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신성 때문에 ‘캡틴’ 자존심 상처입나

축구팬들 “타 리그에서 날리던 스타들도 EPL 역부족일 때 많아” 카카와 신지 검증 거론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경기에서 두 명의 아시아 선수가 뛰게 될 날이 가까워오고 있다. 올해 맨유 8년차에 접어든 박지성(31)과 일본 국가대표 에이스로 불리고 있는 카가와 신지(23)다. 맨유는 카가와 신지가 최근 2년간 독일 분데스리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맹활약하며 리그 우승을 이끈 점을 높게 사 영입을 추진했다. 지난 5일 홈페이지를 통해 카가와 신지가 ‘이적 조건에 최종 합의 했다’고 발표한 상태다. 박지성과 카가와 신지 모두 미드필더를 맡고 있다.

전 세계 맨유 팬들은 카가와 신지의 영입을 놓고 다양한 반응을 드러내고 있다. ‘박지성 만큼 오랫동안 맨유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등이 주요 내용이다. 한일 팬들 역시 다양한 생각을 전하고 있다. 일본 팬들이 맨유 내 아시아 선수 중심축이 카가와 신지로 옮겨질 것이라는 기대를 품는 반면 국내 팬들은 독일과 잉글랜드 리그의 수준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며, 박지성이 이룬 업적에 결코 도달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몇몇 해외 언론은 카가와 신지의 영입을 박지성 위기, 방출로 연결하고 있다. 박지성의 지난해 활약이 다소 미비했던 것도 원인이다. 이에 맨유 관계자는 “박지성은 여전히 환상적인 선수다”며 입지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 강조했다. 생존과 리그적응이라는 과제를 각각 안고 있는 두 선수를 조명했다.

 

▲ <뉴시스>카가와 신지(왼)와 박주영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두 미드필더 선수가 ‘협력 플레이’로 상생 관계를 만들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팀 내에 기여하고 있는 플레이 스타일이 다르다는 게 이유다. 측면에서 진가가 발휘되며 수비력이 강한 박지성과 섀도우 스트라이커, 중앙 미드필더로 뛸 때 가장 돋보였던 카가와 신지의 장점 때문에 포지션이 겹치지 않는다는 것.
맨유 입장에서도 비싼 이적료를 지불하고 데려온 카가와 신지를 박지성과 포지션이 겹치는 측면으로 기용할 이유가 없다. 맨유는 이미 측면 자원으로 루이스 나니·안토니오 발렌시아·애슐리 영 등 주전급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 


서형욱 MBC 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도 “그동안 측면자원 보강에 치중했던 맨유가 가가와를 영입한 건 허리를 튼튼하게 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하면서 “박지성의 입지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한 서 해설위원은 “박지성이 간혹 중앙 미드필더로 설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 강팀을 상대로 수비를 두텁게 해야하는 역할로 제한적이었다”는 말로 박지성의 역할 변화 가능성도 낮게 봤다. 박지성은 올시즌 몇 차례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했지만 눈에 띄는 활약을 선보이지 못했다. 


두 선수의 상생을 전망하는 또다른 이유 중 하나는 카가와 신지의 체력이다. 카가와 신지는 도르트문트 중앙 미드필더를 뛰면서 42경기 17골의 빼어난 기록을 남겼지만 31경기 중 19번을 체력 부족으로 교체 아웃됐다. 체력을 상대적인 단점으로 지적받고 있는 카카와 신지는 수비 부담이 적을수록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였다. 박지성이 수비수 못지않은 수비력을 자랑하는 미드필더로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두 선수의 협력 플레이는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 <뉴시스>

 

카가와, 동팡저우·박지성 이어 아시아 출신 세 번째


맨유의 노장 폴 스콜스와 비슷한 스타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카가와 신지가 전처럼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된다면 마이클 캐릭, 톰 클레버리 등과 포지션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같은 분석은 팀 내 미드필더 영입이 더 이상 없을 시에만 유효하다. 맨유가 현재 영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미드필더 루카 모드리치(토트넘) 등이 새롭게 가세한다면 팀 컬러에 따라, 또는 경기력에 따라 두 선수 중 하나는 입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투자한 만큼 활용하고 싶은 카가와 신지보다 박지성의 피해가 더 클 가능성도 충분하다.


퍼거슨 감독이 공격력이 특출난 소수의 팀을 상대할 때를 제외하고는 공격 지향적인 선수를 선호하는 것도 박지성 위기설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박지성의 역대 공격 포인트 또한 다른 주전들과 비교해 밀리지 않지만 지난해만 놓고 봤을 때는 존재감이 약하다.


카가와 신지의 영입 확정을 묻는 질문에 박지성은 즉답을 피했다. 지난 1일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박지성 축구센터에서 열린 축구교실에 참석했던 박지성은 카가와 신지 입단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어떤 반응을 드러내지 않았다. 영입 진행 중이었던 지난달 17일 인터뷰에서 “(카가와 신지의)플레이를 본 것은 아시안컵이 유일하다. 독일에서 뛰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아스날과의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한 것을 본 적은 있다. 충분히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다. 입단한다면 분명히 도움이 될 선수다”라고 답변한 것과 차이가 있는 것.
일부 언론은 박지성의 묵묵부답을 자존심 문제로 연결 짓기도 했다. 일본 시장을 등에 입고 있는 카가와 신지인 만큼 아시아 마케팅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자랑했던 박지성의 위치도 지금과는 다를 것이 분명하다. 

 

팀 내 연봉랭킹 3위 박지성, 임대설도 흘러나와


카가와 신지가 맨유와 맺은 계약조건은 계약기간 5년, 주급 6만 파운드(약 1억 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맨유는 전 소속팀 도르트문트에게 이적료 1400만 파운드(약 252억 원)와 출전경기 수에 따라 최대 2000만 파운드(약 360억 원)지불하기로 했다. 카가와 신지 몸값은 2005년 7월 박지성이 네덜란드 프로팀 PSV에인트호벤에서 맨유로 이적할 당시 이적료의 3.5배에 달한다.
하지만 맨유 팬들은 카가와 신지 영입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EPL 내에서 라이벌로 불리고 있는 첼시·멘체스터 시티 등에 비해 선수 영입 규모가 작다는 게 이유다.


맨유 팬들은 올해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한 첼시가 에당 아자르를 3200만 파운드(약 580억 원)에, 포르투 간판 공격수 헐크를 3800만 파운드(약 690억 원)에 영입한다는 점을 내세워 맨유의
영입방식을 걱정했다.
셰이크 만수르 구단주의 오일머니를 앞세운 맨체스터 시티 또한 최근 몇 년간 선수 영입에 막대한 투자를 감행해왔다. 현재 공식 영입 대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꽤나 묵직한 행보가 예상된다. 후보로 저울질 하고 있는 선수는 아스날의 에이스 로빈 반 페르시다. 
아시아 선수를 추가 영입하면서 일부 현지 언론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박지성 흔들기에 나섰다. 지난 2일 맨체스터 지역지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는 박지성 방출설을 보도했다.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 박지성이 포함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 지역지는 ‘박지성이 맨유에서 계속 뛰고 싶어하지만 가가와 신지가 영입되면 박지성은 잉여자원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언론의 보도에 국내 네티즌들은 “지난 시즌 맨유가 무관에 그쳤을 때나 중요경기에 부진했을 때마다 희생양은 박지성이었다. 현재 박지성 기량에 못미치는 맨유 선수도 수두룩하다”면서 근거 없는 보도내용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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