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테러전쟁은 알카에다의 승리?

▲ 예멘 테러 현장 <사진=SBS 보도화면>
[일요서울l강휘호 기자] 아라비아반도 서남단에 위치한 예멘의 수도 사나에서 21일(현지시각) ‘아랍의 봄’ 이후 역사상 최악의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이번 테러가 더욱 충격적인 것은 한 나라의 수도라는 장소에서 그것도 최대 국경절을 앞두고 행진연습을 하는 군인들을 목표로 일어났다는 점이다.

카타르 위성방송사인 알자지라 방송은 테러범이 국경절 행진 연습을 하던 군인들 사이에서 강력한 폭탄을 몸에 휘감은 채 폭파시켰다고 보도했다. 이번 테러로 현장에 있던 군인 400여명이 숨지거나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알자지라는 또 10차선의 넓은 광장에서 퍼레이드 하던 군인들 사이에서 폭탄이 터져 수백 명이 팔과 다리가 떨어져나가 죽거나 중상을 입은 상황이라면서 끔찍한 현장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이번 피해는 400명이라는 엄청난 숫자에도 불구하고 희생자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예멘 당국은 당초 96명이 숨지고 300여 명이 다쳤다고 밝혔으나 부상자 가운데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알카에다 어떤 상황에서도 테러 가능하다

테러를 당한 예멘 당국은 사건 직후 "알카에다 소행으로 추정되는 전형적인 특징이 있다"고 밝혔다. 당국의 발표와 함께 알카에다와 연계된 무장조직 ‘안사르 알샤리아’ 측도 성명을 통해 “이번 테러는 자신들의 소행이다”라고 주장했다.

알샤리아 성명은 또 “이번 테러는 미국이 예멘 정부군을 지원하면서 자신들에 대한 소탕 작전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전쟁'에 대한 보복이다”라면서 “이번 테러는 성전의 출발에 불과하며 자신들에 대한 군사작전을 멈추지 않으면 추가 공격을 벌일 것”이라고 협박했다.

이와 관련해 많은 전문가들과 매체는 “국경일 행사 예행연습에서 국방장관과 참모총장 등 군부요인이 참관한 가운데 알카에다가 테러를 벌였다”라며 “이것은 대통령 등 요인들이 참석하고 아무리 군병력에 둘러싸여 있어도 테러가 가능하다는 경고다”라고 해석했다.

혼란 속 예멘 정부, 알카에다 영향력 생각보다 커 

테러가 일어난 장소나 시기도 충격적이다. 1990년 예멘 통일을 기념하는 국가 최대 국경일을 하루 앞둔 시기에 대통령궁 근처의 광장에서 행사를 준비하는 군인들을 상대로 테러가 일어났다.

이는 이십여 년 남짓해 구성되어 온 ‘통일 정부’의 내부가 아직도 혼란스럽고, 건재한 알카에다의 세력을 새삼 입증한 셈이어서 대테러전쟁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테러 현장에 있던 한 군 관계자는 알카에다 요원이 군복으로 위장해 침투한 게 아니라고 밝혔다. 즉 현역 군인이 알카에다에 협력해 일으킨 범행이라는 것.

정부의 세력에 절대 뒤지지 않은 알카에다의 영향력이 이번 테러로 재확인됐다. 때문에 수십 년의 독재정권을 유지했던 살레가 퇴진하고 지난 2월 미국의 지원을 받은 만수르 하디가 대통령이 되던 ‘아랍의 봄’ 시기에 벌어진 틈새를 알카에다 세력이 파고들어 예멘의 남부를 장악하고, 사실상 정부와 내전을 벌이고 있다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알카에다의 패배 목전에 있다? 사실상 미국의 패배

예멘 정부군은 지난 2월 미국으로부터 무인 전투기 등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알카에다 소탕작전을 벌였다. 이로 인해 알 카에다 158명을 사살하는 등 대대적인 성과를 올리는 듯했다.

하지만 이번 테러로 미국의 입장은 상당히 곤혹스럽게 됐다. 미국 백악관이 최근 “예멘의 알카에다 지부가 미국 항공기를 폭파하려는 음모를 꾸몄다”고 발표함과 동시에 지난 10일부터 예멘 정부군을 앞세워 알카에다에 대해 공세를 퍼붓던 도중 단 열흘 만에 바로 대형 테러 보복을 당한 것이다. 

또 예멘 남부세력을 알카에다가 장악한 것이 기정사실화 됐고 아프리카 북부 등 인근 지역까지 알카에다의 세력이 강해지면서 “알카에다의 패배가 목전에 있다”는 버락 오바마 정부의 주장은 무색해졌다. 결국 미국이 얻은 성과는 지난해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을 제거한 것이 전부였다.

더불어 알카에다 측은 예멘의 정권은 미국의 앞잡이며 이번 테러는 미국에 대한 성전이라고 주장함에 따라 미국이 점점 예멘 전쟁에 말려드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마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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