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군부 최고 실세 리영호 실각 배후 장성택계 공안라인 가동

▲북한은 18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원수' 칭호를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방송, 평양방송은 이날 낮 12시 '중대보도'를 통해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원수칭호를 수여할 것을 결정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2년 4월 14일 북한의 평양 경기장에서 손을 흔드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손흔들며 인사하는 모습. <서울=AP/뉴시스>
[일요서울|고동석 기자]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 제1위원장의 군부 장악이 사실상 완료 단계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을 비롯한 조선중앙TV, 평양방송 등 관영매체들은 18일 낮 12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일제히 원수칭호를 수여한다는 중대보도를 발표했다.

이를 두고 김정일 사망 7개월여 만에 김정은이 명실상부 최고사령관으로 군부를 통제할 실질적인 지휘권까지 거머쥐었다는 분석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로써 지난 4월 당대표회의와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 체제 권력구도가 당과 군부를 통틀어 실권 통치로 권력구도를 공고화하는 단계로 접어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해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15일 북한군 최대 실세 중의 한 명인 리영호 총참모장을 갑작스럽게 모든 직책에서 해임함으로써 군부에 동요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김정은의 군부에 대한 권위를 더욱 높임으로써 군부를 보다 안정적으로 장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공화국 원수라는 칭호는 일반 군 지휘관들이 수여받을 수 있는 최고직책인 인민군 원수와는 다른 것이라며 김정은이 마침내 공화국 원수직책까지 수여받음으로써 최고사령관임에도 불구하고 북한군 수뇌부보다 낮은 대장 계급을 갖고 있던 모순이 해결되게 되었고, 김정은의 군부 장악력도 더욱 커지게 됐다고 전망했다.

북한은 지난 17일 리영호 군총참모장의 실각을 대내외에 알리면서 신병 관계로 모든 직무에서 해임한다고 밝힌 뒤 발 빠르게 후임으로 폭풍부대로 불리는 8군단장 현영철을 차수로 승진시켰다.

이영호의 실각은 김정은의 원수 칭호로 이어지는 군부 수뇌부의 권력구도 체제 개편을 위한 서막이자, 권력투쟁의 종식 또는 중대 분기점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사실 군 통솔 경험이 일천한 김 제1위원장이 대장으로 오른 것은 지난 20109월로 2년이 채 안됐고, 이번에는 차수를 건너뛰고 2단계나 높은 원수칭호를 받았다.

군부 수장으로 신군부 세력을 대표했던 리영호 총참모장은 그간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보고 없었다. 그렇기에 김정은의 공개활동을 32차례나 수행하다가 갑작스레 해임된 것으로 볼 때 실각보다는 숙청이 확실시 되고 있다.

리영호는 현재 가택연금이나 구금상태에 있을 것이라는 추측들이 정보 당국을 통해 흘러나온다. 군부 최고 엘리트 실세가 불과 한 달여 사이에 권력 상층부에서 전격적으로 제거된 것은 북한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이례적인 일이다
.

그래서 단순한 권력교체에 의한 해임이라기보다 숙청에 가깝다고 보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는 곧 북한 권력 수뇌부 내에서 김정은을 군부 전면에 앞세우기 위한 치열한 권력투쟁이 진행 중이라는 게 정보 당국의 관측이다.

김정은 뒤 권력투쟁 핵심 축은 장성택 

이미 지난 4월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이영호를 따돌리고 당 권력 4위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내부 진통을 겪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권력 투쟁의 배후에 장성택계 공안라인의 합작품이라는 시각도 있다.

특히 김 제1위원장에 대한 원수칭호가 노동당 중앙위원회, 당 중앙군사위원회, 국방위원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명의로 결정됐다는 점은 당과 군부 내에 권력 재편이 상당 부분 진척돼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군부 권력투쟁 속에 김 제1위원장이 원수로 전격 승격돼 군 통제권 장악에 나선 것은 내 성골로 북한군을 대표하는 최고 실세였던 리영호의 실각에 따른 군부 내 반발을 조기에 진화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군 수뇌부 권력 재편과 숙청이 하부조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것은 최룡해를 정점으로 장성택계가 김정은을 앞세워 리영호와 함께 신군부 세력으로 분류되는 군의 주요 보직과 군단장, 사단장 급에 대한 대폭적인 물갈이 또는 대대적인 숙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리영호가 이끌던 신군부 세력의 반발이 어떤 식으로 표출될지 예의주시할 최대 변수로 주목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영호의 실각은 일회용 사건이 아니라 김정일 사후 장성태계 중심의 권력재편 과정으로 현재 진행형의 성격을 띤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며 장성택계는 군과 내각, 당에 대한 전반적이고 포괄적인 권력장악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 선임연구원은 권력갈등은 엘리트 진영의 균열과 통치능력의 약화를 초래하게 돼 권력 지형 재편으로 북한 지도부 내 균열이 불가피하다북한 주민이나 군의 소요사태가 발생할 경우 과거와 같은 일사불란한 통제와 수습 능력을 보여주는데 한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kd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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