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기획·카피에서 금융마케팅까지’ 조준희 IBK기업은행장이 은행권에 불어 넣은 새바람이다. 이 바람은 한여름 태풍 만큼이나 큰 회오리를 일으키며 한국 금융계를 강타하고 있다.

조준희 행장은 국민오빠 국민MC 송해(85세)를 홍보대사로 위촉해 CF 광고를 기획하고,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거래할 수 있는 은행’이란 카피로 IBK기업은행은 기존의 ‘기업’에서 ‘국민’으로 이미지를 일거에 탈바꿈 시켰다. 일명 송해 광고는 국민들의 세대를 넘어선 호응을 얻으면서 신규계좌가 늘어나면서 수탁고도 1300억 원을 훌쩍 넘어섰다.

‘송해 효과’의 이면에는 발로 뛰는 조 행장의 ‘현장중심의 경영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조 행장은 지난 6월 안산시 상록수역 광장에서 인근에 거주하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무료급식 봉사활동을 하고, ‘IBK 9988장수통장’과 어르신들이 대부분인 실향민들 위한 ‘실향민 통장’이란 새로운 실버금융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여기에 ‘발탁 인사’까지 가세했다.

뿐만 아니다. 조 행장은 동아시아 IBK금융벨트의 구축을 목표로 동북아시아와 인도, 중동 등 새롭게 떠오르는 해외 신흥시장 진출의 성공을 위해 중국과 인도네시아, 인도를 비롯해 중동의 듀바이는 물론 유럽까지 방문해 현지 사무소 설립방안을 직접 검토하는 강행군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특히, 조 행장은 지난 5월 TV뉴스를 시청하다가 부산 서면 노래방 화재사건의 뉴스를 접하고 전화기를 들었다. 내외국인 근로자가 포함된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기업고객본부장에게 전화해 상황을 파악토록 지시한 결과, 피해자들이 속해 있던 중소기업체는 기업은행의 금사공단지점과 거래를 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조 행장은 즉시 다방면의 금융지원은 물론 장례용품 지원이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시장 친화적 저금리 정책도 주목”

조 행장의 이 같은 조치는 행원에서 은행장에 오르는 32년의 세월을 근무해 오는 동안 ‘IBK의 근본 뿌리는 중소기업 특화은행’이라는 뼈 속 깊이 각인된 경험에서 비롯됐다. 

조 행장이 2010년 12월 취임한 이래 ‘중소기업 대출금리 임기 내 한자리 수로 낮추겠다’고 국민과 약속하고 그 일환으로 지난해 9월 중소기업 연체금리를 최고 18%에서 13%로 내린데 이어 올해 초부터는 중소기업 일반대출 금리도 17%에서 12%로 내렸다. 8월부터는 중소기업 대출금리를 현행 12%에서 10.5%로 또 낮추고, 연체대출의 최고금리도 13%에서 12%로 1%포인트 낮춘다. 이는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금리 연 14~21%보다 낮은 수준이다.

특히, 올해 연말의 대통령선거를 거치면서 대기업 중심의 정책기조가 중소기업 중심으로 전환될 것이란 예측도 한몫하고 있다. IBK가 중소기업 부문에서 독보적인 시장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선제적인 중소기업 친화적 금리정책을 통해 IBK의 성장잠재력을 한층 강화시키겠다는 조 행장의 혜안이 그것이다.

조 행장의 은행환경과 금융시장에 대한 선구안(選球眼)은 30년 은행생활의 간절함이 담겨있다. 그는 기업은행에서 신입행원으로 입행(1980년)에 행장까지 오른 유일한 인물이자 비관료 출신으로는 두 번째다. 동경지점장, 종합기획부장, 경인지역본부장, 종합금융본부장, 경영지원본부장, 개인고객본부장 등 은행의 거의 모든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은행영업의 처음부터 끝까지 몸으로 체득하고 마음으로 새겼기에 가능한 일이다.

<서원호 취재국장> 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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