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규 리스트 진실공방 삼화저축은행 사태까지 가나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박지원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간의 로비스트 박태규를 둘러싼 공방이 당 차원으로 확전 양상을 보이는가 하면 치열한 설전과 고소전을 벌이고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성명 미상의 친박계 국회의원 1명과 박근혜측 인사 1명을 각각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 중앙지검에 고소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3일 박지원 원내대표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것에 따른 맞불 작전이다.

박 전 위원장과 박 원내대표 양자 간 직접 고소고발을 넘어 측근으로까지 법적 공방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박 원내대표가 박 전 위원장의 ‘박태규 접촉설’을 제기한 것은 삼화저축은행 사태를 박 전 위원장과 연결하기 위한 정지 작업 성격이 강하다는 관측이 많다. 이와 관련, 야권은 최근 광범위하게 자료를 수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초 저축은행사태의 ‘신호탄’이 된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 당시 이 저축은행의 신삼길 회장과 박 전 위원장의 동생인 박지만 씨가 상당한 친분을 유지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됐다. 당시 야권은 신 회장이 박 씨를 고리로 정·관계에 구명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23일에도 “복수의 인사들로부터 박태규씨가 박 전 위원장과 여러 번 만났다는 애기를 들었다”며 “박씨가 박 전 위원장을 만나 저축은행 로비에 관한 얘기를 나눴는지 여부를 검찰이 밝혀내야 한다”고 정면 대응했다.

박 원내대표는 “박태규씨와 관계된 삼화저축은행 사건에 이미 박근혜 전 위원장의 동생 되는 박지만씨와 부인 서양희씨가 관계돼 있다”고 추가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박지만씨가 신삼길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 “친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고, 뒤이어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은 “본인이 확실히 밝혔으니 그걸로 끝난 거죠”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지만씨의 부인 서향희 변호사는 영업정지 전까지 삼화저축은행의 고문 변호사를 지낸 것으로 알려져 의혹이 일었었다.

‘만남 자체’ 틀에 갇힌 박근혜

박지원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광주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박근혜 전 위원장이 박태규씨와 여러 차례 만났는데 이 만남이 저축은행 로비에 어떤 작용을 했는지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은 즉각 반응했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21일 박 원내대표와 이런 사실을 방송에서 언급한 나꼼수의 김어준, 주진우 기자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박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22일 “(박태규씨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고, 만난 적도 없는데,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해서 허위로 네거티브를 하고 있다”며 “정치 지도자나 언론은 국민한테 진실을 얘기해야 하는데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 법적인 조처를 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이 ‘네거티브 공세’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것은 맞지만 자칫 ‘박지원의 덫’에 걸려든 것 아니냐는 것이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박태규씨가 여야 유력 정치인들을 수시로 만났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 박 전 위원장이 ‘전혀 모르는 사람이고 만난 적도 없다’라고 발언한 것은 우려스럽다”면서 “어떤 자리에서든 만났다는 사실 자체가 알려진다면 대세론에 치명타를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흥미진진한 일이 벌어질 것 같아 기쁘다”며 “나꼼수 주진우 기자가 취재원의 육성녹음을 가지고 있고 저도 복수의 유명인사가 진술해 준 내용이 있다”며 되받아치기도 했다.

당 대 당 확전 양상

박근혜-박지원이라는 개인의 싸움에서 완전히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차원으로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 차원의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박 전 위원장의 최측근인 이정현 의원이 23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갖고 있는 관련자료를 지체 없이 즉각 다 공개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국민은 민주당을 거짓말만 일삼는 형편없는 집단으로 볼 것”이라고 말해 민주통합당을 거론하기에 이르렀다.

이 의원은 또 “국민은 민주당을 당 대표까지 앞장서 허위사실을 유포하면서 네거티브를 일삼는 질 낮은 사람들이 모인 정당으로 취급할 것”이라고 발언의 수위를 높였다.

그러자 민주통합당 이규의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박 전 위원장에게 ‘수첩공주’에 이어 ‘고소공주’라는 새로운 별칭마저 생길 것 같다”며 “아마도 ‘고소공주’라 했다고 이 마저도 고소할 듯 싶다”며 한층 발언의 수위가 감정을 건드리는 방향으로 내달렸다.

이에 이정현 의원은 “박지원 민주통합당 비대위원장은 깐족거리지 말고 증거를 제시하라”고 비난했고, 다시 민주통합당은 “대변인까지 한 사람이 야당 대표의 의문 제기에 대해서 막말을 한 데 대해서 분개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급기야 24일에 이르러서는 이 싸움에 발을 담그는 사람들이 더 늘어났다.

서병수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진술과 육성을 가지고 있다면 즉시 검찰이나 언론에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박 위원장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듯 말해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며 “대선을 앞두고 상대당의 유력 대통령 후보를 흠집 내기 위한 것이다,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는 현행법으로 당연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민주당 이규의 수석부대변인도 이날 다시 논평을 내고 “시한폭탄으로 등장한 박 전 위원장과 박태규씨의 만남이 검찰의 수사로까지 이어지면 박 전 위원장이 검찰에 가서 사실여부를 밝히면 되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상식을 뛰어넘어 박지원 비대위원장을 끌고 들어가려는 박근혜 위원장 측의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에 아연 실색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맞받아쳤다.

이 수석부대변인은 “야당 대표의 문제 제기에 홍위병처럼 과잉 행동을 보이는 모습이 국민들 눈에는 정치적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비춰진다”며 “(해당 의혹 관련) 검찰 수사에 영향을 주려는 모습으로도 비춰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오늘 박범계 법률부대표가 박근혜 전 위원장과 박태규 씨가 만났다는 사실을 증언한 사람이 있고 관련 녹취록을 갖고 있음을 검찰에 밝혔다”며 “고발인은 민주당이고 피고발인은 성명불상의 두 사람, 혐의 내용은 허위사실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 착수

검찰도 박 전 위원장이 지난 21일 박 원내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수사에 발 빠르게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은 박 전 위원장의 박 원내대표 고소 사건을 형사4부(부장검사 허철호)에 배당하고 박 전 위원장 측의 법률대리인을 고소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하고 박태규 씨와 만났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박 원내대표가 박 전 위원장의 고소에 맞서 무고로 맞고소를 할 것이란 소식도 들리고 있어 로비스트 박태규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지금보다 더 확산될 것이란 전망도 대두되는 상황이다.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 박근혜-박지원 둘 중 한명은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된다. 박태규 씨와의 만남이 사실이면 박 전 위원장은 원칙과 신뢰를 중시한다는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고 반대로 사실이 아니면 박 위원장은 허위사실을 폭로한 것이 된다. 진실은 곧 밝혀질 것이다.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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