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 “언론 책사, 최시중 곧 죽어도 고(Go)”

3월 17일 국회 문방위에서 열린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청문회에서 민주당 김재윤 의원이 최후보를 둘러싼 부동산 투기 의혹을 재기하고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연임 문제가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그동안 최 후보자는 정권의 언론장악 ‘선봉장’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정치권과 언론이 그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하는 이유다. 최 후보자의 연임은 상당한 정치적 의미를 가진다. 최 후보자는 후반기 국정운영을 매끄럽게 이어가기 위한 정권과 언론의 가교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메이저 언론사의 역할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당 등 야권은 최 후보자의 연임을 ‘결사항전’의 자세로 저지하겠다고 나섰지만 쉽지는 않아 보인다. 최 후보자에게 쏠린 ‘역할론’을 따라가 봤다.

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지난 3월 17일 열렸다. 하지만 실속은 없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2008년 제기된 의혹만 반복 재생산될 뿐이었다.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제기한 의혹에 대해 추진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여당 의원들은 후보자 자질 검증보다는 야당 의원들이 제기한 의혹을 대신해 반박 해주는 모습을 보였다.

야당 의원들은 부동산 투기, 아들에 대한 재산 증여 및 탈루 의혹, 그리고 고의 병역면제와 이를 위한 위장전입 등의 의혹을 집중 적으로 캐물었다.


인사청문회 이슈 재탕 ‘시간 때우기’

특히 이날 야당 측은 최 후보자가 기자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을 만나 골프를 친 사실을 거론해 주목을 끌었다. 부동산 개발 정보를 취득한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까지 발전했다. 김재윤 민주당 의원은 “1988년 8월 전두환 전 대통령과 골프를 치면서 얻은 개발정보로 부동산 투기를 한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

최 후보자는 펄쩍 뛰며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투기를 생각하지 않으며 살아왔고 지금도 그렇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아들에 대한 증여 및 탈루혐의 등에 대해서도 추궁이 이어졌다.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은 국세청 자료를 증거로 제시하며 최 후보자 아들의 탈루 혐의를 제기했다. 최 후보자는 “탈루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사실 관계를 조사해 문제가 있다면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했다.

아들에 대한 병역 문제에 대해 최 후보자는 “고3 때 사진을 보면 담임선생님이 적게 보일 정도”라며 “군대에 가지 않으려고 체중을 불려 신체검사를 했다니 안타깝다”며 부인했다.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선정 과정에 대한 의혹 제기도 잇달았다. 종편심사가 부실했다는 것. 장병완 민주당 의원은 “다함이텍이 종편사업자 선정이후 80여일이 지나서야 이사회 결의를 했다”며 “2대주주의 이사회결의문도 첨부하지 않은 동아일보를 종편 사업자로 선정한 것은 명백한 특혜”라고 주장했다.

방통위는 이에 대해 해명자료를 제출했으나 이사회 결의서가 양해각서 수준에 대한 논란이 계속 이어졌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방통위가 소위 야당 측 질의에 대응하는 ‘청문 시나리오 문건’을 여당 측 보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동안 설전이 오갔다. 청문회는 이날 11시 45분께 최 후보자의 ‘마무리 발언’으로 ‘용두사미’로 종료됐다.


최시중 연임 이후 종편채널 앞날은?

최 후보자의 연임 문제와 관련된 가장 큰 현안은 종편채널과 관련된 정부정책이다. 야당 측은 보수 언론사들이 대거 종편사업자에 선정되면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종편 심사 과정에서 탈락한 언론사들 역시 새롭게 짜여질 언론의 ‘파워게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 후보자는 종편 사업자에 대한 지원의사를 청문회를 통해 공식화 했다.

최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2기 방통위 운영의 초점을 ‘낮은 채널 배정’을 비롯한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지원에 맞출 것임을 분명히 했다. 종편의 미디어렙 제외 필요성도 강조했다.

최 후보자는 이날 ‘종편 안착 지원책’을 묻는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의 질문에 “적절한 채널을 갖도록 해주는 것이 대표적 지원”이라며 “2기 임기에서 첫째 구실이 그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각 분야 이해 당사자들이 심도 있게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후보자는 ‘종편을 미디어렙에서 제외하는 게 맞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그는 “가능한 대로 규제는 풀어야 한다. 종편은 이미 주어진 자기 시장과 영역이 있는데, 새로운 규제를 시작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그분들(종편 사업자들)이 (미디어렙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가 있다면 몰라도 정부가 그렇게 하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종편의 낮은 채널 배정과 미디어렙 제외는 언론사와 다른 경쟁 방송사들이 가장 우려해온 종편 특혜로 지목돼 왔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자를 연임시키려는 이유는 각종 특혜 지원을 통해 종편을 먹여 살리는 데 누구보다 후보자가 믿음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최 후보자는 ‘종편 먹거리 마련’이란 의구심을 받아온 KBS 수신료 인상폭을 더 키워야 한다는 견해도 밝혔다. 그는 “KBS가 상업방송과 경쟁하지 않는 공영방송이 될 수 있도록 국회에서 더 많은 인상이 되도록 협조해 달라”고 말했다. 현재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엔 수신료 1000원 인상안이 상정돼 있다.

미디어렙 체제 개편과 관련, MBC에 대한 ‘압박’도 이어졌다. 최 후보자는 “MBC에 ‘정명’을 찾으라고 한 적이 있다”며 “코바코(한국방송광고공사) 체제가 개편될 때 민영이든 공영이든 엠비시 관계자들은 자신들의 의사를 분명히 천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장선 민주당 의원은 “지난 3년 언론·방송계에 끼친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지, 2기 위원회의 역할로 방송 공정성 보장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겠다는 말은 한마디 없이 종편을 안착시키고 수신료를 인상하겠다는 말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전혜숙 의원도 “정연주 전 KBS 사장 강제해임 건이 무죄로 판결나면 책임지겠다고 말한 적 있는데,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거의 확실하다. 사퇴하겠느냐”고 물었고, 최 후보자는 “그때 상황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국회는 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과정에서도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여야의 입장차가 극명하게 엇갈렸기 때문이다. 국회 문방위는 다음날 18일 최 위원장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위해 당초 2시에 열리기로 했던 전체회의를 1시간여가 지난 3시께가 돼서야 속개했다.

1시간이 넘게 여야 간사협의를 한 뒤 열린 회의는 속개와 함께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최시중)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의 건’을 상정했다. 그러나 여야 의원들의 찬반 갑론을박이 계속됐다.

먼저 민주당 문방위 간사인 김재윤 의원이 “민주당 문방위원 일동은 국민의 이름으로 최 위원장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전면 반대한다”며 “최 위원장은 부동산 투기, 증여세 탈루, 아들 병역특혜 등 여전히 의혹들을 해명하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도덕성 문제도 거듭 거론됐다. 김 의원은 “오로지 대통령의 입맛에 맞게 방송과 통신을 장악하겠다는 집념으로 ‘악어의 눈물’로 위장까지 했다”며 “도덕성 자질에 자신이 있었다면, 어떤 증인도 마다할 이유가 없는데 어제 청문회는 증인이 한 명도 없이 진행된 부실청문회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한나라당은 최 후보자를 보호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한나라당 문방위 간사인 한선교 의원은 “우리가 인사청문회 일정을 잡기 전부터 민주당 원내대표가 ‘당운을 걸고 최 후보자를 사퇴시키겠다’는 공언을 했다”며 “대통령의 권한인 인사에 대해 국회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청문회를 처음부터 아예 염두에 안두고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과거 김대중 정부시절 옷로비 사건에서 국정조사까지 실시한 결과, 앙드레김 선생의 이름이 김봉남이라는 것은 밝혔었지만 어제 최 위원장 청문회는 밝혀진 의혹이 하나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결국 이날 회의는 1시간 동안 논란 끝에 전재희 위원장이 여야 합의를 위한 정회를 선포하면서 일단락됐다.


MB, 방송장악 국정운영·총·대선 선전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청문회를 마친 날부터 3일 이내에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가 인사청문 요청을 받은 지 20일 이내에 청문회(채택 포함)를 마치지 못할 경우, 대통령(청문요청자)이 10일 범위 내에서 재요청할 수 있다. 이 연장기간에도 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했을 때는 대통령의 임명 강행이 가능하다.

최 후보자의 연임은 대통령이 후보자에 대한 거센 비난 여론으로 인해 임명을 포기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여야의 입장차와 관계없이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큰 이변이 없는 한 2기 방송통신상임위원회는 26일에 맞춰 출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권 후반기 국정운영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언론의 지원도 빠질 수 없는 동반자로 꼽힌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동안 일부 방송사들에 대한 ‘낙하산 인사’로 인해 ‘언론 장악’을 시도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최 후보자의 연임이 이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 운영 및 총선과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위한 위한 마지막 ‘언론 장악 시나리오’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권이 최 후보자 연임을 결정한 것은 공영방송을 잡은데 이어 막판 종편까지 장악 하려는 것 아니겠냐”면서 “정권 후반기에는 최 후보자의 ‘역할론’이 강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사진=전대웅 기자] photo@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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