교수협 간 총장 퇴진 논란은 평행선을 달리며 갈등의 골을 깊게 하고 있다. 교수협에서는 서 총장의 리더십에 문제를 제기하며 퇴진을 요구하고 있고, 서 총장은 물러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카이스트는 1년이 넘도록 지속된 갈등으로 카이스트를 둘러싼 ‘불편한’ 이야기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는 등 혹독한 ‘홍역’을 치루고 있다. 이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는 카이스트 학생들의 시선도 싸늘하다. 카이스트 총학생회는 “양 쪽의 밥그릇 싸움에 불과하다”며 “서 총장과 교수협 사이의 갈등 사이에 학생은 안중에도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단체행동 나선 교수협 “소통위원회는 시간끌기용에 불과” 반발
카이스트 “서 총장 개혁안에 대한 서운함이 근저에 깔려있는 것”

지난 8일 교수협은 교내 대강당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통해 “서 총장은 독선적 학교 운영, 구성원 간 분열 조장, 카이스트 위상 추락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중 70여 명은 서 총장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며 ‘총장 즉각 사퇴’라고 쓴 현수막을 들고 교내 행진 시위를 벌였다. 카이스트 교수들의 집단행동은 1971년 개교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서 총장과 교수협 간 갈등이 과격화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서 총장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갖고 당장 사퇴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밝혔다. 서 총장은 “(총장 퇴임은) 카이스트에 좋으냐, 안 좋으냐에 따라 결정할 문제”라며 교수협에 ‘공개토론회’를 제안했다. 그는 이어 카이스트 내 민주적 소통구조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카이스트 대통합 소통위원회’를 발족할 계획을 발표했다. 카이스트 대통합 소통위원회는 교수, 학생, 직원, 학교본부, 총동창회, 학부모 등 학내 구성원 대표 15명이 위원으로 참여하게 된다.

교수협 “퇴진요구는 계속”

하지만 이 같은 서 총장의 제안에 교수협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교수협은 ‘서 총장에 대한 퇴진 요구’를 굽히지 않고 계속해나갈 방침이다. 교수협은 서 총장의 제안에 대해 “(카이스트 대통합 소통위원회는) 혁신비상위원회에서 이름만 바꾼 시간끌기용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종민 교수협회장은 “서 총장은 지난해 학교가 위기에 처했을 때 혁신비상위원회에서 도출한 의결사항들을 즉시 이행하기로 합의했으나 지키지 않고 신의를 져버렸다”며 “특히 학교 측이 특허 의혹을 제기한 교수들을 경찰에 고소하자 거기에 교수들이 항거해 총장 사퇴요구를 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월 교수협은 2009년 8월 박윤식 카이스트 기계과 교수가 발명한 모바일 특허출원자 명의가 서 총장으로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아 특허출원에 문제제기가 있자 특허사무소에서 원 발명자를 서 총장에서 박 교수로 바꿨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특허 의혹 관련 고소에 대해 경 교수협회장은 “총장의 고유 업무가 아닌 부분에서 사건이 발생했고, 서 총장은 2년4개월간 남의 특허를 부적절하게 보유하면서 국회에서는 위증까지 했다”며 “왜 이번 사건을 학교의 이름으로 고소하고 학교 자원을 사용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학교 측이 총장이 임명한 연구처장이 있는 연구진실성위원회를 통해 특허의혹을 조사하려고 해 문제제기를 하자 의혹을 풀겠다고 경찰에 고소했다”며 “위원회 구성에 대해 문제제기가 되면 조정을 하면 되는데 경찰에 고소를 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카이스트 “토론회서 심판받자”

교수협과의 지속되는 갈등과 관련해 카이스트 측은 “토론회를 제안한 것은 교수협이 제기한 의혹을 구성원이 모두 보는 앞에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심판을 받아보자는 취지에서였다”며 “카이스트 대통합 소통위원회 역시 카이스트 전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가운데 모범적 소통사례를 만들어보자는 의도였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서 총장의 사퇴 주장을 하려면 객관적이고 납득할 만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며 “아직 의혹을 제기한 수준이기 때문에 토론회를 통해 사실적 관계를 밝히고 잘잘못을 공개적 자리에서 판단 받고 싶다는 것이 학교 측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혁신비상위원회의 의결사항을 서 총장이 이행하지 않았다’는 교수협 주장에 대해 “사실관계에 있어서 오류이고 언론플레이다”라며 “의결사항 중 세 가지는 총장권한이 없는 이사회 소관으로 서 총장이 이사회에 안건으로 올렸지만 이사회에서 반려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허의혹 관련 고소건에 대해 이 관계자는 “빨리 의혹을 풀고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것”이라며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 결과를 받아보자는 것이 학교 측 입장이다. 현재 의혹을 제기한 교수협이 실체적 진실을 떠나 사퇴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서 총장과 교수들의 갈등이 격화된 배경에 대해 “교수협의 목적은 애초부터 총장 사퇴에 있었고, 테뉴어제도 등 서 총장의 개혁안에 대한 서운함도 근저에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교수협이 원하는 ‘총장사퇴’라는 모범답안을 내놓기 전까지는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곤혹스럽다”고 밝혔다.

학생회 “밥그릇 싸움일 뿐”

총장 거취를 놓고 서 총장과 교수 간 갈등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카이스트 총학생회 관계자는 “카이스트는 총장 측, 교수협, 학생회 세 그룹이 있는데, 총장 측과 교수협만의 싸움으로 소모적이고, 시간이 갈수록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어 우려된다”며 “두 집단 모두 자신들의 이익 또는 명예를 위해 싸우는 것으로 학생들을 전혀 대변해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상 밥그릇 싸움으로 학생회 입장에서는 어느 입장 편을 들기보다는 양 쪽 다 잘못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서 총장이 제안한 토론회나 카이스트 대통합 소통위원회에 관련해서는 “(토론회, 카이스트 대통합 소통위원회는) 형식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으며 “그동안 많은 소통을 시도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소통을 하는 또 다른 자리를 만드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부정적 견해를 표시했다.

끝으로 이 관계자는 “무한경쟁시스템 등 서 총장의 기본 철학은 아직까지도 변하지 않았다고 본다”며 “총학생회는 총장 측과 교수협 측 모두 대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수일 내로 성명서를 발표해 그동안의 경과를 밝히고 학생들과 고민을 같이 나누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1년 넘게 끌어온 교수협의 퇴진요구에 내놓은 서 총장의 제안에 교수협과 학생회 모두 싸늘한 반응을 보이면서 카이스트가 어떤 결과에 이르게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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