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유력주자들, 安과의 정치적 거리는 얼마?

▲ 민주통합당 정세균, 김두관, 손학규, 문재인, 박준영 후보(왼쪽부터 기호순)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대하는 민주통합당의 모습이 오락가락이다. 안 원장에 대해 연일 단일화를 주장, 정권교체를 이룩하자며 구애작전을 펴더니 어느새 자강론을 내세우며 안 원장과 거리두기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이어 최근에는 안 원장에 대한 발언을 극도로 자제하며 그의 행보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등 눈치 보기를 하는 모습이다.

안 원장과의 단일화가 무엇보다 절실한 민주통합당의 입장에서는 그의 정치적 행보에 주목하면서도 애써 태연한 척 경선을 진행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이 ‘마이너리그가 됐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당내 곳곳에서 들리고 있지만 민주통합당 유력 대권주자들은 안 원장과의 거리 좁히기를 시도함으로써 경선 이후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안 원장과의 단일화를 준비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이 치러지고 있는 가운데 경선 흥행 부진과 당 지지율 답보라는 이중고를 겪으면서 당내 고심이 깊어가고 있다. 일단 각 주자들은 자신이 정권탈환의 적임자임을 내세우며 표심을 자극하고 있지만 경선 분위기가 쉽게 달아오르지 않고 있어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선거인단 모집도 당초 300만 명 이상을 예상했지만 현재 100만 명 정도가 등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통합당의 경선 흥행 부진을 원외의 안철수 원장에게서 찾고 있다.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 원장이 추후 단일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이면서 당내 경선이 ‘2부 리그가 됐다’는 비토가 당내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문재인 후보와 안 원장의 유대관게가 가장 좋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가운데 그간 안 원장에 비판의 목소리를 견지했던 손학규, 김두관 후보도 그와의 거리를 좁혀가며 안철수 끌어안기를 시도하고 있다.

문재인-안철수의 정치적 유대관계

현재 안철수 원장에게 가장 우호적인 인물은 문재인 후보다. 지난 5월 문 후보는 “단순히 경쟁에서 이기는 사람이 후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연합 공동정부를 구성하는 수준까지 가야한다”며 안 원장에 공동정부 구성을 제안하는 등 파격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문 후보의 ‘공동정부론’ 제안 이후 당내 적잖은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이를 통해 두 사람의 정치적 유대관계가 확인됐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선 두 사람의 단일화를 점치는 이들도 상당했다.

문 후보와 안 원장의 유대관계는 지난해 10.26재보선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를 지지하면서 형성되기 시작했다. 비록 문 후보가 친노진영 인사로 분류되기는 했지만 두 사람 모두 기존 정치권에 속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슷한 모습을 보였고, 또한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는 점에서 추후 두 사람의 정치적 연대가 예상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문 후보가 안 원장을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지율 면에서 당내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그가 추후 안 원장과의 단일화가 진행될 것을 감안할 때 자신의 가장 큰 적수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단일화가 추진될 경우 민주통합당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손학규-김두관, 안철수 끌어안기 시도

지난 5월 그 누구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길 꺼려했던 안 원장에 대해 김두관 후보는 “거머리가 득실대는 논에 맨발로 들어가 모내기 한 번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고 날을 세웠다. ‘공동정부론’을 “자포자기”라 규정한 손 후보는 안 원장을 향해 “대통령을 하겠다는 의지는 본인의 고뇌 속에서 나온 결과여야 한다. ‘내가 당선이 될 수 있을까, 없을까’를 갖고 결정해선 안 된다”고 쏘아붙였다.

본 경선에 들어서면서 안 원장을 대하는 이들의 태도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김 후보는 “나와 안철수는 서로 닮았다” “힘 합쳐 반드시 정권교체 이루겠다”는 등 안 원장과의 거리 좁히기를 시도하고 있으며, 손 후보 역시 “대선필승 손(孫)-안(安)에 있다” “안철수는 손학규와 함께 간다”는 등의 발언을 통해 안 원장 끌어안기를 시도하고 있다.

김 후보는 한때 안 원장 때리기로 국민적 시선을 사로잡았지만 이내 역풍을 맞았고, 손 후보도 안 원장과의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을 시 정권교체가 어렵다는 판단에서 우호적인 자세로 바뀌었다. 또한 지역순회 경선을 앞두고 안 원장 끌어안기가 지지율 반등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도 이들의 태도변화에 한몫하고 있다.

현재 2위 싸움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는 손학규-김두관 후보는 안 원장과의 단일화도 문제지만 일단 결선투표에 오르는 것이 급선무라는 점에서 안 원장을 두고 문 후보와 약간의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안철수에 대한 정세균-박준영의 생각

정세균 후보는 안 원장을 연대의 대상이라 여기면서도 “정치경험이 없는 게 단점”이라며 우회적으로 그를 비판하고 있다. 정 후보는 지난 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안 원장을 향해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본선경쟁력을 위해 국민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치적 경험이 없는 것이 그의 단점이다. 국민이 대통령을 선택할 때는 대단히 까다롭고 아무나 찍지 않는다”고 꼬집기도 했다.

결선투표에 오르지 못할 시 문재인 후보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이 높게 점쳐지는 상황에서 정 후보는 문 후보와 비슷한 뉘앙스를 보이며 안 원장과 약간의 거리 두기를 시도하고 있다.

박준영 후보는 안 원장에게 가장 비우호적인 인물이다. 그는 “민주당 내에서 안철수 원장과 후보단일화를 언급하는 것은 해당행위이자 스스로 못났다고 얘기하는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대선출마가 향후 자신의 정치적 행보를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안 원장은 박 후보의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더욱이 민주당의 일부 전통적 지지층은 안 원장에 목메는 현 상황을 당의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어 이 같은 행보가 그에게 결코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계산도 함께 깔려있다.

각 주자들과 안철수 원장과의 거리는?

현재 안 원장과의 정치적 유대관계는 문재인 후보와 가장 가깝다. 그러나 중도층의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안 원장과 진보적 색채가 짙은 문 후보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안 원장과 정세균 후보는 비슷한 경제적 가치관을 지녔다는 점에서 가까운 편에 속한다.

극과 극은 서로 통한다고 했던가. 정치적 유대감이나 주위 인맥으로 볼 때 가장 거리가 있을 것 같은 안 원장과 손 후보는 역설적으로 가장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제정책, 북한인권법, 한미FTA 등에서 두 사람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이들 모두 중도파를 형성하고 있는 점도 비슷하다. 안 원장과 김두관 후보는 중도적 성격에서 비슷하지만 정책 면에서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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