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vs 非 정치인… 승자는?

▲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좌)와 원외 유력주자인 안철수 원장(우)

[일요서울ㅣ조기성 기자] 오는 12월 19일 제18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진다. 여권은 5명의 대선주자들이 나섰음에도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최종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반면, 야권은 수많은 잠룡들이 본선보다 더 치열할 것으로 보이는 예선전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야권의 많은 대권주자 가운데 민주통합당 내 ‘빅3’로 꼽히는 문재인, 손학규 상임고문과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 1차 예선(당내 경선)을 거쳐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단일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일요서울]은 여권의 상수인 박근혜 전 위원장과 야권의 4인(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안철수)에 대한 대선 가상대결을 4회에 걸쳐 연재한다.

朴 ‘견고한 지지층’ vs 安 ‘지지율 상승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지지율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안 원장이 지난 19일 저서 ‘안철수의 생각’을 발간하고 지난 23일엔 SBS TV 예능 프로그램 ‘힐링캠프’에 출연하고 나서부터다. 기존 정치인들과는 다른 안 원장의 참신한 모습이 국민들에게 호응을 얻으면서 차기 대선 다자구도에서조차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제치고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 원장의 단독 대선 출마 가능성까지 조심스럽게 내놓을 정도다. 안 원장이 현재의 지지율을 유지한다면 자신의 지지 세력이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환멸을 느낀 대다수 국민들인 만큼 독자행보로 대권에 도전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박근혜 전 위원장과 안철수 원장은 대선 출마 자체에 대한 출발점부터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 ‘정치인’ 박근혜 대 ‘비정치인’ 안철수 구도가 확연히 구분되는 이유다.

박 전 위원장은 대선출마와 관련 “대선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정치적 라이벌과 경쟁해 권력을 쟁취하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또한, 박 전 위원장은 “누가 옆에서 하라마라 해서 될 일이 아니고 자신이 심사숙고해서 결정내려야 할 수밖에 없다”고 전형적인 ‘정치인’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박 전 위원장은 지난 2007년 대선 경선 패배 이후부터 꾸준히 자신의 대선 행보를 해오면서 최근에는 ‘사당화’ 논란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을 장악하는데 성공했다. 2007년의 실수(?)를 두 번 다시 뒤풀이하지 않기 위해 당 요직에 철저한 자기 사람 심기를 강행했고, ‘친이계 학살’이라는 불만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당 국회의원의 70% 이상을 자신의 아군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반면, 안철수 원장은 국민이 진정으로 자신을 원한다면 대선에 출마한다는 입장이다. 안 원장은 ‘힐링캠프’에 출연해 대선출마와 관련해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책을 통해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책을 보고 지지하는 분들의 기대수준에 맞는지 판단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지자들의 생각을 아는 게 중요하다”며 “그분들의 생각을 알려면 제 생각을 보여줘야 하고 그러면 그분들의 지지(여부)가 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지지자들이 반대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제 자리로 돌아와서 제 일을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

안 원장은 지난 4월 총선 결과 이후 대선출마 여부에 고민이 깊어졌다고 털어놨다. 그는 “야당이 승리해 야권 대권 후보가 부각되면 퇴장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새누리당이 압승하면서 저의 열망으로 이어져 당혹스럽다”고 토로했다.

저서 ‘안철수의 생각’에서도 안 원장은 “제가 생각을 밝혔는데 기대와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진다면 저는 자격이 없는 것이고, 제 생각에 동의하는 분들이 많아진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겠지요”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국민이 원하면 대선에 나가겠다는 뜻이다.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에게 ‘아름다운 양보’를 했던 안 원장에게 국민들이 다시금 열광하는 이유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안철수 현상’이 지속되는 가장 큰 이유는 진보와 보수의 프레임을 뛰어넘는 새로운 정치적 문법과 관련이 크다. 역설적으로 안 원장은 가장 ‘비정치적’이기 때문에 정치적 인기를 얻고 있다”며 “정치인들은 억울하겠지만, 안 원장은 정치 경력이 없기 때문에 신뢰가 더 높다. 당파적 정치의 진영 논리를 따르지 않으며 정치권이 사용하는 문법을 거부하고 알기 쉬운 대중적 어휘를 사용한다는 점 등이 국민들의 지지를 얻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안 원장 지지를 선언한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최근 발간한 <안철수의 힘>을 통해 ‘대통령은 정치인이 해야 한다’는 논리로 안 원장을 비판하는데 대해 “정치는 너무나 중요해서 정치인들에게만 맡겨둘 수 없다”는 프랑스 정치인 샤를 드골의 말을 인용하면서, “그 모든 정치인 출신 대통령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돌아보라”고 말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지금까지 대선 후보들은 대통령이 되기 위해 국민을 설득한 측면이 강하다. 그런데 안 원장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스스로 대통령이 되겠다는 게 아니라 국민이 원하면 하겠다고 말한다. 안 원장의 권력의지는 국민에게 봉사하겠다는 봉사의지로 읽힌다”며 “안 원장이 그동안 꾸준히 나눔을 실천했다는 점에서 더욱 국민에게 어필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원장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박 전 위원장 측은 독설을 내뱉고 있다. ‘권력의지가 약하다’, ‘위험한 정치 아마추어’ 등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갈릴리교회 목사는 지난달 27일 한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지금 우리나라에 대통령 해보겠다는 사람이 야당에서 여덟 사람, 여당에서 다섯 사람, 열 세명이나 나왔다. 기를 쓰고 대통령 해보겠다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땀을 흘리며 수고하는데 한 번도 대통령 해보겠다고 정식으로 말 한 적도 없는 안철수를 국민이 자꾸 대통령 하라는 것”이라며 “안철수 교수는 국민이 하라면 (출마)하겠다는데, 국민이 하라고 해야 그때 대통령 하겠다고 나서는 건 정상적인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게 사실인 걸 어떻게 하나, 이게 우리 사회의 우리 정치권의 불행”이라고 말했다.

2030 대 5060 대결

안 원장은 박 전 위원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이들, 특히 2030세대에서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안 원장은 ‘의사-벤처기업 경영자-대학교수’ 등 특이 이력으로 이미 청년층에서 인지도가 높다. 여기에 지난해 5월~9월 평화재단에서 주최한 ‘청춘콘서트’에 나서면서 ‘2030세대 대변자’로 부상했다.

그는 이 콘서트에서 취업난 등에 허덕이는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잃지 말고 지속적으로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던짐으로써 큰 공감대를 형성했다.

전국 순회 형식으로 진행된 청춘콘서트는 매회 매진을 기록했고, 안 원장이 받았던 청년세대의 열렬한 성원은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이번 4·11 총선에서 젊은 세대의 표심을 어느 정도 결정했다.

청춘콘서트 서포터즈들이 모여 만든 ‘청년당’은 비록 총선에서 유의미한 족적을 남기지 못해 사라졌지만, 안 원장에게서 영향 받은 젊은 세대가 직접 정당정치에 참여한 최초의 사례로 기록됐다.

기성 정치권에서 정치 무관심 세대로 분류하던 2030세대를 정치 관심 지대로 이끌어낸 안 원장이 대선에 출마한다면 그 폭발력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박 전 위원장은 50대 이상 장년층이 주 지지층으로 분석된다. ‘박정희 향수’를 지닌 이들은 새누리당 고정 지지층이기도 하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봐도 2040세대에서는 7대3 정도로 안철수 지지가 세고, 5060세대에서는 6대4, 7대3 정도로 박근혜 지지가 앞선다.

이런 와중에 홍사덕 ‘박근혜 대선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이 “출마 선언식에서 박 전 위원장 주변에 55세 이상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주의하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박 전 위원장 주위에 노년층만 몰릴 경우 ‘구식’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지만 노년층을 홀대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거셌다.

하지만 이런 논란은 박 전 위원장의 대선 행보를 노년층과 수도권 2030세대 중 어디에 맞출 것인지에 대한 박 캠프 측의 고민이 고스란히 묻어나고 있는 것이다.

세대 전략은 캠프 내에서 아직 정리되지 않은 논란거리다. 박근혜 캠프 핵심 관계자는 “2030세대를 대상으로 확대 정책을 펴느냐, 5060세대 표를 확실하게 잡느냐를 놓고 방향 설정에 논란이 많다”고 밝혔다.

일단은 2030세대에 집중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한 캠프 인사는 “어르신들은 박 전 위원장을 지지하게 돼 있다”며 “2030세대에 접근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실무자도 “지난 4월 총선에서 투표율이 54%에 불과했지만 여야의 총득표율은 비슷했다”면서 “대선에서는 투표율이 적어도 10%포인트 늘어나고 그 대부분이 2030세대이기 때문에 2030세대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5060유권자, 2030보다 많아졌다

집토끼인 5060세대를 확실히 잡아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지난 19일 중앙선관위가 발표한 유권자 수에 따르면, 2030세대가 전체 유권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년 전인 2002년 48.3%에서 올해 38.8%로 줄어든 반면, 50대 이상은 29.3%에서 39.2%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젊은 유권자는 10년 새 129만 명 줄고 장·노년층은 551만 명이나 늘면서 20·30과 50·60 간 유권자 크기가 역전된 것이다. 이에 따라 12월 대선에서도 상당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유권자의 고령화로 인해 보수 성향 대선후보에게 유리한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200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얻은 표는 1144만여 표였지만, 2007년에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1149만여 표)와 무소속 이회창 후보(355만여 표) 등 보수 후보가 얻은 표가 1500만 표를 넘었다”고 설명했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도 “50·60대 이상은 연령적 속성상 보수 성향이 강하고 역대 대선에서도 보수 후보를 주로 찍었다”며 “경제 민주화와 제도 변화보다는 국정안정과 위기관리, 연금·건강보험 등 보수 이슈에 큰 관심을 보인다”고 했다.

이런 흐름이 이번 대선에서도 이어지면 박 전 위원장이 상당한 표의 확장성을 보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고령화와 함께 유권자층의 진보화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과거 30·40대 진보층이 10년 사이 40·50대가 됐다고 해서 보수 후보를 지지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논리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386세대에 속하는 40대와 50대 초반은 아직 진보적 성향이 남아있기 때문에 50대 후반 그룹과는 다르다”고 분석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진보 성향이 남아 있고 최대 유권자층으로 부상한 40대가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가 판세를 결정지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40대가 22.0%로 연령대별 가장 많은 유권자수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한편, 연령대별 대결 구도와 함께 박 전 위원장과 안 원장 대결은 지역으로는 TK 대 PK 대결로 귀결된다.

하지만, 출생 지역을 떠나서 두 후보를 비교하면 수도권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안 원장의 파괴력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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