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4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이었다. 연등행사에 등을 든 불자들 마음이 어땠을까, 최소한 마음이 편치는 못했을 것이다. 우리 사는 세속이 부처님 오시기 싫은 세상이 됐다. 한 열흘 전부터 부처님 모신 절을 찾아 절터 곳곳에 가족들 복을 비는 등을 불사한 신자들 마음이 또 어땠을까.

최근 불교계 폭로 난타전을 보며 스님들이 그 모양인데 많은 불교 신자들이 불교 신자라고 말하기가 부끄럽다는 생각을 가졌을 것이다. 아무리 절에 부처님 보고 가지 중 보고 가는 게 아니라지만 말이다. 계획된 폭로전 말고도 사찰 법당에서 ‘도리짓고땡’ 도박을 하던 승려와 가정주부들이 대거 입건되는 기막힌 뉴스가 나오고 승려들의 은처(隱妻) 문제가 불거졌다. 더 충격적인 것은 불교 내부의 기절할만한 궤변 논리다.

조계종 호법부장 서리라는 스님이 “화투는 일부 스님들의 치매 예방을 위한 놀이문화”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더 큰 분노를 샀다. 불교 내부의 뿌리박힌 계파갈등과 자리다툼이 역겹기 가 그지없다. 이번 폭로의 이면에는 백양사 주지 자리를 둘러싼 갈등이 있었다. 어느 시대에나 권력에서 소외 되고 배제당한 측이 있게 마련이다.

이 권력투쟁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판을 뒤집을 수 있는 무혈의 전술이 폭로전뿐이다. 이번 사단에는 개혁 성향으로 평가되는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출신 젊은 승려들이 요직을 맡은데 대한 불화요인이 컸던 것 같다. 사회 전반에서 좌파나 진보성향 인사들의 비중이 커지는데 불교계인들 예외일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개혁을 부르짖는 사람들이 더 부도덕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겉으로 개혁하고 속으로 잿밥 챙기는 양두구육(羊頭狗肉)이 세상을 휘젓고 있다. 스님들까지 스스로 부처님을 욕보이고 신자들의 기대를 짓밟는 반사회적 범죄를 일삼을 지경이면 볼장 다 본 세상이다. 조계종이 스님들의 계율정신을 회복하고 현대적 계율확립을 위한 특별기구로 ‘승단범계쇄신위원회’를 만들었으나 얼마나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 회의적이기만 하다.

폭로자의 신분이나 그 동기가 순수해 보이지 않기 때문에 회의적 시각이 더할 수밖에 없다. 성철 스님은 생전에 “출가자에게는 철저한 걸사(乞士)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설파했다. 무소유를 근본으로 옷 한 벌 밥그릇 하나뿐인 출가의 본분을 깨달아야 한다는 말씀이다. 조계종 진제 종정스님 말처럼 옆을 내다보지 않고 ‘나도 위대한 부처가 되겠다’는 확고한 심념을 가진 자만이 속세에 물들지 않는 법이다.

종교의 세속화는 불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회 운영권 다툼 같은 종교 타락 실체가 꾸준하게 드러났다. 종교가 ‘돈’과 ‘권력’이라는 두 바퀴의 수레를 타고 위태로운 질주를 해온 것이다. 조계종 총무원의 권력화, 종회 계파의 권력다툼, 재정 불투명, 승려의 세속화, 사찰의 기업화 문제가 제기된 지도 오래다.

그동안 종단 내 자정과 쇄신 노력이 있어 온 것이 사실이지만 별 성과를 내지 못했다. 불자로써의 마음을 비우지 못해서였다. 이번 불교사태 역시 어찌어찌 수습되더라도 또 얼마 안가서 다시 야단법석을 일으킬 불씨가 여전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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