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사태, 야권연대 아킬레스건 되다”

▲ 지난 22일 새벽 통합진보당의 당원명부가 있는 서울 금천구 스마일서브에서 검찰이 서버를 압수하자 당원들이 차량을 막고 유리를 파손하는 등 소란이 일고 있다.<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19대 총선 비례대표 부정경선에서 시작된 통합진보당 사태가 ‘종북 주사파’ 등 사상논란으로 이어지면서 당 안팎에선 ‘바닥까지 드러났다’는 비토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통합당 내부에선 야권연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 문제 또한 당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일부에서는 정권 탈환을 위해서는 야권연대를 해야 하고, 새누리당과의 의석수를 감안하더라도 통합진보당과의 정책연대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또 다른 측에서는 야권연대가 오히려 국민적 역풍을 몰고 올 수 있고, 더욱이 안철수 원장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한 선긋기가 필요하다며 맞서고 있다. 급기야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통해 이 문제를 결정짓겠다고 밝혔다.

통합진보당은 현재 검찰의 압수수색 단행으로 당원명부까지 빼앗긴 초유의 사태를 맞고 있다. 하지만 당권파(당원비상대책위원회)와 비당권파(혁신비상대책위원회)는 이석기, 김재연 비례당선자들의 자진사퇴를 놓고 여전히 날선 공방을 이어가며 국민적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자정능력 잃은 통진당... 민주당 결단 ‘시급’

통합진보당은 전면적은 개혁단행을 통해 내홍을 수습하고 당 안팎의 문제에 적극 대응해 나가야함에도 내부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당 밖의 문제는 감히 엄두조차 내지 못할 상황에 처해 있다. 검찰의 압수수색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니 일각에서는 자정능력을 이미 상실한 만큼 분당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들리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호재’를 맞은 새누리당은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을 싸잡아 비판하며 연대책임을 추궁하고 있다. 특히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의 제명을 공식 제안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에 야권은 ‘정치적 의도’ ‘초법적 발상’이라며 한 목소리로 응수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말을 아끼며 통합진보당의 사태해결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비난의 화살이 민주통합당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시간이 많지 않다. 현재 교통정리가 가장 시급한 부분은 야권연대에 대한 민주통합당의 입장이지만 현재까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속앓이만 하고 있다.

정치 분석가들은 [일요서울]과 전화인터뷰에서 “야권연대를 놓고 민주당이 곤혹스런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통진당 사태가 대선의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도 하루빨리 결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통진당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면 좋겠지만, 현재로선 이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며 “만약 사태가 지속될 경우 야권연대는 깨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은 특히 “민주통합당이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 문제를 매듭짓지 않을 경우 안철수 원장과의 단일화도 난항을 겪게 된다”며 “그렇게 되면 안 원장 스스로 민주통합당과 후보단일화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보수진영, 종북 관련 안철수 입장표명 요구할 것”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지난 25일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새누리당은 현재 꽃놀이패다. 호재를 잡고 있다”고 운을 뗀 뒤 “대선을 앞두고 통합진보당 사태가 상당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태가 대선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전했다.

그는 “안철수, 문재인 등 야권의 유력 대권후보들이 새누리당과 보수언론 등으로부터 종북문제에 대한 입장표명을 끊임없이 요구받을 것”이라며 “안철수 원장은 북한문제에 대해 그간 보수적 입장을 견지한 것이 사실인 만큼 통합진보당 사태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야권연대와 관련, “지난 총선에서 알 수 있듯 보수와 진보가 거의 박빙이다. 양측 모두 어느 하나라도 아쉬운 상황에서 민주통합당이 야권연대를 포기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민주당의 선 긋기는 정치적으로 매우 복잡한 사안”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안 원장은 민주통합당이 어서 빨리 이 문제를 정리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것”이라며 “만약, 야권연대에 대한 입장정리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안 원장도 매우 곤혹스런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해찬, 김한길 두 사람 중 민주통합당 당대표에 누가 되느냐에 따라서 야권연대의 양상도 달라질 수 있다”고 언급한 뒤 “친노인 이해찬 후보는 연대에 좀 더 적극적일 것이며, 동교동계에 가까운 김한길 후보는 야권연대에 신중한 태도를 견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통합진보당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에 대해서는 “검찰수사가 여론을 등에 업고 진행되는 만큼 빠르고 단호하게 전개될 것”이라며 “어쨌든 통합진보당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큰 상황에서 검찰 수사를 바라는 국민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일침 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자정능력 잃었다… 내부변화 쉽진 않을 것”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지난 25일 기자와 통화에서 “통합진보당이 당내 상황을 말끔히 처리하면 좋겠지만 결코 쉽진 않을 것”이라며 “어쩔 수 없이 이번 사건이 대선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통합진보당 새로나기 특별위원회가 국민의 눈높이에서 이념적 문제까지 다루겠다고 밝혔고, 민주통합당 역시 의총을 통해 야권연대 문제를 결정짓겠다고 한 만큼 좀 더 두고 볼 필요가 있다”면서 “다만, 민주통합당은 의총에서 어떤 결론에 이르지 못할 경우 선긋기 때를 놓쳤다는 당내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야권연대가 안철수 원장에게 끼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 “안 원장이 이념이나 사상에 치우친 사람이 아니라는 점에서 야권연대 문제는 안 원장과 크게 상관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후보단일화도 막판에 할 가능성이 높고 야권진영의 문제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상태에서 단일화가 추진될 것이기 때문에 이로 인한 안 원장의 타격은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
“통진당 사태, 안철수 원장에게 유리”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 24일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통합진보당이 자정노력을 했더라면 대선정국은 야권에게 더욱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자정노력도 하지 않았고, 검찰이 나서면서 일은 더욱 커졌다”며 “민주통합당도 검찰수사 전에 선을 그었어야 했는데, 이제는 그 시기를 놓쳤다”고 꼬집었다.

신 교수는 민주통합당 유력 당권주자인 이해찬, 김한길 후보를 언급하며 “이해찬 후보는 야권연대에 긍정적인 반면, 김한길 후보는 통합진보당과 선을 긋고자 한다. 좀 더 중도의 길을 걷고자 한다”며 두 후보에 따른 야권연대의 방향성을 짚기도 했다.

이밖에도 통합진보당 사태와 안철수 원장과의 역학관계를 묻는 질문에 “상황이 극한으로 갈수록 안 교수는 오히려 더 강해지고 유리한 입장에 놓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도층이 이탈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대권후보에 대한 선택의 여지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에서 안 원장에 대한 지지층은 두터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희웅 KSOI 실장
“통진당, 더 이상 함께 갈 수 없을지도…”

윤희웅 사회여론조사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지난 2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김정은 체제 이후 북한의 불안정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통합진보당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적 거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권연대의 아킬레스건은 북한문제인데, 이번 사태로 이 문제가 보수의 집중공격을 받게 됐다”며 대선정국에서 이념적 프레임이 더욱 굳혀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종북세력 등 당내 문제가 정리되지 않는다면 지난 총선이나 지방선거와 같은 연대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합진보당의 부정적 인식이 민주통합당에게도 그대로 전이될 수 있다”며 “민주통합당 내부에서 야권연대를 파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 실장은 “대선에서는 중도층의 투표참여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야권과 가까운 안철수 원장은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언급한 뒤 “안 원장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보수진영 뿐만 아니라 무당층에서도 안 원장을 검증하려 들면서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진보정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더욱 커졌다”며 “특정정파와 특정인물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시 통합진보당의 대중적 관심도는 계속해서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중정당으로서의 이미지 구축이 어려워질 경우 유시민 전 공동대표를 비롯한 비 당권파는 더 이상 함께 갈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며 분당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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