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보름사이 300여 명 무참히 학살

▲ 시리아 홈스주(州) 북서부 훌라에서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집단학살에 희생된 사람들의 시신이 담긴 사진을 한 시민기자가 샴 뉴스 네트워크를 통해 공개했다. <훌라=AP/뉴시스>

[일요서울l강휘호 기자] 국제사회가 이렇다 할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시리아에서 처참한 ‘대규모 학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훌라에서 친정부 민병대가 주민 108명을 잔혹하게 살해했던 ‘훌라 학살’과 27일 33명의 목숨을 앗아간 ‘하마 학살’에 이어 지난 6일 다시 한 번 하마에서 친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계 군인들이 어린이와 여성을 포함, 최대 100명을 죽인 대학살이 벌어졌다.

참극의 장본인 친 알 아사드 샤비하 민병대

AFP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최대 반정부 단체인 시리아 국가위원회는 이날 친 알아사드 군인들이 하마의 알쿠바이르 마을에 갑자기 난입한 후 100명을 살해했다.

반정부 진영 대표기구인 시리아국가위원회(SNC)측은 “피해자 가운데 여성 20명과 어린이 20명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하마는 1982년 알아사드 대통령의 아버지 하페즈 알아사드가 정권에 저항하는 시민 2만 여명을 몰살했던 지역으로 반정부 수니파 무슬림 세력이 강한 지역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이번 학살이 ‘훌라 참극’ 당시와 똑같은 양상으로 전개됐다는 점이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가 밝힌바 시리아 정부군은 탱크를 동원해 마을 한 농장을 포위한 뒤 친(親)알아사드 민병대인 샤비하가 개입해 주민들은 즉결 처분했다.

SOHR은 또 “샤비하는 여성과 어린이를 구분하지 않고 근거리에서 조준사격하고 칼로 찔러 죽였다. 희생자 중에는 두 살이 채 안 된 아이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고, 이들은 시신을 불태웠으며 시신 중 일부를 가져 가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학살을 주도하고 자행한 샤비하 민병대는 알아사드 대통령이 속한 시아파 분파인 알라위파 주민들로 구성돼 있다. 각 지역에서 수니파 주민 등에 대한 보복 공격을 일삼으며 시리아 사태를 내전 양상으로 끌고 가고 있는 장본인이 바로 이 사설 군사조직이다.

샤비하 민병대는 정부를 대신해 무차별적인 학살극을 주도하고 있다. 이에 시리아 국가위원회와 인권감시단 측은 “유엔이 감시단을 즉각 파견해 사태를 조사해 줄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시리아 정부는 ‘훌라 학살’과 마찬가지로 이번 사태 역시 정부와는 관계없이 외국 군대의 개입을 부르려는 테러집단의 소행이라고 발뺌하고 있다.

다만 시리아 국영TV는 이날 군인들이 주민의 요청에 따라 알쿠바이르의 테러리스트 거점을 공격했고, 그 뒤 시신 몇 구를 발견했다고 전했을 뿐이다.

이처럼 처참한 학살극이 거듭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는 여전히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군사개입에 선을 긋고 있는 미국은 경제적 제재 방안만 내놓기 급급한 모습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6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아랍 및 유럽 15개국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시리아 정권의 경제적 생명선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사 개입에 대해서는 일말의 언급도 하지 않았다. 

또 러시아와 중국은 국제사회의 시리아 사태 개입에 반대한다은 입장을 천명해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공동성명을 내고 “시리아에 대한 국제사회 개입과 정권 교체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코피 아난 ‘시리아 사태’ 멈출 마지막 카드 제시

▲ 훌라 학살로 국제 사회의 분노가 비등한 가운데 지난달 28일 코피 아난 특사가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다마수커스에 도착,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다마수커스=AP/뉴시스>

유엔 사무총장을 역임했던 코피아난 유엔 아랍연맹(AL)특사는 시리아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를 제시했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은 7일(이하 현지시간) “아난 특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출석해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한 각국간 연락그룹을 제안할 예정”이라는 보도를 쏟아냈다.

아난 특사가 제안한 연락그룹에는 러시아, 중국,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을 비롯해 시리아와 종파적 관계가 얽힌 걸프 지역 국가(사우디, 카타르, 터키)와 이란 등이 포함된다.

이를 이용해 5개 상임이사국 사이의 교착상태를 해소하고 앞서 자신이 제안했던 ‘6개 평화안’을 관철한다는 것이 아난의 계획이다.

연락그룹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시리아 정부와 반정부세력 모두 아난의 평화안을 거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평화안은 즉각적인 폭력 종식과 이행당사자들 사이 대화 착수, 민간인 거주 지역으로부터의 정부군 철수 등 6개항을 포함하고 있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평화안의 궁극적인 목적은 알 아사드 대통령의 퇴진 및 정권교체다. 이를 달성하려면 러시아를 포함해 시리아 주변 이해당사자(아랍국가)들의 유기적인 참여가 필수”라고 언급했다.

그동안 정부세력은 우방국 러시아와 밀월관계를 맺으며 아난의 평화안을 배제해왔다. 러시아도 ‘국제사회의 섣부른 시리아 개입은 사태를 악화시킨다’며 선을 그었다.

또 다른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국도 러시아와 같은 입장에 서왔다. 시리아 반정부세력은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에 정치적인 이유뿐 아니라 종파적인 문제로도 갈등을 빚어 아난의 중재안에 난색을 표해왔다.

특사의 발표 직후 미국은 "이란은 시리아 위기를 악화시키고 있다"며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수잔 라이스 유엔 주재 미 대사는 "폭력을 일삼는 시리아 정권을 지지하는 이란이 단체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없다"며 "우리는 이란이 시리아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프랑스와 영국도 6일 이란을 포함한 시리아 회의를 개최하자는 러시아와 중국의 제안에 "시리아 사태 해결과 관련해 어떠한 국제 활동에서 이란이 포함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반대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아난 특사 제안이 가치있는 아이디어라고 평가를 내렸으나, 어느 국가가 참여할지에 대해선 확정짓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번 아난의 시리아 평화안도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제사회는 시리아 학살 참극에 이래저래 '눈 뜬 장님'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hwihols@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