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SBS TV<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출연을 놓고 말이 많았다. 안 원장은 2009년 6월 MBC예능프로그램 <무릎팍도사>에 출연해서 대중적 관심도를 높였다. 때문에 이 프로에 출연을 희망했다가 거절당한 여야 대선후보자들의 불만이 크다. 이 같은 형평성, 공정성 시비에 대해 SBS측은 예능프로그램까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평상시라면 SBS의 주장에 토 달 일이 전혀 없다. 편성과 제작의 독립성 측면에서도 예능프로그램에 누구를 출연 시킬지는 전적으로 방송사의 자율에 속한다. 더구나 SBS는 시청률에 목을 매는 상업방송이다. 당연히 시청자들의 마음을 얻는 사회적 초관심 인물을 출연 시키는 것이 프로그램 목적에 부합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평상시 같으면 이처럼 마땅한 일이 시비를 생산했다. 이번 경우는 안철수 원장의 현실 위치와 출연시기가 논란의 소지를 안겼다. 안 원장은 그냥 교수가 아니라 누구나 아는 차기 유력 대선후보자다. 공식 선언만 남은 이런 인물이 대선 불과 다섯 달도 안 남은 시점에 이미지와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TV프로그램에 출연케 하는 것은 간접 선거운동 기회를 만들었다는 비판이 일어났다.
 

<안철수의 생각>이란 책이 나온 것과 때를 같이 한 것도 오해 소지를 마련했다. SBS는 연초에 방영된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과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을 끝으로 더 이상 정치인은 출연시키지 않겠다며 다른 대선주자들의 출연 섭외를 거절했다고 한다. 그래놓고 사실상의 정치를 하고 있는 안 원장을 이 미묘한 시기에 출연시킨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다른 대선주자들의 주장이 나왔다.
 

방송이 사실상 그를 대선 후보로 민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하고 있다. 6개월 전 박근혜, 문재인 두 사람이 이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후 누구의 시청률이 높았느니 하는 말들이 많았다. 일주일 간격으로 프로에 출연한 두 사람이 가슴 아파 눈물 흘렸던 경험을 말하거나 진솔한 포부를 밝히는 대목에서는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두 사람이 ‘신비주의 장막’을 걷어내고 사람들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가는 효과를 냈다.
 

그들이 그들만의 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들과 같은 세상에 같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소통이 이뤄진 것이다. 앞으로의 정치가 소통과 공감의 정치여야 하기 때문에 여야의 유력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사람들이 TV예능프로를 통해 유권자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예능프로의 가장 중요한 조건인 재미도 성공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걱정을 떼놓지 못하는 것은 예능프로에서 그들이 주고받은 대화의 상당 부분이 이성적이기 보다 대체로 감성적이어서 사람들이 가벼운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 할 사람은 재미와 감성을 뛰어넘는 국가 미래 비전과 국가운영 철학의 메시지가 분명해야 한다. 예능프로를 통해 지도자 되겠다는 사람의 비전과 철학을 읽을 수는 없다.
 

이런 탓에 방송사는 새 정치가 요구하는 소통과 공감을 뛰어넘는 정치의 공공성 회복에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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