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대선 판도에 변화의 기류가 흐르고 있다. 고건-박근혜-이명박-정동영으로 이어지던 차기 주자들의 행렬이 어느 순간 뒤바뀐 것이다. 이명박 서울시장의 급상승이 주요 원인이다. 이 시장은 최근 차기 대통령 후보감 선호도 조사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제치는 기염을 토했다. 이 시장이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 경우 가장 강력한 당내 라이벌은 박 대표라는 점에서 그의 선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게 여론조사 분석 전문가들의 견해다. 지난 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 여론조사 추이를 분석해보면 7월의 결과는 심상치 않다는 것.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선 2007년 대선은 고 전 총리와 이 시장의 ‘빅 매치’가 되리라 예상하는 시각도 등장했다.

이명박 지지율 상승폭 커

지난 달 문화일보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는 주요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향후 지도자로서 누가 가장 적합한지”에 대해 물은 결과, 고건 35.1%, 이명박 15.1%, 박근혜 12.9%, 정동영 7.6%, 김근태 2.6%, 이해찬 2.6%, 손학규 1.0%의 순으로 나타난 것이다. 7월 이전 KSOI의 두 차례 조사에서 고 전 총리는 32.1%→31.9%→35.1%로 1위를 차지했다. 고 전 총리의 강세는 비단 KSOI뿐만 아니라 여타의 조사에서도 이를 증명해오고 있다. 주목할 대목은 이 시장의 약진이다. 고 전 총리 강세가 여전히 지속되는 가운데 그는 당내 경쟁자인 박 대표를 처음으로 추월한 것이다. 9.9%→10.9%→15.1%로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 반면 박 대표는 19.2%→15.5%→12.9%로 소폭 하락세를 보이면서 이 시장에게 2위 자리와 함께 당내 1위 자리를 내준 셈이다. 한나라당 지지층에서 이 시장에 대한 선호도 상승폭이 크다는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지지 정당별로 접근할 경우 열린우리당 지지층에서는 고건 45.7%, 정동영 17.6%로 고 전 총리가 월등히 높은 지지를 얻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 지지층에서는 고건 26.6%, 박근혜 25%, 이명박 25%로 세 주자가 고른 지지를 보였다. 이 시장은 박 대표와 같은 지지를 얻어낸 것이다. 이 시장의 선전은 다른 기관의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난다. 비슷한 시기 조선일보와 한국갤럽이 실시한 “차기 대통령 지지도”에서 이 시장은 박 대표와 근접한 결과를 보였다. 박 대표가 36.9%로 이 시장(35.7%)을 앞섰지만, “누가 대통령감인가”에선 이 시장이 47.4%로 박 대표(42.3%)를 추월한 것. 이 시장과 박 대표는 한나라당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각축을 벌였다. 한국갤럽의 지난 1월 조사에선 박 대표(57.1%)와 이 시장(42%)의 격차가 15.1%로 컸으나, 이번 조사에선 박 대표 54.1%, 이 시장 50.7%로 두 사람의 격차가 크게 준 것이다.

‘청계천 비리’ 악재, 통과

지난 5월 한겨레와 리서치플러스의 “차기 대통령 예비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고 전 총리는 26.2%의 지지율로 예비 후보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동사에서 실시한 3월 결과에 견줘 3.1% 떨어졌다. 박 대표는 16.6%의 지지율로, 3월(17.7%)에 견줘 하락폭이 크지 않았다. 박 대표의 지지율 유지는 4·30 재보선에서 큰 승리를 거둔 효과를 당 안에서 뿐 아니라, 당 밖에서도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시장의 지지율은 3월 13.1%에서 10.4%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청계천 비리 의혹’과 무관치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5월 타격을 입은 주자는 정 장관이다. 3월의 10.8%에서 5.1%, 절반 넘게 지지세가 줄었다.

이 역시 4·30 재보선의 ‘여당 전패’라는 결과가 표심을 자극, 여당 유력 후보의 지지세를 크게 떨어뜨렸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여권 실세들이 관여한 러시아 유전개발 의혹도 지지율 하락에 작용한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3월 한겨레와 리서치플러스의 결과는 같은 시기 동아일보와 코리아리서치(KRC)의 “차기 대통령 후보감”을 묻는 여론조사와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고 전 총리는 29.5%로 1위였다. 박 대표는 15.7%의 지지율을 얻어 11.9%에 그친 이 시장을 제쳤다. 열린우리당 후보군 중 가장 앞서 달리고 있는 정 장관이 10.8%를 얻어 체면을 유지했다. 신년을 맞아 매일경제와 티엔소프레스(TNS)가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이 유력한 정치인”을 묻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최근 이 시장의 약진은 더욱 눈에 띈다.

고 전 총리가 1위를 차지했고 박 대표, 정 장관이 뒤를 이었다. 고건 24.2%, 박근혜 22.9%, 정동영 13.2%, 이회창 9.7%의 지지율을 얻었으며, 이 시장은 9.6%의 지지율로 5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2005년 상반기 차기 대권 관련 여론조사 추이를 들여다본다면 한나라당내 차기 대권 주자는 ‘박근혜-이명박’의 양강 구도가 점차 확연해지고 있다. 한나라당 지지층에서도 고 전 총리에 이어 박 대표가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으며 이 시장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최근 실시된 조사에선 무엇보다 이 시장의 지지율 상승폭이 박 대표보다 크다. 한나라당 지지층에서도 마차가지다.

역점 사업 가시적 성과

때문에 두 사람에 대한 지지율은 이제 누가 더 우위에 있다고 점치기 힘든 상황이라는 게 여론조사 분석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 시장의 약진 배경으로는 다양한 이유가 꼽힌다. 서울시장으로서 추진해온 사업들이 하나씩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청계천 복원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버스전용차로를 비롯한 교통체계 개편 등이 지지도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것.또한 올해 초 여론조사 결과에 견줘 서울 시민 지지율 상승폭이 크다는 것도 짚고 넘어가야할 대목이다. 조선일보와 한국갤럽에서 실시한 조사는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1월과 7월의 서울지역 지지율 추이는 고건(51.7%→56.9%), 박근혜(30.8%→36.1%), 이명박(43.2%→51.7%)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유권자들이 몰려있는 서울의 인구수를 감안한다면 이같은 결과를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밴드웨건(Band Wagon) 현상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악단을 태운 마차가 소란스럽게 연주를 하면서 지나가면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떠들썩한지 궁금해 모여들기 시작한다는 것.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뒤따라가기 때문에 군중은 더욱 불어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차기 대권과 관련, 상위권을 차지하는 주자들을 향해 지지자들의 표가 몰린다는 것이다. 때문에 2007 대선 지도가 시간이 흐를수록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고 전 총리와 이 시장의 구도로 발전할 수 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는 게 여론조사 분석가들의 조심스런 관측이다. 여권 주자들의 경우 여당 지지층에서도 고 전 총리에게 1위를 큰 폭으로 내주고 있으며 이 시장과 박 대표에 전반적으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미 정치력 검증이 끝나가는 박 대표에 견줘 이 시장의 당권 도전과 동시에 정치력 검증이 시작된다는 점에서 ‘가능성’에도 높은 점수를 매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론조사 추이가 보여주는 대로 2007년 대선 지도가 고 전 총리와 이 시장을 중심으로 기본 얼개가 짜여질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 과거형과 현재형, 그들의 ‘업무수행 능력평가’

최근 이명박 서울시장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 등에 대해 쓴 소리를 내뱉으며 ‘CEO형 리더십’ 전도사를 자청하고 있다. 시행 초기 각계의 반대에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밀어붙였던 이 시장, 그의 이러한 일련의 노력이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여론조사 기관의 한 전문가 역시 “현재 맡고 있는 업무의 성과는 대통령 후보로서의 지지에도 연결되는 변수”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지난 달 문화일보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각 당 대권 주자 중 고건 전 국무총리를 제외한 나머지 6인의 직무수행 지지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시장의 직무수행 지지도는 70.2%로 6인 중 가장 높았으며 당내 최대 경쟁자인 박근혜 대표를 52.7%로 따돌렸다. 그렇다면 현재형으로 업무수행 능력을 평가 받고 있는 이 시장과 과거형으로 평가를 받고 있는 고건 전 국무총리 중 누가 경쟁력 면에서 지속성이 있을까.

고 전 총리는 오랜 공직생활을 통해 국민들에게 안정적 이미지를 심어 줬으며, 청렴을 바탕으로 한 대중성에도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여당과 야당 성향 지지층에서 고른 지지를 받아 정치적 편향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 역시 그의 장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의 선거 담당자는 “고 전 총리는 국민의 불신이 높은 정치권으로부터 떨어진 야인으로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를 일이 없다는 점이 부동의 1위를 유지하는 힘”이라는 진단이다. 정치권 일각의 ‘거품론’ 주장에도 ‘과거’의 이미지로 흔들리지 않는 1위를 질주하고 있는 고 전 총리와 탁월한 업무수행능력을 앞세워 두각을 나타낸 이 시장의 선두 각축전이 갈수록 열기를 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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