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부정하는 위선자 되지 않을 것... 가시밭길 걷겠다”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민주통합당 손학규 상임고문이 23일 “이젠 제발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주홍글씨’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손 고문은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내 마음의 책임면제철’이란 장문의 글을 통해 “한나라당 전력이 지금에 와서는 ‘주홍글씨’가 되어 내 발목을 잡을 때가 많았다. 그 ‘주홍글씨’가 자주 나를 아프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신체제가 끝날 때까지 나의 삶은 온통 박정희 독재와 정면으로 맞서 싸운 고난의 길이었다”며 “20대와 30대의 모든 청춘을 오직 민주주의에 바쳤는데 어쩌다 ‘한나라당’이라고 하는 원죄에 갇혀 꼼짝을 못하고 있는 것일까”라고 토로했다.

손 고문은 93년 민주자유당(한나라당 전신) 입당에 대해 “주저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김영삼 정부는 ‘3당 합당’으로 태어난 민자당 정권이 아니었느냐”고 언급한 뒤 “하지만 그동안 고민하고 투쟁해 온 뜻을 현실 속에서 구체적으로 실현하고 싶었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손 고문은 “김영삼 대통령이 문민 대통령으로서 지난 정권과 분명한 차별성을 갖고 있다고 믿었지만 시간이 흘러 차별성은 희석됐다”며 “개혁은 퇴색하고, 과거 군사정권 시절의 수구적, 권위주의적 행태가 되살아나면서, ‘개혁을 위해 나섰다’는 나의 선거 구호도 빛바랜 휴지 조각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때는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너도 한참 건넌 뒤였고, 진영논리에 깊이 빠져들어 있었다”며 “대변인으로서의 손학규는 김대중과 야당을 갖은 논리로 공격하는데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 보였고, 상황논리 속에서 나 자신의 합리화에 급급할 뿐이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스스로를 보수 안의 진보라고 규정하고, 한두 가지 진보적, 개혁적 언행을 방패로 내 안에 자기정당성을 구축하려 했다”면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고, 경기도지사의 위치에 있으면서 행정중심복합도시를 찬성하고, ‘햇볕정책은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만으로 나는 내 마음 속에 책임면제철을 쓰고 있던 것은 아니었나”라고 자성했다.

손 고문은 “나는 이제 책임면제철이라는 내면의 자기옹호를 버리겠지만 과거의 선택을 모조리 부정하는 위선자는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내가 가야할 길이 비록 가시밭길을 맨발로 가야만 하는 길이더라도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라고 자신의 글을 맺었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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