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를 수용하지 않고 당헌당규대로 8월 20일 대선 후보를 선출키로 결정함에 따라 비박(非朴·비박근혜) 3인방(김문수 경기지사와 이재오, 정몽준 의원)의 경선 참여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들은 그동안 경선 룰에 완전국민경선제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공언해 왔다.

하지만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맞서 단일대오를 형성한 듯 보였던 이들이 경선 참여 여부를 두고 엇갈린 행보를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어떤 선택을 하던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이들 3인방, 주판알 튕기기에 여념이 없는 모양새다.

김문수 “고심”…경선 참여 가능성 커

김문수 지사가 대열에서 이탈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의원이나 정 전 대표 등 다른 비박 주자들이 “이런 상황이라면 (경선) 참여가 어렵다”고 불참 의사를 거듭 밝히고 있지만, 김 지사는 이들과 달리 대선 경선 참여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캠프 내에서도 ‘불참’보다 ‘참여’하자는 목소리가 더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김 지사는 기자들과 만나 경선 참여 여부를 묻는 질문에 “상황이 애매한 점이 있고 최고위 의결과정에도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가 도입되지 않으면 경선에 불참하겠다는 그동안의 입장과는 달리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김 지사는 참모들에게도 “(경선 룰 논의 시한으로 제시된) 7월 9일까지 지켜보자”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가 경선 참여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데는 2017년 대선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친박 핵심 인사들이 “김문수는 새누리당의 확실한 차차기(2017년) 대선 주자인데 설마 경선 불참이라는 악수를 두겠느냐”고 언급하면서 은근히 김 지사를 띄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캠프 한 관계자는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경선에 참여하면 박 전 위원장을 위한 페이스메이커에 불과할 것이 뻔한 상황이지만 당을 위해 희생한다는 이미지를 세워 차차기 주자로 거듭날 가능성이 있다는 분위기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캠프 강경파들은 김 지사가 비박 주자 3인방에서 이탈하면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기 때문에 입장을 번복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완전국민경선이 안 되면 경선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혀온 만큼 경선 참여는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김문수 지사의 대리인인 신지호 전 의원이 지난 27일 “김 지사는 무릎 꿇고 살기보다 서서 죽을 것”이라고 발언한 부분이 이를 대변해주고 있다.

정몽준-이재오, 탈당 수순 밟나

정몽준, 이재오 의원은 김 지사와 달리 여전히 강경 일색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룰 변경 없인 경선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이들로서는 마지막 카드로 ‘탈당’ 카드를 들고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이들은 공식적으로 “탈당은 안 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선택할 여지가 별로 없다는 것이 이들을 궁지에 몰고 있다.

이와 관련 대선 주자인 임태희 전 대통령 실장이 지난달 2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지도부의 속내는 이미 정해둔 후보(박근혜 전 위원장)가 있으니까 싫으면 나가라, 당에서 필요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임 전 실장은 “혼자라도 가겠다는 자세로 읽히는데, 그렇게 무시하면 비박 주자들에게 선택의 여지가 뭐가 있겠느냐”며 “이들의 의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고도 했다.

7선의 정몽준, 5선의 이재오 의원이 박근혜당에 남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 없다는 것도 이들의 선택지를 좁아지게 만들고 있다.

당 핵심관계자는 지난 27일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김 지사야 경기도로 돌아가면 되지만, 정몽준 전 대표와 이재오 전 장관은 친박이 득실거리는 당에 남아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면서 “‘박근혜=독재자’의 이미지를 극대화시킨 시점에서 탈당이라는 카드를 꺼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우려하는 친박의 움직임도 감지된다. 김문수 지사에게 보냈던 러브콜을 이재오 의원에게도 보내고 있는 상황.

친박계 한 의원은 “이번 대선은 보수가 흩어져서는 이길 수 있는 판이 아니다”면서 “정권재창출을 위해서는 지난 대선판을 쥐락펴락했던 이재오 전 장관 같은 분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과 가까운 한 인사는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박근혜 캠프쪽에서 갑자기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았다”면서 “그 조건이 이 의원의 탈당을 막아달라는 것이어서 거절했다”고 밝혔다.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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