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IMF, 2012년 유로존 위기로 ‘정권교체’(?)

▲ <사진출처=뉴시스>

[일요서울|조기성 기자] 유럽발 경제위기가 2012년 대선의 최대 변수로 급부상하면서 여야 대권주자의 ‘경제 리더십’이 중요한 이슈로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위기가 실제로 진행될 경우 기존의 ‘경제민주화’ 등의 이슈들은 ‘경제 위기’라는 블랙홀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경제’가 화두로 제시된 지난 2007년 대선과는 전혀 다른 1997년 IMF 외환위기 하에서 치러진 대선과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대선을 앞둔 현재 우리나라 경제의 최대 위협요인은 유럽발 경제위기이다. 지난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의 부도가 태평양 너머 한국에게 제2외환위기를 야기한 것처럼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가 또 한 번의 격랑을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소강 국면을 보이고는 있지만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부채와 가계부채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등 위기의 본질적 문제 해결은 아직도 요원한 상황이다. 지난 2009년부터 3년째 유동성 공급에 의존해 최악의 상황을 틀어막고 있는 데 불과하다.

지난 3년여 동안 유로존 위기로 파급되는 것을 막아내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2008년 때처럼 외국계 자금의 급격한 이탈로 이어지지 않고 있고 수출입 증가세가 올 들어 크게 둔화돼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파괴적인 국면까지 가지 않고 있다. 위기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그 실체가 표면화하지 않은 기현상에 따른 것이다.

유럽 경제위기가 리먼브라더스 사태처럼 세계경제에 ‘폭탄’을 안기며 실체화 하는 계기는 국가 ‘디폴트’ 사태이다. 남유럽 국가 중 한 국가의 디폴트는 그 국가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유럽각국의 은행들을 도산위기로 몰아넣으면서 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된다.

이러한 불안한 현상유지 상황이 이대로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없다. 위기를 늦출 뿐이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정치권도 올 연말 대선을 앞두고 유럽발 경제위기의 충격이 한국을 덮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남유럽 국가의 디폴트가 현실화되면 1차적으로 독일-프랑스 은행의 부실화로 촉발되면서 전세계가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나라는 지난 2008년과 같은 대규모 자금유출은 불가피하다. 한국 금융시장은 직격탄을 맞는다는 의미이다.

2차적으로 유럽을 중심으로 경기침체가 미국, 아시아, 등지로 확산되고 세계무역규모는 지난 2009년 1분기 이상으로 위축될 경우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도 위기상황에 빠질 수 있다. 그야말로 1997년 말이나 2008년 말과 같은 대위기에 버금가는 상황의 도래이다.

이러한 위기상황 도래는 여러 복합적 요인으로 12월 연말 대선전에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설사 유럽 국가의 디폴트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시간이 갈수록 세계경제의 주름살로 인한 경제 불안심리를 가중시킬 것은 분명하다. 잠복된 위기의 장기화가 가지는 불안요소 또한 국민들의 경제에 대한 위기의식을 표출시킬 것이고 집권여당에게는 불리한 이슈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경제가 급속히 나빠지면 좋든 싫든 바꿔보자는 심리가 커져 여당 후보에 불리하다”며 “박 전 위원장은 경제민주화로 ‘핀트’를 잘못 맞추고 있다. 세상흐름에 대한 통찰력이 약한 것”이라고 말했다.

15대 대선, IMF가 정권교체 ‘일등공신’

1997년 12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한 직후 치러진 15대 대선에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실정’에 대한 정권심판론이 김대중 대통령을 탄생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렇듯 정권교체를 불러온 가장 큰 요인은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아들의 병역의혹과 한나라당에서 탈당한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의 출마, DJP연합 등 여러 가지 변수들이 존재했지만 김영삼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였던 것이다.

IMF 외환위기는 김영삼 정부의 실정에서 비롯됐지만 이번 유럽발 경제위기는 외부 요인이라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가 책임론에서 한 발 비켜설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현 정부 출범 이래 펼쳐진 친재벌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은 서민들의 경제를 파탄에 이르게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고, 특히 10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문제는 ‘정권심판론’ 투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더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2일 기준금리를 0.25% 전격 인하하면서 가계부채의 증가속도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금리 인하는 올 12월 대선을 앞두고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경기부양에 올인해야 한다는 현 정부의 뜻이 반영됐다”며 “물가상승 압력과 가계부채문제 등으로 인한 서민들의 불만이 대선에서 표로써 발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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