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당대표경선, 이해찬-김한길 ‘역전에 역전’ 박빙 승부

▲ 지난 21일 오후 부산 연제두 국제신문 대강당에서 열린 민주통합동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임시대의원대회에 참가한 김한길, 이해찬 후보가 입장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민주통합당 당대표 경선이 흥미를 더해가고 있다. 현재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국 대의원 순회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경선 판세는 이해찬-김한길 두 후보의 양강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김대중·노무현 정권 창출의 일등공신이라는 점에서 당권을 놓고 지략싸움이 대단하다.

당초 친노(친노무현)계 좌장 이해찬 후보의 독주가 예상되면서 싱거운 결말을 맺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이러한 전망이 깨지면서 승부는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반(反) 이해찬-반(反) 박지원’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김한길 후보가 돌풍을 일으키며 선전, 두 사람이 엎치락뒤치락 승부를 이어가면서 당내 일각에서는 의외의 승부가 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민주통합당 당대표 경선이 중반을 맞고 있다. 당초 예상했던 이해찬 대세론이 주춤하면서 당대표 경선은 이변에 이변을 연출하고 있다. 지금까지 성적표는 이해찬 후보와 김한길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보이고 있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김한길 후보가 내용적인 면에서 이해찬 후보를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후보는 친노색이 짙은 부산(1위)과 친노계 현역의원들의 영향을 많이 받은 광주(2위), 자신의 지역구인 대전·충남(1위)에서 선방했지만 울산(4위), 전남(4위), 대구(3위) 등 여타 지역에서는 큰 지지를 받지 못한 채 지역적 한계를 드러냈다. 반면, 김 후보는 충남(5위)를 제외하고는 울산(1위), 부산(2위), 광주(3위), 전남(1위), 대구(1위), 대전(2위)에서 다득표를 얻으며 고른 지지를 받는 것이 확인됐다.

지난 20일 울산에서 첫 스타트를 끊은 민주통합당 당대표 순회경선에서 김한길 후보는 총 195명의 투표자 가운데 103표(1위)를 얻는 기염을 토했다. 48표를 얻는데 그친 이해찬 후보(4위)를 두 배 이상 따돌리며 그는 이날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이해찬-김한길, 엎치락뒤치락 ‘박빙’

당초 당대표가 유력시됐던 이해찬 후보가 고전하자 정치권은 술렁였다. 일각에서는 이해찬-박지원 연대에 대한 비판여론이 대의원들의 표심으로 연결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으며, 울산 내 정동영계가 김한길 후보를 전폭 지지했다는 후문까지 들리고 있다.

다음날 진행된 부산에서의 대의원투표는 예상대로 이해찬 후보가 1위(353표)를 차지, 전날 울산에서의 패배를 설욕했다. 민주통합당 부산지역위원장 17명 가운데 12명이 친노로 분류될 만큼 부산은 친노진영의 본산으로 꼽힌다. 이해찬 후보에게는 홈구장과 같은 곳인 셈이다. 그러나 김한길 후보의 저력도 만만치 않게 나타났다. 김 후보는 이해찬 후보에 이어 2위(204표)를 했다. 결코 졌다고만은 할 수 없는 결과다.

민주당 전대의 최대 승부처인 호남에서는 김한길 후보가 이해찬 후보를 따돌렸다. 선거 때마다 ‘전략적 선택’을 해온 호남표심이 기존 판세에 적잖은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이면서 투표결과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호남지역 유일 주자인 강기정 후보가 이 지역에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친노계 현역의원이 포진돼 있는 광주에서는 이해찬 후보가 2위(김한길 3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구민주계가 많은 전남에서는 김한길 후보가 1위(이해찬 4위)를 기록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연대의 한 축인 호남에서조차 ‘이-박 연대’에 비판적 시각을 보내고 있다는 점과 친노 독식에 대한 비토가 이 같은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진행된 대구·경북지역 대의원 투표에서도 김한길 후보는 1위(280표)를 차지했다. 그 뒤를 대구출신 추미애 후보(212)가 차지한 가운데 이해찬 후보는 200표를 얻으며 3위를 기록했다.

이어 25일 전개된 대전·충남에서는 이해찬 후보가 1위로 압승하며 또 다시 역전극이 펼쳐졌다. 충남 청양 출신에 세종시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이 후보의 충청지역 우세는 경선 전부터 예견됐던 바다. 반면 김한길 후보는 충남에선 5위를 차지하며 이 후보에게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대전지역에서 2위를 차지하며 건재함을 보였다. 지금까지 진행된 대의원 투표 누적결과 이 후보는 1398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으며, 김 후보는 1193표를 얻어 2위를 기록했다.

‘反이해찬’ 세력의 김한길 밀어주기

이해찬 후보는 부산지역 순회투표 이후인 23일, 김두관 경남지사를 만나 당대표 경선 도움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 회동에 이은 두 번째다. 그러나 이해찬 후보의 당선이 곧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상임고문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는 김 지사의 마음은 편할 리 만무하다. ‘알았다’고 답했지만 이후 그의 행보에 뚜렷한 변화가 없다는 점이 이를 더욱 방증한다.

이런 가운데 김 지사의 후원자인 이강철 전 청와대 정무특보는 김한길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지역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울산과 대구·경북지역 투표결과를 놓고 김 지사 측 물밑 지원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더욱이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손학규, 정동영, 정세균 상임고문이 반 이해찬 기류를 형성하며 김한길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이들이 회동을 갖거나 서로 도움을 요청하지 않더라도 현 상황에서 이심전심으로 김 후보에게 힘을 보탤 수 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이에 대해 김한길 후보의 핵심측근은 기자와 통화에서 “손학규-정동영-정세균 고문 측에서 김 후보를 지원한다는 것을 전해들은 바 있다”며 “공정하게 대선후보 경선관리를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명분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강철 전 정무특보의 김 후보 지지와 관련해 “두 분이 워낙 친하다. 친분관계가 두텁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통합당이 정책대의원으로 친이해찬 성향의 시민단체 인사들을 대거 배정해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24일 정책대의원으로 한국노총 2300명과 시민사회단체인 ‘국민의명령 백만민란’ 200명, ‘내가꿈꾸는나라’ 100명 등 모두 2600명에 대한 대의원 투표를 진행할 것이라 밝혔다.

문제는 정책대의원을 배정받은 두 시민사회단체가 이해찬 후보와 가깝다는 것. 김한길 후보는 “경선 도중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룰이 정해진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라며 반발했고, 윤 사무총장은 “두 단체와 특정후보 간에 연관성을 찾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수도권이 관건... 향후 지역판세는?

25일 현재까지 대전·충남지역 대의원 투표가 진행된 가운데 경남은 김두관 지사, 강원은 손학규 고문, 전북은 정동영·정세균 고문의 대의원 지분이 상당수 표심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들 지역에서 이해찬 후보에 대한 견제심리가 작용할 경우 김한길 후보에 표가 몰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된다.

민주통합당 6.9전대에서 대의원 투표는 30%가 반영되며, 나머지 70%는 당원·시민 선거인단의 모바일투표(6월5~6일)와 현장투표(6월8일)를 합산한 결과를 놓고 당대표를 최종 선출한다. 그런 점에서 승부는 수도권에서 결판날 전망이다. 정책대의원을 포함해 절반 이상의 대의원이 수도권에 밀집해 있고, 1.15전대에서 확인했듯 모바일 선거인단도 수도권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수도권 승부는 예측이 쉽지 않다. 호남에서 저력을 확인한 김한길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는 반면, 이해찬 후보의 인지도나 무게감 그리고 선거인단 동원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1인2표제 방식으로 투표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두 번째 지지표가 어떤 후보에게 쏠리느냐가 당대표 경선의 최대 당략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현재까지 무(無)계파인 김한길 후보가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김 후보의 측근은 “첫 번째 표는 조직적인 오더(주문)에 따라 표가 몰릴 가능성이 있지만 두 번째 표는 대의원들이 후보를 보고 선택하게 된다”며 “두 번째 표를 누가 더 많이 받느냐가 이번 경선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수도권 판세와 관련 “수도권은 매우 합리적이고 명분에 따라 움직인다”고 전한 뒤 “호남에서 어떤 시그널(신호)를 보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수도권에서 기대를 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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