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 박영준 한승수 권재진 정정길 임태희 등 증인채택 대상”

▲ 민주통합당 이석현 의원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19대 국회 개원과 함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했지만 증인채택과 국조범위를 둘러싼 여야 간 극명한 입장차로 국조 시작 전부터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결국 지난 16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한 국정조사 계획서는 처리되지 못했으며, 새누리당은 국조특위 위원도 선임하지 않은 상태로 국조특위 자체가 표류 상태에 놓여있다. 이 때문에 어렵게 시작하게 된 ‘사찰국조’가 국민적 의혹은 풀지 못한 채 여야 논쟁만 오가다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국민적 우려감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 13일 [일요서울]은 민간인 불법사찰 국조특위 위원이자 민주당 측 간사를 맡고 있는 이석현 의원(5선, 경기 안양시 동안구갑)을 서면질의를 통해 만나봤다.

-국조 범위를 둘러싸고 여·야간 접점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만약 새누리당이 끝까지 노무현, 김대중 정권을 국정조사 대상으로 요구할 경우 이를 받아들일 의향은 있는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국조 범위에 포함시키려면 전 정부가 민간인을 사찰한 분명한 사례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전 정권은 이번 사찰사건처럼 광범위하게 민간인을 사찰하거나 대포폰, 관봉 등을 써가며 은폐하는 짓을 하지 않았다. 검찰의 재수사 결과문에 전 정권에 대한 사찰 사례가 몇 건 명시돼 있지만 그것은 공직자의 비위를 확인하는 공직감찰에 부수된 것이었다. 새누리당 주장은 ‘이놈이나 저놈이나 다 똑같다’는 식으로 사건의 본질을 흐리려는 전형적인 물타기이다. 만약 전 정부를 포함한다면 일반 국민을 사찰하고 탄압하던 박정희, 전두환 군사정권시절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국정조사를 4년 내내 해도 모자랄 것이다.

-증인채택 문제 역시 상당한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민주통합당에서 구체적으로 요구할 증인은 누가 있나?
▲우선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추진 지휘체계’ 문건에 적시된 VIP가 나와야 한다.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다. 민간인 사찰에 대해 보고를 받았는지,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등 여러 의혹과 관련해 국민 앞에 명명백백 답해야 한다. 검찰 재수사결과에 따르면 박영준, 이영호 등 이른바 ‘영포라인’이 사찰을 주도했다고 한다. 영포라인의 정점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이 있다. 이 전 의원 역시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 또한 내가 일전에 입수해 공개한 대검찰청 디지털분석보고서에는 김종익씨를 사찰한 파일이 ‘민정수석 보고용’과 ‘총리보고’ 등의 폴더에 있었다. 이에 따라 한승수 전 총리도 불러야 하며, 정동기·권재진 전 민정수석도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 이밖에도 청와대 보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정정길 전 대통령실장, 증거인멸 과정 확인을 위해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등을 채택해야 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문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민간사찰의 몸통으로 의혹 받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검찰 재수사 발표를 보면 사찰을 한 사람은 있는데, 지시한 사람, 보고를 받은 사람이 없다. 박영준, 이영호가 개인적인 호기심 때문에 사찰했겠는가. 많은 증언과 증거가 이미 세상에 드러났고, 과거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 때도 닉슨 대통령이 청문회에 출석해 진술한 바 있다. 이번 민간인 사찰은 워터게이트 사건 보다 훨씬 더 중대하고 심각한 사건이다. 대통령이 출석해서 진상을 밝히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본다. 또한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도 사찰 피해자라고 주장한 만큼 국조에 출석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당내에서) 증인으로 채택할 것인지 참고인으로 채택할 것인지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다.

-국조 전부터 증인채택 문제와 국정조사 범위를 둘러싸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결국 논쟁만 오가다 국조가 끝나는 것 아니냐는 국민적 우려도 많은데?
▲어렵게 국정조사를 합의했으나 새누리당의 비협조는 벌써 시작되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7월 5일 위원 구성을 마치고, 16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정조사계획서를 채택하기 위해 여야 간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 조사의 목적과 기간, 범위, 조사대상 등을 계획서에 담고 이후 기관보고, 문서검증, 청문회 등 일정에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아직 위원 구성조차 하지 않고 있다. 아무리 가재는 게 편이라지만 민간인 사찰과 같은 국기문란 사건에 대해 이렇게 노골적으로 손 놓고 있을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언론에 노출된 의혹 이외에 또 다른 의혹이 추가로 발견된 것은 있는지? 아울러 관봉 5천만에 대한 출처파악은 어느 정도 이뤄졌는지?
▲검찰의 재수사마저도 이른바 윗선 규명에 실패하고, 관봉 5천만 원의 출처도 파악하지 못하는 등 부실수사가 진행됐다. 의혹을 해소하기는커녕 더욱 키워놓은 꼴이 되었다. 따라서 민간인 불법사찰의 윗선 및 배후 규명과 관봉 5천만 원의 출처 규명이 이번 국정조사의 핵심적인 사안이 될 것이다. 관봉의 출처에 대해서는 믿을만한 제보를 받고 현재 이를 확인, 보완 중에 있다.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당내 유력주자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상당한 흥행몰이가 예상되는데 어떻게 보는가?
▲그렇다. 현재 당내 많은 후보들이 출마선언을 하고 대권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그리고 당 외부에는 안철수 교수까지 있기 때문에 최종 후보 선정까지 긴박하고 역동적인 경선이 될 것 같다. 스포츠도 누가 이길지 뻔히 예상되는 게임보다는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을 때 재미가 있지 않나. 새누리당과는 분명 차별화된 경선 과정을 거치면서 국민들에게 평가 받고, 지지를 얻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당내 정치개혁모임(회장 이석현)에서 그간 유력 대권주자들의 초청간담회를 진행해 왔다. 유력 주자로 분류되는 문재인, 김두관, 손학규 후보에 대한 각각의 평가를 한다면?
▲먼저 문재인 후보는 대단한 인격자이며, 조그마한 욕심도 부리지 않는 대범함도 갖췄다고 생각한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문 후보는 MB와 대척점에 있는 사람, 즉 꼼수 안 부리고, 사리사욕도 부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는데 상당히 공감한다. ‘인격의 멘토’라고 불릴 정도로 존경받는 신사 정치인이다. 김두관 후보는 저평가된 우량주라고 생각한다. 이장부터 시작해 스토리가 있으신 분이다. 젊고 대중적인 친화력이 특출하며, 개혁적이다. 모든 면에서 훌륭한 대선 후보군 중 한 명이다. 손학규 후보는 분당 보궐선거 때 한나라당 강세지역에서 승리했고, 야권 통합을 이뤄냈으며, 그러면서도 19대 국회에 불출마해 기득권을 버렸다. 최근에는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인상적인 슬로건으로 주목받고 있다. 모두가 훌륭하신 분들이다.

-마지막으로 당 중진으로서 안철수 원장과의 단일화에 대한 입장이 있다면?
▲안철수 원장은 우리에게도 상당히 소중한 자원이고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나 앞으로 있을 정권교체에 꼭 필요한 인물이라고 본다. 우리 당 일각에선 안철수 원장과 원샷 경선을 주장하고 있는데 나는 신중해야 한다고 본다. 원샷 보다는 민주당의 후보를 먼저 뽑고 이후에 안 원장과 양자대결을 하는 투샷 경선이 좋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당내 후보가 여럿이라 지지도가 분산되어있지만 경선을 통해 수렴하게 되면 우리 후보의 지지도는 수직상승할 것이다. 그 상태에서는 안철수 원장과의 대결은 해볼 만 할 것이고, 국민적 관심도나 파급효과 또한 훨씬 클 것으로 생각된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