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언론’에 철퇴 vs ‘언론 길들이기’ 의견 팽팽

[일요서울 | 전수영 기자] 한국광고주협회가 사이비 언론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한국광고주협회는 7월 4일 운영위원회를 열어 일부 사이비 언론에서 제기한 의혹과 루머와 관련해 반론과 해명을 싣는 ‘반론보도닷컴’(반론닷컴) 개설을 위한 안건을 상정한다. 반론닷컴은 8월말 늦어도 9월초에는 오픈될 예정이다.

한국광고주협회가 반론닷컴이라는 사이트까지 개설하면서 기업들의 반론과 해명을 싣는 것은 그간 사이비 언론의 횡포로 인해 많은 경제적, 사회적 손실을 봤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광고주협회는 일부 사이비 언론이 확인되지 않은 루머나 추측성 기사를 포털에 게재하겠다며 광고를 요구해와 어쩔 수 없이 광고와 맞바꾸는 경우가 있어 이를 개선하기 위해 반론닷컴을 개설하게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미 한국광고주협회는 지난해 회원사를 상대로 설문조사해 5개의 언론사를 ‘나쁜 언론’으로 지목했다. 그리고 올해는 그 범위를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광고주협회의 이런 계획에 일선 기자들은 서로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일부 기자들은 ‘사이비 언론은 뿌리 뽑아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고 최대한 막는 것이 언론 생태계를 위해서도 좋다’며 찬성하고 있는 반면 다른 일부에서는 ‘언론사 각자의 영역을 충실히 하고 있다면 이를 사이비로 볼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사이비의 기준을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A경제지의 B기자는 “실제로 나도 처음 보는 정보의 기사를 보면 깜짝 놀랄 때가 있다. 하지만 곧바로 확인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 사실 확인으로 시간을 허비할 때도 있다”며 “이른바 ‘카더라’식 보도는 자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소규모로 운영되는 인터넷 언론사 중에 이런 곳들이 있을 가망성이 높지 않나”라고 답했다.

반면 C인터넷신문의 D기자는 “아마도 광고주협회의 대상 중 인터넷신문이 많을 것으로 보여진다”며 “하지만 인터넷신문사의 기자들도 분명 열정을 가지고 취재를 하고 있으며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기사를 쓴다. 무조건 추측성으로 쓴다는 그런 억측은 과하다”며 인터넷신문에 대한 시선을 경계했다.

D기자는 “사이비 언론의 기준을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제대로 취재해서 기사를 썼는데 기업 측에서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생각해 회사로 전화해 광고 얘기를 꺼내는 것으로 안다. 그렇다면 사이비 언론을 만드는 책임 중 일부는 기업들에게도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해 기업의 책임까지 거론했다.

E인터넷신문의 F기자는 “기업과 언론 모두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임할 필요가 있다. 기자는 제대로 취재해서 기사를 쓰고, 이와 함께 기업이든 정부에 반론권을 명확히 줘 해명할 기회를 준다면 이런 문제는 많이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이는 기자, 언론의 기본이며 잘못된 것을 시인할 줄 아는 것도 기업, 정부의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원칙론을 강조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자들은 반론닷컴이 어떻게 운영될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며 섣부른 추측을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jun618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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