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변호사가 서울 시장으로 작년 10월 26일 당선돼 취임한지도 반년이 지났다. 적지 않은 시민들은 그가 행정경험이 없는데다가 좌편향 운동권 변호사였다는 데서 우려 반 기대 반으로 교차했다. 그러나 박 시장의 반년 행적은 기대보다는 우려를 더 자아냈다. 그는 세계 13대 경제 대국의 수도이며 국제화된 1000만 서울 시정책임자라기 보다는 아직도 운동권 변호사 습성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감을 금치 못하게 한다.

 박 시장은 대학 시절 시위에 참가했다가 제적되고 투옥돼 4개월간 복역했다. 군복무는 6개월 방위병으로 마쳤다. 그는 검사 생활도 1년 만에 떠났고 변호사로는 주로 이념 및 노동과 관련된 변론을 맡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참여연대, 2000년 총선의 낙천·낙선 운동, 아름다운재단, 희망제작소 등을 창립했거나 적극 참여했다. 그는 반기업 정서, 국가보안법 철폐, 친북 언행, 등을 감추지 않았다.

박 시장은 작년 11월 29일 국무회의에는 나가지 않고 4대강 살리기 반대 시민단체 행사에 참석했다. 그해 12월 북한 김정일이 급사하자, 그는 김의 조문과 관련, “정부가 자치단체의 조의 표명을 막아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밝혔다. 아웅산 묘소 폭탄테러, 천안함 격침, 등을 자행한 원흉에게 조의를 표명하지 못하게 했다는 것은 잘못이었다는 종북 발언이었다.

그는 작년 11월 대학생들에게 “등록금 인하투쟁 백날 해도 안 되는데 왜 철폐투쟁 안하느냐”며 ‘투쟁’을 선동했다. 서울 시장이 아니라 반체제 운동권이나 내뱉을 말이었다.

박 시장은 올 4월 서울대에서 행한 강연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감옥에 가고, 사형판결을 받아서 죽어가고 있을 때 서울법대생 뭐했나. 저는 (감옥에 간 것을) 너무나 다행인 것으로 생각한다”고 자랑했다. 서울 시장이 대학생들에게 공부 열심히 해 법과 질서를 준수하며 국가를 지켜주는 기둥이 되라는 말은 하지 않고 실정법을 어기고 감옥에 가고 사형판결을 받는 것이 ‘다행’인 것으로 들리게 했다. 반체제 의식교육을 한 것과 다름 없다.

박 시장은 ‘스승의 날’엔 학교폭력이 “성인들“ 탓이라고 했다. 그는 5월15일 서울의 한 중학교를 방문, 중학생들 앞에서 “학교폭력 참 이해가 안 가요”라며 ‘성인들’ 잘못이라고 공언했다. 물론 폭력을 유발케 하는 어른들의 사회 환경에도 잘못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스승의 날 중학생들 앞에서 학교폭력이 성인들의 잘못이라고 밝혔다는 것은 선생님을 비롯한 성인들에 대한 공경심 대신 불신을 조장할 수 있는 반교육적 말이 아닐 수 없다. 

박 시장은 서울 지하철 불법파업을 주도했다가 실형을 선고받고 해고된 석치순 씨를 서울도시철도공사 기술본부장에 내정한 것으로 16일 보도됐다. 석 씨는 불법노조 활동으로 1999년 징역 1년6월 실형 선고를 받고 해고됐다. 그는 작년 서울 시장 선거 때 박 시장의 선거대책본부 노동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공을 세웠다.

석 내정자의 실질적인 지하철 근무는 11년 정도라고 한다. 기술본부장 자리는 전문기술자만이 맡는 직책으로 20여 년의 경력이 필수적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시장은 석 씨를 내정했다. 이념 편향 코드에 따른 막가는 ‘보은 인사’라는 비난을 면 할 수 없다.

박 시장의 국무회의 불참과 정부 사업 반대집회 참석, 김정일 조문 참가 지지, 등록금 철폐 투쟁 선동, 대학생의 감옥 행 미화, 학교폭력의 성인 탓, 징역살이 한 해직자의 요직 기용, 등은 그가 합리적 판단력을 결여했거나 아직도 운동권 변호사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엿보게 한다. 박 시장은 교조주의적 이념 코드와 ‘보은 인사’에 갇힌 시장이 되지 말고 1000만 서울 시민을 위한 열린 시장으로 다시 태어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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