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l강휘호 기자] 중국 고대 화폐 속에서 한글로 추정되는 문자가 발견됐다는 한국 학자의 주장이 나오자 중국학자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4일 법제만보(法制晩報), 환구시보(環球時報) 등 중국 현지 매체들은 “중국학자들은 이번 주장에 대해 ‘정통역사의 관점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 쑹전하오(宋鎭豪) 주임은 법제만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논란이 된 화폐는 한눈에 보기에도 춘추시대 연(燕)나라 화폐 ‘연명도(燕明刀)’이며, 지금으로부터 약 2500년 전의 것이다”라며 “한국 학자가 말한 3600년 전과는 시간상으로 서로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또 “고죽국(孤竹國) 역시 중국 상(商)나라 초기의 요서(遼西) 일대 제후국으로, 한국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그는 중국 진(秦)나라 이전에는 문자가 통일된 시기가 아니기 때문에 분별이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화폐에 새긴 글자는 주조된 지역의 지명일 가능성이 있지만 이런 지명자체가 현존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식별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쑹 주임은 “해당 시기에는 알아보기 어려운 문자가 매우 많은데 이를 모두 한글이라고 말하는 것은 옳은 해석이 아니다”면서 “춘추전국시대의 화폐를 3600년 전 화폐로 보는 관점에는 반박할 가치도 없다”고 덧붙였다.

상하이 푸단(復旦)대 한국연구센터 스웬화(石源華) 주임도 환구시보와 인터뷰를 갖고 “한국 현행문자는 세종대왕시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몇 백 년밖에 되지 않았다”며 “세종대왕 이전에 사용된 문자는 모두 한자이며 독음(讀音)만 달리 했기 때문에 (한글 고대 창제설은) 믿을만한 증거를 더 내놓아야 옳다”고 주장했다.

앞서 한국의 주역연구가 이찬구 박사는 최근 신간 ‘돈’ 을 통해 고대 중국의 화폐인 첨수도(尖首刀) 속에서 한글로 추정되는 글자 ‘돈’과 ‘노’를 찾아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이 박사는 해당 글자가 새겨진 첨수도가 3600년 전 요서 일대에 세워진 단군 조선의 제후국인 고죽국에서 주조된 것으로 추정함에 따라 ‘한글 고대 창제설’에 대한 화제를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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