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바람피웠다” 소문 퍼뜨려, 쌍방 위자료 판결

▲ <사진자료=뉴시스>
[일요서울|고은별 기자] 남편 내연녀의 직장 홈페이지에 ‘승무원이 유부남과 사적인 관계를 맺어 가정이 파탄났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린 여자는 내연녀에게 정신적 고통을 줬기에 위자료를 줘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다만 재판부는 남편과 부적절한 관계를 지속한 내연녀도 여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선고했다.

2005년 결혼한 주부 김 모(35)씨는 결혼 3년 만인 2008년 6월 남편(42) 컴퓨터에서 남편이 스튜어디스 최 모(40)씨와 함께 찍은 사진을 발견했다. 김 씨는 남편을 닦달해 최 씨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아낸 뒤 남편과의 관계를 추궁했다. 또 최 씨가 승무원으로 일하던 A 항공사 홈페이지 게시판에 ‘A 항공사 승무원의 실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 씨는 글에서 “승무원이 목적지에 도착해 개인적으로 손님들과 만나 사진을 찍고, 연락처를 주고받고, 너무 문란하다. 한 승무원의 행동으로 한 가정이 깨지게 생겼다”며 남편과 최 씨가 함께 찍은 사진을 첨부했다. 결국 이 사건으로 항공사를 나온 최 씨는 다른 항공사로 직장을 옮겨 부산으로 이사 갔다.

그러나 화가 풀리지 않은 김 씨는 최 씨에게 수차례 전화를 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연락을 계속 했다.

이듬해인 2009년 3월 최 씨가 실수로 자신의 휴대전화에 “시계 선물해줘서 고맙다”라는 문자를 보내자 김 씨는 최 씨의 새 직장 B 항공사 홈페이지에 또다시 “A 항공사에서 저의 남편과 눈이 맞아 동거하던 중 사실이 밝혀져 회사에서 잘린 최 씨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남편과) 부산에서 부부행세를 하고 있다”라는 글을 올렸다.

지난 2010년에는 최 씨가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자 김 씨는 B 항공사 사무실에 찾아가 “최 씨의 연락처를 알려 달라”며 최 씨가 전 직장을 그만둔 경위를 직원들에게 설명했다.

또 김 씨는 B 항공사의 비행기를 탄 뒤 ‘B 승무원, 유부남과 눈 맞아 A 항공사에서 잘렸는데 B 항공사에서 일하고 있다. 후배들이 뭘 배우겠나’라고 적은 메모지를 비행기 주방에 붙여놓기도 했다.

이러는 동안 김 씨의 남편은 최 씨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았고, 부산에 있는 최 씨의 집을 찾아가 잠을 자기도 했다. 결국 김 씨는 최 씨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 위자료 5000만원을 요구했다.
 
부산가정법원 이준영 판사는 “최 씨는 배우자가 있는 사람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았고, 김 씨에게 잘못 보낸 문자메시지 또한 김 씨의 남편에게 보내려던 것으로 보인다”며 “최 씨는 김 씨에게 위자료 7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다만 재판부는 김 씨에게도 최 씨의 명예를 훼손한 책임을 물어 위자료 200만원 지급 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김 씨는 소송절차 등을 통해 최 씨에게서 입은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었는데도 최 씨의 회사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고, 최 씨는 이로 인해 계약해지를 당했다”며 “김 씨는 반복해서 최 씨의 명예를 훼손했고, 전화연락 등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게 했으므로 최 씨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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