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일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한·중자유무역협정(FTA) 반대 농민집회에서는 예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애국가 부르기를 거부하는 통합진보당의 이석기 의원이 농민들에 의해 크게 봉변을 당한 사실이 그것이다.

이 의원은 1만5000여명이 운집한 한중FTA 반대 농민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집회장으로 들어서려 하였다. 그러자 농민 대여섯 명이 그를 에워싸며 고함치기 시작하였다. “애국가를 부정하는 x이 여기 왜왔느냐, 당장 나라가!” “국가를 부정하는 사람이 국회의원이냐” “빨갱이 이석기를 국회에서 몰아내 달라” “빨갱이는 북한으로 가라” “개xx" 등 욕설이 순간적으로 마구 터져 나왔다. 한 농민은 그를 집회장 밖으로 끌어내려 그의 멱살을 잡고 홱 끌어당겼다. 그 순간의 장면은 7월 4일자 주요 일간지들에 일제히 실렸다.

이석기는 2003년 서울고법 형사1부에 의해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받고 복역하였다. 서울 고법 판결문에 따르면, 그는 1992년 김일성 주체사상으로 무장하고 북한의 대남 적화전술에 따라 국가 변란을 목적으로 한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경기남부위원장으로 암약하였다. 그는 민혁당 전신인 ’반제청년동맹‘ 중앙위원으로 북한 김일성 생일을 축하하는 유인물을 대학가에 배포하였다. 한 학생에게는 김 부자에 대해 묵념하고 북의 대남혁명 전위대인 ’한국민족민주전선‘의 지도를 받는 반제청년동맹의 대단위 사업장 침투 임무를 부여했다.

더 큰 문제는 그가 과거를 반성하며 전향하지 않았고 지금도 종북 언행을 당당히 하고 다닌다는데 있다. 그는 지난 6월15일에도 언론사 기자들과의 점심식사 자리에서 북한 말투로 종북 발언을 서슴없이 토해 냈다. 그는 “애국가 부르면 쇄신이냐 씨바. 황당한 닭짓”이라고 했다. 종북 문제는 북이 문제가 아니라 “종미(從美)에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는 국가보안법이 있어 “전체주의 상황”이며 “애국가 부르기를 강요하는 것은 전체주의.”라고 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아니라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같은 느낌이었다. 

성난 농민들의 이석기 축출 성토를 접하며 2003년 3월 2일 서울 소망교회에서 벌어진 신도들의 격렬한 항의 장면이 떠올랐다. 그 날 이 교회에는 북한 어용단체인 조선그리스도연맹의 오경우 서기장 등 북측 대표단 14명이 예배에 참석하였다. 예배가 끝날 무렵 오 서기장은 반미선동에 나섰다. “외세는 절대 우리에게 통일을 선사하지 않는다.”며 “미국이 핵 선제공격을 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지만 전쟁이 나면 남북이 모두 피해를 본다.”고 소리쳤다.

여기에 울분을 참다못한 일부 교인들이 “신성한 교회에서 무슨 소리냐”고 고함질렀다. 어떤 신도는 오 서기에게 단상에서 내려오라며 끌어내릴 태세로 달려들다가 관계자로부터 제지를 당하였다. 제지당하는 장면이 세계일보 2003년 3월3일자에 크게 실렸다. 

7월 3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농민에 의해 멱살 잡힌 이석기와 9년 전 단상으로 달려들던 교회 평신도의 성난 모습 사진에서 자유체제 수호정신이 펄펄 살아있음을 확인한다. “빨갱이”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보통 사람들의 결연한 결의 표명이기도 했다. 북한의 6.25 기습남침을 피흘려 막아선 것도 평범한 무명 용사들이었고 그들이 생명바쳐 수호한 자유체제를 지키는 것도 평범한 농민*평신도임을 엿보게 했다.

정치·경제·문화·교육·종교계 지도층은 자유체제의 특혜는 모두 누리면서도 그 체제를 위협하는 종북 척결에는 앞장서기를 꺼린다. 반발이 두려워서 이다. 그들은 법 따지고 절차 따진다면서 뒤로 숨어 “빨갱이”만 키운다. 종북 주사파가 국회를 점령해 들어가는 마당에서 앉아서만 볼 수는 없다. 모두 서울 시청의 농민과 교회의 평신도 처럼 일어설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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