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10구단 창단 유보… 530여 선수의 분노 700만 관중의 한숨
프로야구 10구단 창단 유보… 530여 선수의 분노 700만 관중의 한숨
  • 이창환 기자
  • 입력 2012-06-26 18:59
  • 승인 2012.06.26 18:59
  • 호수 947
  • 50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프로야구 8개 구단 중 롯데·삼성·한화 반대 목소리 크게 내

9개 구단 리그... 매주 1개 구단씩 경기 할 수 없어 야구 발전에 독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프로야구 제10구단 창단이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와 기존 구단 9개 구단 사장단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무기한 유보됐다. KBO와 구단주들은 ‘인프라 조성 부족에 따른 시기상조’를 10구단 창단 반대 이유로 내세웠다. 한국 야구를 쥐락펴락하는 집단의 입장 발표에 프로야구선수협의회는 분노했고 팬들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10구단 창설이 오히려 프로야구 인프라 조성을 위해 절실하며, 1군 못지않은 2군 선수들의 진출로 흥행에 도움을 줄 수 있어서다. 야구 관계자들과 팬들은 ‘밥그릇’만 챙기려는 대기업과 ‘허수아비’로 전락한 KBO간의 불균형 관계를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여기고 있다. 특히 선수협회는 발표 직후인 지난 19일 “올스타전과 WBC(월드클래식베이스볼) 참가를 거부하고 선수노조를 설립해 구단 이기주의에 맞서겠다”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일부 야구 전문가들은 “10구단 창단이 무산되는 과정은 기득권의 협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는 말로 실망감을 드러냈다.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은 “10구단을 반대하려면 제9구단 NC 다이노스는 왜 승인했나”는 말로 현 행태를 꼬집었다. 제10구단 무산 배경과 구단과 선수 간의 대립구도를 알아봤다.

 

야구계 종사자들은 프로야구 제10구단 창단 반대 중심에 롯데와 삼성·한화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가장 입김이 큰 구단주들의 ‘딴지걸기’로 창단 승인이 유보됐다는 얘기다. 일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결정은 9개 구단이 각자의 생각과 목소리를 내지도 못한 채 일방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최소한의 민주적인 표결도 없었다는 것. 한술 더 떠 롯데는 어설픈 논리로 창단 반대를 합리화시켰다. 구단이 10개로 늘어나면 선수 수급과 관중 동원, 인프라 확대가 어렵다는 주장이다.


롯데의 합리화에 야구팬들은 “프로야구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선수 인프라 구축에 인색하기로 유명한 롯데가 인프라를 들먹이다니, 대기업 횡포의 표본이다”는 말로 비난했다.
대기업들도 구단 증가를 반대하는 그들만의 이유가 있다. 흥행과 별개로 매년 치르는 빠듯한 손익계산 때문이다. 프로야구 구단들은 수직 상승한 선수 및 스태프의 몸값, 구단 운영비 등의 지출이 전체 수익을 압도해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손익분기점 넘기기가 어려운 것은 LG·두산·한화 등 관중이 넘쳐나는 구단도 마찬가지다. 올해 프로야구 관중 수가 800만 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관중 동원이 곧 운영의 안정을 보장하지는 않았다. 매년 선수 보강에 적극적인 몇몇 구단의 경우 모기업의 자본금이 전체 운영 자본의 50% 정도까지 차지한다. 이와 관련 언론 인터뷰에 응한 A구단 홍보 담당자들은 “우리가 손익분기점을 넘기면 모그룹의 지원이 끊길 염려가 있다. 그러다 이듬해 손해로 돌아서면 모든 책임은 우리에게 돌아온다”는 말로 현 프로야구 운영 실태를 전했다. 수익창출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이고도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도 않았던 것.
일각에서는 “메이저리그처럼 통합마케팅을 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보내기도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극히 적다.

 

경쟁 구단과 비교해 수익이 많은 쪽에서 단순히 야구 발전을 위해 구단 통합을 허용할리 없어서다. 모기업 고위 관계자는 제9구단인 ‘NC 다이노스’의 1군 진입이 확정됐을 때도 “9구단 체제가 되면서 경기수가 133경기에서 128경기로 줄어 입장수입 5억 원 이상을 손해 보게 됐다. KBO가 보전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발언까지 했다. 순위와 수익 경쟁을 벌일 구단이 늘어나는 것을 꺼리는 대기업의 상징적인 반응이다.
프로야구가 내년 9개구단 홀수제로 운영되면 10개 구단 출범은 빨라도 2014년에야 가능하다. 신생구단 재논의가 늦어진다면 3년 이상 홀수제로 운영될 수도 있다.


야구선수들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프로구단의 결정을 막을 계획이다. 선수협회는 강력한 대응책으로 올스타전과 WBC 불참 등을 거론하고 있다. 선수협회가 지난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구단 이기주의가 프로야구를 망치고 있다”며 “올해 올스타전 참가를 거부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7월 21일로 예정된 올스타전은 현재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선수협회의 목표는 불참 선언을 통해 선수협회 입지를 강화하고 KBO와 구단의 재논의를 이끄는 것이다.


여론과 팬 심이 모두 선수협회로 향해 있는 것도 큰 힘이다. 프로야구 원로모임인 일구회 역시 지난 18일 “프로야구 10구단 창단이 무산될 경우 선수협회와 함께 대응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9구단 운영 방안, 선수도 팬도 피해자 된다


수원시와 전라북도는 선수들 못지않게 10구단 창단 보류 결과를 안타까워하고 있다. 
수원시는 지난해 3월 KBO에 10구단 유치 신청서를 제출했고, 창단 희망 기업에 대한 지원 계획안 공개로 30만 시민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유치에 총력을 기울였다. 10구단 창단은 2012년 수원시의 최대 주력 사업으로 손꼽힐 정도였다.
전북도도 지난해 8월 프로야구 10구단 유치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전주·군산·익산시, 완주군과 함께 100만인 서명운동 등을 벌일 정도로 의욕을 보였다.


수원의 10구단 창단을 추진하고 있는 경기도 박충호 체육과장은 “한국야구위원회가 야구인의 열망을 무시하고 10구단 창단을 유보키로 한 것은 매우 유감스런 일”이라며 “한국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서는 조속히 10구단 체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흥식 문화교육국장은 “일부 구단이 야구팬들의 열망을 무시하고 경기력 저하 등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 유보결정을 내린 데 대해 유감을 넘어 분통을 터뜨린다”면서 “수원시는 제10구단이 조속히 창단될 수 있도록 프로야구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이종석 전북도 문화체육관광  국장 또한 “비록 창단은 유보됐지만 언젠가는 창단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야구 인프라 확충 등에 착실하고 내실있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수원시는 KBO로부터 10구단 창단 제의를 먼저 받은 것으로 알려져 억울함이 더하다.
수원시 관계자들은 “그간 많은 인력이 10구단 창단에 매달렸다”, “KBO가 지자체와 야구인을 우롱했다”는 말로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수원시는 내년 10월 말까지 수원야구장을 2만5000석 규모로 증축하고 학교운동부 창단과 어린이야구교실 개설, 수원컵 전국 리틀야구대회, 각종 사회인 야구대회 등 야구 저변확대에 힘쓸 계획이다.
 

hojj@ilyoseoul.co.kr

이창환 기자 hojj@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