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와 선 긋기-문재인 ‘공동정부론’ 제동

안철수 서울대융합기술대학원장이 ‘개인 언론담당 창구’로 유민영 전 청와대 춘추관장을 선임한 것을 두고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안 원장이 ‘김근태-노무현-박원순’ 인맥을 자랑하는 유 전 춘추관장을 사실상 대변인에 선임한 것은 새누리당과의 선을 확실히 그음과 동시에 ‘문재인發 공동정부론’에 대한 간접적인 답변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안 원장이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는 별개로 본격적 대선 행보를 준비하는 것이라는 해석과 함께 최근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의 러브콜에 대한 확실한 스탠스를 보여준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안 원장이 대선 출마를 위해 지금까지 개인적 친분에 의한 협소한 대인 관계를 ‘정치적 관계’로 범위를 넓혀가는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안철수 원장은 안철수 기부재단 초대 이사장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오른팔 역할을 했던 여성 운동권 원로 박영숙 이사장을 기용한데 이어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춘추관장을 지낸 유민영 한림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를 자신의 ‘입’으로 선임했다.

유 전 춘추관장의 이력을 살펴보면 안 원장의 안갯속 행보에 대한 실마리가 조금은 풀릴 것으로 보인다.

유민영, GT계-참여정부-박원순 캠프 이력

유 전 관장은 고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의 비서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유 전 관장은 지난 해 말 김 고문의 장례 당시 대언론 창구를 맡기도 했다. 안 원장이 GT계와의 연을 넓혀가기 위한 사전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안 원장은 지난 총선 과정에서 도봉갑에 출마한 김근태 고문의 부인인 인재근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하기도 했다.

안 원장은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김근태 선생과 인재근 여사에게 너무 많은 빚을 지고 있습니다. 인재근 여사의 삶에 더 이상의 아픔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용기있고 신념을 가진 여성, 인재근과 함께 도봉의 새로운 미래가 열리기를 기원합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유 전 관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기획단 선대위 홍보팀 부장을 거쳐 참여정부 5년 동안 연설기획비서관실 행정관, 춘추관 선임행정관, 춘추관장 등 홍보-기획 파트 전문가로 활약했다.

유 전 관장은 이인영, 유은혜 당선자 등 김근태계 당선자들은 물론 강금실 전 장관 등 참여정부 출신 핵심 인사들과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원장이 친노 인사들과의 가교 역할을 위해 유 전 관장을 택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 유 전 관장은 지난 25일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안철수 원장이 나를 통해 언론의 창구를 연 것이지 그렇게 정치적으로 해석할 단계가 아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또한, 유 전 관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피크15 커뮤니케이션스를 창업, 2010년 지방선거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일부 인사들의 홍보를 자문했다. 특히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박원순 후보의 메시지를 총괄하는 등 핵심적 역할을 수행했다. 송호창 당선자 등 박원순 시장 측 인사들과도 가까운 이유다. 안 원장 역시 지난 총선에서 인재근 당선자를 제외하고는 송호창 당선자에게만 지지의사를 밝혔었다.

이렇듯 안 원장의 ‘유민영 카드’는 향후 ‘야권 대선후보와의 연대’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볼 수 있다. 유 전 관장은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냈던 통합진보당 천호선 전 대변인과도 손발을 맞춘 이력이 있다.

게다가, 최근 박영숙 안철수재단 이사장이 민주당 김현미·김상희·유은혜 당선자 등 여성 정치인들과 여성 시민단체 인사들을 경기도 일산 자택으로 초청해 식사를 함께한 것으로 알려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왜 지금 대변인을?

이렇듯 안 원장이 ‘개인 언론담당 창구’로 유 전 관장을 택한 것은 새누리당에 확실한 시그널을 주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있다.

새누리당은 최근까지 “안철수 원장이 이념적으로 특별하게 어느 쪽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면서 지속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특히 최근에는 친박 핵심인 이한구 원내대표까지 “(안 원장이) 정치에 관심이 있으면 새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새롭게 변화하는 새누리당으로 오면 아주 좋겠다고 생각한다. 안철수 원장이 우리 당을 도와준다면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데 큰 힘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적극적 영입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한 답이라는 것이다.

‘김근태-노무현-박원순’으로 이어지는 인맥을 지닌 인사를 자신의 ‘입’으로 내세운 것은 더 이상 구차한 러브콜을 보내지 말라는 신호라는 것이다.

또한, 문재인 상임고문의 ‘공동정부론’에 대한 답도 함께 들어있다는 관측도 있다. 유민영 전 춘추관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문재인 고문은 내가 청와대 재임 시절 비서실장으로 계셨다는 것 외에 특별한 친분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서 “일부 언론에서 나오는 ‘안철수-문재인’ 가교 역할을 위함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김창권 한길리서치 대표도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민주당 전대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나온 안 원장의 대변인 발표는 문재인 고문의 ‘공동정부론’에 제동을 건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30일 부산대 특강

한편, 안철수 원장은 오는 30일 오후 7시 부산대 실내체육관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이란 주제로 지역대학생들에 강연할 예정이다.

그의 강연에 각종 관측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대변인’ 역할을 하는 유민영 전 관장은 “부산대총학이 지난 4월 요청했던 것인데 빠듯한 일정으로 성사되지 못했다가 이번에 일정이 잡힌 것”이라며 “지금까지 해온 강연의 연장일 뿐”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안 교수의 이번 강연은 기존 특강의 연장선상으로 정치적 내용은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치권은 그의 이번 행보를 사뭇 예의주시하는 형국이다.

정가에선 안 원장의 강연정치 재개가 본격 대선국면 진입시점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차기스텝용 포석이란 해석을 내놓는다. 더욱이 부산은 안 교수의 고향인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게다가 5월 30일이 19대 국회 개원일이라는데도 의미심장하다.

안 원장이 밝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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