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잔금 빌린 것…나도 당시엔 출처 몰랐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여동생이 18일 H건설업체 대표 한모씨로부터 한 전 총리에게 건너간 돈 일부로 의심받고 있는 전세금 1억원에 대해 "언니는 모르는 일"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한 전 총리의 동생이 전세금으로 쓴 1억원 수표가 한씨 계열사 명의로 발행된 사실을 확인, 이 돈이 한 전 총리에게 간 9억원 중 일부라고 의심해 왔다.

한 전 총리의 동생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우진) 심리로 열린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사 전 (한 전 총리의 측근인)김모씨 집에 가서 돈을 직접 받았다"며 "언니는 이를 모르다가 지난해 6월 기사화되면서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

한 전 총리 동생과 김씨는 한 전 총리가 지역구 국회의원에 당선된 2004년부터 알고 지내면서 10여차례 사적으로 만나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거나 서로의 집에 드나드는 관계였다고 설명했다.

1억원을 빌린 경위에 대해서는 "2009년 2월말 이사 잔금으로 쓸 돈이 필요했는데,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정기예금을 깨느라 이자손해가 있다는 대화를 나누다 김씨가 필요하면 빌려준다길래 받았다"며 "이자손해를 피할 생각에 받았을 뿐, 건설업자한테 나온 돈인 줄은 몰랐고 나도 언론 보도 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수표를 받은 시점은 대화 후 1~2일 후로 실제로는 5000만원만 필요해 5000만원어치 수표 2장을 들고가서 1억원 수표와 바꿔 받았다고 진술했다.

한 전 총리 동생은 "잠깐 빌리는 걸로 생각했기 때문에 차용증을 쓰지 않았고 이자도 없었다"며 "며칠 후 만기가 돼서 자금을 마련해 3월초 5000만원치 수표 2장으로 갚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변호인단은 김씨가 한 전 총리 동생으로부터 받았다는 수표 원본 총 4장을 증거로 제시했다. 앞서 1억원 차용 시 건넨 5000만원 상당의 수표 2장과 변제 때 준 5000만원 가량 수표 2장의 발행일이 각각 한 전 총리 동생 주장시점과 일치한 점을 확인, 그의 진술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검찰은 자금이 필요하면 가족인 한 전 총리와 먼저 상의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점, 한 전 총리를 통해 알게된 김씨에게 거액을 빌리면서 정작 한 전 총리에게는 비밀로 한 점 등에 비춰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지난해 6월중순 전세금 문제가 불거지자 한 전 총리 여동생이 자금출처를 확인하기 위해 1억원 수표사본을 은행지점에서 복사해 갔는데, 제공자인 김씨에게는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 한 전 총리와만 상의한 점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오후 2시에 시작된 재판은 이날 오후 11시30분께 마무리 됐다. 줄곧 증인신문을 받던 한 전 총리 여동생은 오후 10시30분 체력고갈에 따른 판단불분명을 이유로 신문 중단을 요청했고, 내달 16일 재출석해 남은 신문을 받기로 했다.

다음 재판은 내달 2일 오후 2시 열리며 증인으로 한씨 어머니 김모씨, 한씨가 한 전 총리 소개로 만났다는 P건설업체 대표 백모씨, H사 직원 명모씨가 출석할 예정이다. 김씨와 백씨는 지난 공판 때도 증인신분으로 불렸지만 불출석한 바 있다.

한 전 총리는 2007년 3월부터 9월동안 세 번에 걸쳐 한씨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9억여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지난해 7월 불구속 기소됐다.

김씨는 2007년 2월부터 11월까지 한씨로부터 사무실 운영 및 대통령 후보 경선 지원 명목으로 9500만원을 받고 버스와 승용차, 신용카드 등도 무상제공 받아 사용한 혐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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