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미 대선과 2012년 코리아 대선 비교해보니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대한민국 대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누가 대통령에 오를지는 안갯속이다. 하지만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를 보면 양강 구도로 흐르고 있다.

장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50)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60)가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초의 여성 정치인 대통령  탄생이냐 아니면 민간인 출신 최연소 대통령 탄생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12년 한국의 대선 구도와 유사한 대선이 있었다. 바로 2008년 미국 민주당 경선이다. 당시 공화당 조지 부시 대통령의 8년간 재임으로 싫증난 미 유권자들은 민주당 후보에 강한 호감을 갖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1위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였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인 힐러리는 여론조사와 전문가들로부터 차기 대통령으로 점쳐지고 있었다. ‘힐러리 대세론’도 굳건했다.

반면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후보로 거론되고 있었지만 흑인 후보라는 점과 정치 신인이라는 두 가지 점이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힐러리는 초선 의원 오바마의 정치적 스승이었다. 오바마는 1년 동안 의안 토론중일 때 힐러리를 찾아가 조언을 구했고 힐러리는 그때마다 격려와 자문을 해줬다. 이에 오바마는 고마움의 표시로 가족 사진을 선물했고 힐러리는 상원의원을 그만둔 2009년까지 자신의 집무실에 가장 눈에 띄는 곳에 걸어둘 정도로 친분이 깊었다.

이렇듯 상대가 되지 않을 것 같은 오바마 후보였지만 경선은 손에 땀을 쥐는 명승부가 연출됐다. 당초 힐러리 의원의 압도적인 승리가 점쳐지던 경선은 1월 3일 아이오와주 코커스 투표함을 개표하면서부터 이변이 시작됐다.

버락 오바마가 1위를 하고 힐러리는 3위로 주저앉는 완패였다. 하지만 이어진 뉴햄프셔주에선 힐러리 압승으로 장군멍군식 경선이 이어졌다. 힐러리는 무엇보다 23개주에서 일제히 경선이 치러진 ‘슈퍼 화요일’(2월5일) 대격전에서도 오바마에게 승리했다.

그러나 이어진 루이지애나, 네브라스카, 워싱턴, 메인, 워싱턴 DC 메릴랜드, 버지니아, 위스콘신 등에서 오바마가 연승행진을 벌이면서 힐러리는 ‘지옥같은 2월’을 보내야만 했다. 패인은 2월 5일 수퍼 화요일에 승리할 것을 낙관하고 공화당 텃밭인 남부벨트 지역을 등한시한 결과였다.

남부에서 선거비용을 들여봐야 본선에서 유리할 게 없으니 중서부의 격전지만 유세를 집중한 전략의 실패였다. 반면 오바마는 흑인 몰표가 이어지면서 남부벨트에서 연승해 힐러리의 숨통을 조였다. 그러나 3월 4일 치러진 ‘미니 수퍼화요일’ 경선에서 힐러리가 승리해 경쟁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이어진 미시시피와 와이오밍 경선에서 오바마가 다시 승리하면서 대세론을 굳히게 됐다. 이로써 미 역사상 가장 흥미진진했던 민주당 경선은 막을 내렸다. 이후 공화당 후보였던 메케인은 미국 유권자들을 깜짝 놀랄만한 부통령 페일린 후보를 내세워 ‘오바마 바람’을 잠재우려고 했지만 오히려 역풍을 받아 패배의 쓴 잔을 들어야 했다. 그때 오바마는 50세도 안된 젊은 나이였다.

당시 선거 전문가들은 ‘루키’에 당한 힐러리 패배 원인으로 남편인 빌 클린턴 역할을 들었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빌 클린턴은 수많은 성추문을 몰고 다녔는데 민주당 중진 의원들은 이것이 대선 본선에서 아킬레스로 작용할 것으로 염려했다.

결국 민주당의 깨끗한 이미지를 갖는 정치인 중에서 힐러리 대항마를 찾았고 앨 고어가 대선 재도전에 관심을 보이질 않자 막 떠오른 정치 신인 오바마를 선택했던 것이다. 한 번도 져본 적이 없는 정치인 힐러리는 자신의 정치 구도가 빠르게 변화고 있다는 점을 간과한 셈이다.

왜 언론이 자신에게는 엄혹한 잣대를 들이대고 루키 오바마에게는 관대한 지 알고 싶어하지 않았고 오히려 짜증을 냈다. 결국 캠프내 내분 사태까지 겹치면서 패배를 자초했다.

2012년 대선을 앞둔 대한민국 정치 구도가 2008년 미 민주당 경선과 닮은 꼴이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자임하는 박근혜 후보의 대세론은 여전하다. 박 캠프는 경선보다 본선에 더 신경을 쓸 정도로 여유가 넘쳐난다. 이 배경에는 민주당 후보 누가 나와도 승산이 있다는 자신감이 짙게 깔려 있다.

반면 ‘5.16 발언’, ‘정수장학회’ 등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과오는 양날의 칼처럼 박 후보를 괴롭히고 있다. 최근엔 안철수 원장이 재부상하면서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역대 대통령 후보중 가장 젊은 50세의 나이에 정치는 한번도 해보지 못한 안철수 원장이 대선을 염두에 둔 행보를 이어가면서 초긴장한 모습이다.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도 오차범위 이상으로 뒤지는 것으로 나오기까지 했다.

최초 여성 대통령을 추구했던 힐러리 클린턴은 2008년 소셜네트워크(SNS)로 무장한 흑인의 정치 신인인 오바마에게 발목을 잡혔다. 2012년 박근혜 후보는 비정치인에 민간인 출신 대통령에 도전할려는 안 원장의 기세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받고 있다.

mariocap@dau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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