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대 ‘머슴’ ‘귀족’ 대 ‘서민’…승자는

오는 12월 19일 제18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진다. 여권은 5명의 대선주자들
이 나섰음에도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최종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반면, 야권은 수많은 잠룡들이 본선보다 더 치열할 것으로 보이는 예선전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야권의 많은 대권주자 가운데 민주통합당 내 ‘빅3’로 꼽히는 문재인, 손학규 상임고문과 김두관 경남지사가 1차 예선(당내 경선)을 거쳐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단일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일요서울]은 여권의 상수인 박근혜 전 위원장과 야권의 4인(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안철수)에 대한 대선 가상대결을 4회에 걸쳐 연재한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 야권 후보가 되면 박근혜 전 위원장에게는 가장 힘든 상대가 될 것이다”

박근혜 대선 캠프 핵심 관계자의 말이다. 박 전 위원장이 40%대 지지율을 내달리며 대세론을 형성하고는 있지만 본격적인 본선 게임에 들어갔을 때를 가정한다면 살아온 삶의 궤적과 형제들, 주변 측근들까지 극명하게 대비되는 김 전 지사가 위협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사실상 여권 대선주자로 확정된 박근혜와 치열한 대선 경선전을 준비 중인 김 전 지사의 차이점을 [일요서울]이 짚어봤다.

‘위에서부터’ 朴 대 ‘아래에서부터’ 金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꿈꾸는 박 전 위원장은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맏딸이다. 그가 9살이던 1961년, 부친이 5·16 군사쿠데타를 일으키며 정권을 잡았고 1963년 제5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이후 1979년까지 그는 10대와 20대를 청와대라는 제일 높은 곳에서 보내며 일찍 정치적 수업을 받았다.

영예로운 이 위치에서 그는 두 번의 커다란 상처를 경험하게 된다. 서강대학교 전자공학과를 거쳐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난 1974년 모친이 광복절 기념식에서 피살당해 급거 귀국한 이후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며 국정을 경험하고 1979년 10·26사태로 아버지를 잃는 비운의 주인공이 된다.

이후 신당동 옛집으로 돌아와 야인(野人)으로 18년을 보내면서도 걸스카우트 명예총재와 육영재단 이사장, 영남대학교 이사장, 정수장학회 이사장 등을 맡으며 부모의 유지 계승에 전념했다.

박 전 위원장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어머니가 (문세광의) 흉탄에 돌아가신 후 그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빈자리에 대한 책임감과 사명감 때문이었다”며 “그때부터 제 삶은 완전히 다른 길을 가야 했다. 개인의 삶 대신 국민과 함께하는 공적인 삶이 시작됐다”고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던 과거를 회고했다.

그는 이어 “(어머니에 이어) 아버지를 잃는 또 다른 고통과 아픔을 겪고, (이번에는) 저는 평범한 삶을 살고자 했다”면서도 “IMF 외환위기를 맞아 국민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보고 지켜볼 수만 없었다”고 자신의 정치 입문 계기를 밝혔다.

‘위에서부터’ 시작된 박 전 위원장에 비해 김두관 전 지사는 철저히 ‘아래에서부터’ 자신의 입지를 다져나갔다.

김 전 지사는 1959년 4월 10일 경남 남해군 고현면 이어리에서 5남1녀 중 5째로 태어났다. 이어리는 130여가구가 사는 소규모 농어촌 복합마을로 연륙교인 남해대교가 놓이기 전에는 배를 타야만 육지로 나갈 수 있을 정도로 외딴 섬이었다.

김 전 지사는 고교 졸업 후 국민대에 합격했지만 등록금 23만8000원이 없어 대학 진학을 포기했고, 고향에서 2년간 마늘농사를 지었다. 농사를 짓는데도 쌓여만 가는 빚을 보다 못해 대학 진학을 결심했다. 1979년 경상전문대(현 경북전문대) 행정학과에 입학했고, 1981년에는 동아대 정치외교학과에 편입했다.

군 제대 후 고려대 운동권이었던 친동생 김두수 등의 영향으로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민통련)에 가입, 반독재 민주화 투쟁에 나섰다. 민통련에서 간사로 활동하다 개헌추진본부 충북지구 결성대회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됐고, 집시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풀려난 뒤 고향으로 돌아가 농민운동을 하겠다고 결심, 대학 졸업 후 남해로 귀향했다. 1987년 전국농민회 산하 남해 농민회를 결성해 사무국장 등을 역임하고 1988년에는 이어리 이장으로 선출됐다.

김 전 지사는 이후 남해군수 선거에 두 번 출마해 두 번 모두 당선됐고, 참여정부 출범 이후 행정자치부 장관을 맡기도 했다.

이후 김 전 지사는 노 전 대통령의 정무특보, 열린우리당 최고위원 등을 지냈지만 국회의원 선거, 경남도지사 선거에서 줄줄이 낙마했다. 2010년 무소속으로 경남지사 선거에서 승리한 그는 지난 2월 민주당에 입당, 최근 해남 땅끝마을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김두관 전 지사는 최근 언론과 인터뷰에서 “박근혜 의원의 집권은 민주주의 역사를 되돌리는 것이다. 박 의원은 특별히 한 일도 없다. 박정희 독재가 극성을 부릴 때 퍼스트레이디를 하면서 무엇을 배웠겠느냐. 총선 공천 과정이나 이후 당 운영을 보면 이미 독재자가 돼 있다. 역사의 퇴행을 막기 위해서는 모든 면에서 박 의원과 대척점에 있는 내가 야권 주자로 경쟁력이 있다”고 밝혔다.

김 전 지사는 대선 출정식에서도 “이번 대선은 대한민국을 크게 바꾸자는 세력과 대한민국 이대로 좋다는 세력 간의 대결”이라며 “이번 대선은 ‘국민을 섬기는 김두관’과, ‘국민 위에 군림하는 박근혜’의 대결”이라고 전선을 확실히 그었다.

형제들, ‘귀족’ 대 ‘서민’ 극명한 대비

두 후보의 삶의 궤적이 달랐던 것처럼 그들의 형제들이 살아온 삶 역시 극명하게 대비된다. 박근혜 전 위원장의 형제로는 여동생 근령씨와 남동생인 지만씨가 있다.

박근령씨는 서울대 작곡과를 나왔고 육영재단 이사장을 거친 후 한국재난구호 총재, 한국여성바둑연맹 총재, 대한댄스스포츠실업연맹 총재 등의 직함을 가지고 있다. 박씨의 남편은 신동욱 전 백석문화대 교수로 이들 부부는 육영재단 운영권을 두고 박지만씨와 벌써 6년 째 법적 공방 중이다.

박지만 씨는 포항제철(현 포스코)의 냉연강판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사실상 독점해 산화철을 만드는 EG 회장이다. 대마초 파동으로 홍역을 겪은 박지만 씨는, 89년 박정희 전 대통령과 뗄 수 없는 관계인 박태준 전 포철 회장의 도움으로 EG 전신인 삼양산업의 부회장에 올랐고, 현재는 EG 회장 겸 대주주가 됐다.

박 씨는 지난 2010년 ‘재벌닷컴’이 집계한 한국 400대 갑부 안에 들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재산 규모 583억 원, 336위였다. 박 씨의 부인 서향희 씨는 변호사다. 올해 초 퇴출된 후 각종 비리가 드러난 삼화저축은행의 고문 변호사를 맡았던 경력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박지만씨 역시 신삼길 회장과의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친박계로써는 곤혹스런 눈치다.

이에 반해 김두관 전 경남지사의 형제들은 ‘뼛속까지 서민’이다. 맏이인 큰누나는 서울 영등포 대림시장에서 40년간 생선가게를 꾸려오고 있다. 큰형은 독일 광부로 10여 년간 일하다가 지금은 목회 일을 하면서 빈 박스나 고물을 모아 파는 사회적기업을 운영 중이다.

둘째 형은 농사를 그만두고 부산에서 목욕탕 때밀이 등 온갖 일을 하다가 얼마 전까지 회사 경비원으로 근무했다. 셋째 형은 이라크 건설현장에서 5~6년 일하면서 동생(김두수)에게 학비를 부쳐줬는데 이후에는 택시운전 등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한다. 장모는 남해읍 전통시장에서 채소를 팔고 있다. 김 전 지사의 2012년도 신고재산은 7900만원이다.

측근들, 중심 대 변방

이외에도 박근혜와 김두관이 대비되는 것들은 즐비하다. 박 전 위원장의 측근 그룹에 ‘7인회’처럼 3·5공화국 정권의 핵심부를 경험한 이들이 많은 반면 김 전 지사 측근들은 변방에서 홀대받던 이들이 대부분인 것도 그 중 하나다.

또한, TK출신 박 전 위원장과 PK출신 김 전 지사의 대결구도도 흥미롭다. TK는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으로 이어지던 30년간 군사독재로 정권을 이어갔고, 현재 이명박 대통령 역시 TK출신이다.

MB정부가 TK인사 편중논란을 일으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캠프 역시 요직은 TK출신 인사들이 독점했다. 캠프의 최대 실세로 꼽히는 최경환 총괄본부장과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이 그들이다. 이에 반해 김 전 지사는 수도권 출신 원혜영 의원과 호남 출신 천정배 전 의원을 전면에 배치했다.

이렇듯 ‘공주 대 머슴’, ‘귀족 대 서민’, ‘중심 대 변방’, ‘TK 대 PK’ 대결 구도를 보이고 있는 두 후보들 중 국민들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