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출판’에 ‘방송출연까지’ 철저한 기획 작품

▲ <정대웅 기자> photo@liyoseoul.co.kr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전광석화같은 책 출판과 방송 출연으로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사실상 대선출마를 결심했다는 시각부터 ‘민주당 후보 견제용’이라는 분석까지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이 부른 ‘안철수 현상’은 이제 ‘반박근혜 전선’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체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특히 안 원장 지인들로부터 ‘대선 공약집 출간’, ‘북콘서트’, ‘광복절 출마설’이 흘러나오면서 잘 짜여진 각본처럼 움직이는 안 원장의 행보에 ‘보이지 않는 손’이 존재하는 게 아니냐는 ‘안철수 음모론’마저 재차 고개를 들고 있다. 그 배경을 알아봤다.

안철수 원장이 사실상 대권 행보를 보이면서 곤혹스런 잠룡들이 있다. 그 상위에는 단연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자리잡고 있다. 책 출간과 동시에 방송 출연으로 단박에 ‘박근혜 지지율’을 무너뜨리면서 서울시장 선거 이후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재차 1위를 달리고 있다.

기습적인 서적 출간은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모 방송사 출연 시청률은 박 후보가 출연했을 때보다 높게 나왔다. 여권에서 ‘안철수 현상’을 ‘안철수 쇼크’로 바꿔 표현하는 배경이다. 박근혜 캠프의 한 인사는 “안철수 원장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최소한 자산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고 있다”며 “정치 경험이 전무한 안 원장 혼자서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의혹어린 시각을 보내고 있다.

안철수 절묘한 ‘타이밍의 정치’ 여야 ‘씁쓸’
실제로 안 원장의 재부상 배경에 여권 일각에서는 진작부터 ‘청와대 기획설’, ‘안철수 음모론’이 제기된 바 있다. 내용인 즉 ‘안철수 현상’은 ‘박근혜 대세론’을 흔들기위한 청와대 및 친이계의 작품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박세일 신당’이 첫 번째 실험이었다. 박 후보가 대표시절 세종시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다 의원직을 버린 인사가 바로 박세일 전 의원이다.

하지만 박세일 신당은 19대 총선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면서 유야무야됐다. 원내교섭단체 구성(20석)을 장담했지만 단 한석도 얻지 못하면서 친이계 구심정당으로의 역할은 물거품이 됐다. 이런 가운데 ‘안철수 현상’은 친이계로선 매력적인 카드로 부상했다. 어차피 친박계와 친이계가 함께 갈 수 없다면 제 3지대에 있는 안 원장이 대안으로 떠오른 셈이다.

이와 관련 박형준 전 청와대 특보는 과거 의미심장한 언급을 한 바 있다. 한때 친박 진영으로부터 ‘안철수 현상’을 띄운 배후로 지목 받기도 했던 그는 작년 9월 중순 한 인터넷 매체와 인터뷰에서 “(안철수 신드롬은) 기존 정당이 새로운 욕구를 전혀 충족을 못시켜준 결과”라며 “의사소통이 굉장히 느린 정치에 대한 짜증을 풀 수 있는 아이콘으로 안철수가 출현했다”고 해석했다. 이어 그는 “현재 기존 정당의 틀을 깨지 못하면 제2의 안철수 제3의 안철수가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여야를 싸잡아 공격하는 모양을 취하면서 ‘박근혜의 한나라당은 안된다’는 간접적인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이재오 의원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이 의원은 박 후보가 경선 룰을 고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자 5월 6일 대학생과 간담회 자리에서 “대선 후보 경선이 한 사람을 위해 박수치는 것이라면 정권 재창출은 어렵다”면서 “안철수 교수나 제 3후보군이 등장했을 때 새누리당에 대한 유권자의 지지철회는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최근 안 원장의 방송 출연에 SBS 사장 출신 하금열 대통령 실장의 ‘역할론’마저 흘러나오면서 친이계의 ‘안철수 띄우기’에 청와대까지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친박 진영에서 제기되고 있다. 친이계뿐만 아니다. 한나라당 소장파로 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있는 김성식, 정태근 전 의원 역시 ‘안철수 현상’에 상당한 관심을 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재오 ‘반박정권창출 ’大 시나리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박근혜 팬클럽을 자처하는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의 정광용 회장은 6월말 이명박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이재오 의원에게 안철수 원장을 밀도록 지시했냐”고 질문을 하기도 했다.

또한 정 회장은 “올 9월 또는 10월 시기가 무르익으면 새누리당을 떠나 안 원장에게 갈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으라는 지시를 했느냐”고 질의했다. 정 회장은 ‘지극히 신뢰할만한 분’이라면서도 제보자를 공개하지 않아 발언의 신뢰성은 의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친박 진영에선 ‘퇴임후 안전판 확보’에 ‘차기 정권 관리’ 차원에서 ‘음모론’적 시각을 버리질 않고 있다.

박 후보만큼이나 타격을 입은 인사는 또 있다. 바로 민주당 경선에 참여하고 있는 후보군이다. 안 원장의 기습적인 행보로 인해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민주당 경선은 ‘2부 리그’로 전락해 버린 모양새다. 김두관 캠프의 한 관계자는 “8강도 아니고 16강으로 떨어진 기분”이라며 뜨지 않는 지지율과 경선 분위기로 답답함을 내비쳤다.

답답하기는 손학규 캠프도 마찬가지다. 언론에서 안 원장과 문재인 그리고 박근혜 3자 구도로 몰아가면서 ‘비주류의 비주류’ 신세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흥행’면에서 실패지만 개인적으로 문 캠프는 호재라는 평가다. 안 원장이 주목을 받으면서 ‘후보 단일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문 후보가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문 캠프에선 “(비문주자 3인방이 주장한)결선 투표제까지 가지 않는다”며 “1차에서 50%이상을 얻어 끝날 것”이라고 자신감 있는 모습이다.

안 원장의 급부상에 따라 잠룡들 역시 일희일비하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안철수 쇼크’로 인한 아이러니한 것은 친노 진영의 대표주자인 문재인 캠프와 친이계 일부가 안철수 원장의 부상을 내심 반기고 있다는 점이다. 친노의 정권 탈환과 친이계 ‘박근혜 불가론’이 안철수라는 제 3지대 인물을 통해 오월동주하는 격이다.

한편 안철수 원장의 차기 행보에 대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화두를 던진 안 원장이 서적 출간과 방송 출연이후 내밀 다음 카드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민주당 경선 안철수 출마 분수령 된다
이와관련 <안철수의 생각>에서 대담자로 나섰던 제정임 세명대 교수는 7월 25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안 원장에 대한 피드백이 많으면 다음 단계로 대선 공약집 같은 것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에 대해) 동의하는 분이 많아지면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했고 출마 가능성이 커지지 않을 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단초도 구체적으로 ‘지지율 추이’라고 못을 박았다.

민주당내 친안철수 진영은 전국 순회 ‘북 콘서트’나 ‘강연 정치’ 개최 가능성도 점쳤다. 런던 올림픽, 여름 휴가, 민주당 경선 등 하계 일정이 빡빡한 만큼 출마 선언하기전까지 ‘안철수 붐’을 이어가기위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출마 선언 시기와 관련해서 8월 15일 광복절 출마설로 민주당 경선이 시작되기전 할 것이라는 관측과 2002년 정몽준 국민승리21 후보가 9월 17일 출마선언을 한 점을 들어 민주당 경선이 끝난 직후에 있을 것이라는 2가지 안이 그럴듯하게 오르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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