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은 말로 먹고사는 직업인데 다른 직업인들 보다 말이 거칠고 상스러우며 엉터리 통계숫자를 무책임하게 나열하는 경우가 많다.

거칠기 짝이 없는 말투에서는 시정잡배를 연상케 하고 틀린 통계숫자에선 인격적 불신을 불러일으킨다.

7월 13일 통합민주당 소속 최재천 의원은 취중 폭력범에 대한 사법부의 보다 엄격한 법적용 계획을 반대하면서 “파출소에 가서 깽판 좀 부렸기로 뭐가 잘못이냐”고 했다. ‘깽판’이란 시정잡배나 뱉어낼 상스러운 단어지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입에 담을 말이 아니다. ‘깽판’ 대신 ‘소란’으로 표현했어야 옳다. 그는 미국의 경우 사람이 술 취해 경찰에 욕만 해도 즉각 체포된다는 엄격한 법적용 사례도 모르는 모양이다.

작년 11월 22일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은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한다면서 국회의장석을 향해 최루탄을 던졌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는 “폭탄이 있었다면 한나라당 일당독재 국회를 폭파해버리고 싶었다”고 외쳤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이기를 스스로 포기한 폭언이며 국회에서 축출되기에 족한 망언이었다. 그러나 그는 아무런 제재도 없이 지금도 국회의원으로 버젓이 활보하며 세비를 받아간다. 이 나라가 그의 말대로 “일당독재”였다면 그는 한밤중에 어디론가 끌려갔을 것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7월 11일 자신을 찾아간 김문수 경기도지사에게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을 “칠푼이”라고 했다. ‘칠푼이’란 칠삭둥이를 뜻하는 것으로서 크게 모자라는 사람을 지칭한다. 모든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후보 중 압도적으로 선두를 달리는 사람을 ‘칠푼이’라고 몰아세운다는 것은 스스로 자신의 품위를 ‘칠푼이’로 깎아내리는 막말이 아닐 수 없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는 6월 한 집회에 참석해 “해악무도(害惡無道)한 (이명박)정권을 끝장내야 한다”고 외쳤다. “해악무도”란 말은 해악스럽고 도의심도 없으며 무지막지함을 뜻한다.

이명박 정권이 기회주의적이며 물러터지긴 했어도 결코 “해악무도한 정권”이진 않다. 이 대표의 말이야말로 해악무도할 정도로 너무 거칠고 상스럽기 짝이 없다.

정치인들은 해악스러운 말만 해대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각종 통계숫자들도  틀린 채로 확인 없이 인용한다.

민주통합당 대선 주자인 손학규 상임고문은 6월 21일 한 강연에서 대기업의 고용실태를 언급하면서 “1992년에는 300인 이상 대기업 고용 비중이 22.6%였는데 2010년에는 8.19%로 줄었다”고 했다.

그러나 통계청에 따르면 대기업 고용비중이 2010년 8.19%로 떨어진게 아니라 14.5%로 감소되는데 그쳤다고 한다. 손 상임고문은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엉터리 통계숫자를 재확인 없이 인용한 것이다.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7월 15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자리에서 식량자급과 행복지수에 관해 언급했다.

그는 한국이 “선진국 중에서 식량자급률이 가장 낮은 나라”라고 했다. 하지만 농림수산식품부에 의하면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27.6%로 일본의 25% 보다 높다. 또 박 지사는 행복지수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한국이 가장 낮다고 말했지만, OECD 36개국들 중 24위라고 한다. 이것도 틀린 통계숫자였다.

정치인들은 거칠고 험한 막말로 그치지 않고 엉터리 통계숫자도 걸러내지 않은 채 무책임하게 쏟아낸다.

 국민들은 그들을 욕하면서 따라 배우게 돼 온통 나라가 상말과 뒤틀린 통계숫자로 어지럽다. 국정을 운위하는 정객은 누구 보다도 매사에 정확해야 하며 품격 높은 어휘를 골라 써야 한다.

정치인들은 국사(國事)를 논하기에 앞서 품위를 갖춘 말 그리고 통계자료를 꼼꼼히 살펴보는 신중성과 정확성부터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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