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장남인 3남 vs 4남-7남 대결구도

▲ 국내 최대 복합문화시설인 경기 가평군 설악면 송산리 청심평화월드센터에서 열린 천지인참부모 승리해방완성개문시대 축복식에서 문선명 총재, 한학자 세계평화여성연합 총재가 성혼문답을 하고 있다. <뉴시스>

 

 

 

 

 

 

 

 

통일교가 창시자인 ‘문선명 총재 위독설’로 다시금 시끄러워지고 있다. 문 총재의 뒤를 누가 이을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문선명 총재의 3남 문현진(43) 씨에 맞서 4남 문국진(42) 씨와 7남 문형진(33) 씨가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4남인 문국진 씨가 통일교재단 이사장 겸 통일그룹 회장을 맡아 한국 및 일본 조직과 통일그룹을 장악했다. 4남과 단짝인 7남 문형진 씨는 종교로서의 통일교를 이끈다. 이들의 뒤에는 문 총재의 부인인 한학자 선문학원 이사장이 자리하고 있다.

이에 반해 장남, 차남이 별세해 문 총재의 사실상 장남인 3남 문현진 씨는 통일교세계재단(UCI) 이사장을 맡으면서 글로벌피스페스티벌(GPF) 재단을 이끌고 있다. 통일그룹처럼 UCI도 미국에 다수 기업을 갖고 있으며 서울 강남의 JW 메리어트호텔 서울과 신세계 백화점 등이 있는 센트럴시티, 일성건설, 미국 생선 유통업체 트루푸드, 미국 항공기 운영업체 워싱턴타임스항공(WTA) 등이 UCI 소유다.

종교는 7남-그룹은 4남 독차지

현재까진 4남 국진 씨와 7남 형진 씨가 3남 현진 씨를 공격하는 모양새다.

통일교 후계자이자 7남인 형진 씨가 지난해 5월 3남 현진 씨에게 UCI를 돌려달라는 민사 소송을 미국 워싱턴D.C. 민사법원에 제기했다.

형진 씨는 현진 씨가 설립자인 문 총재의 뜻에 맞지 않게 UCI를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원래 소유주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으로 반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형진 씨는 현진 씨의 바로 밑 동생인 4남 국진 씨와 손잡았다. 형진 씨는 교회 산하 단체와 교인들을 동원해 현진 씨를 공격하고 있다. 현재 국진 씨는 통일그룹 회장으로 돈줄을 쥐고 있다. 종교적 권위는 형진 씨가, 재정은 국진 씨가 나누어 갖고 있는 형국이다. 한때 통일교 후계자로 꼽히던 현진 씨는 지난 2008년 4월부터 통일교 산하 단체의 회장 내지 부회장 자리에서 차례로 쫓겨났다. 통일교 재단 산하 통일그룹 계열사는 일찌감치 국진 씨에게 넘어갔다.

이제 현진 씨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UCI와 GPF밖에 없다. 그 중에서 UCI 산하 워싱턴타임스까지 지난 2010년 국진 씨가 지배하는 미국 법인 뉴스월드커뮤니케이션디벨럽먼트에게 넘어갔다. 워싱턴타임스는 그동안 통일교 일본인 신자 헌금으로 자금 지원을 받아 운영돼왔다. 국진 씨가 재단 자금줄을 장악하면서 2009년 7월 워싱턴타임스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다. 워싱턴타임스는 홀로서기에 실패했다. 결국 워싱턴타임스의 부채와 인력을 떠안는 조건으로 국진 씨가 1달러에 사들였다.

사실상 장남, 후계구도서 왜 밀려났나

한때 통일교 후계자 1순위로 주목받던 현진 씨가 하루아침에 동생들에게 밀려난 경위는 의문투성이다. 지난 2008년 3월까지만 해도 현진 씨는 ‘통일교 비전과 평화 운동 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해 문 총재에게 칭찬을 받을 만큼 입지가 확고했다.

현진 씨는 이에 고무돼 2008년 4월 남미 6개국 통일교회를 방문하고자 출국했다. 현진 씨는 문총재로부터 파라과이 차토(불모지) 지역의 통일교 땅에 대한 관리 업무까지 지시받았다.

현진 씨가 남미 6개국 순방에서 세 번째 국가인 파나마에 도착했을 때 얘기치 못한 일이 일어난다. 현진 씨가 2000년부터 맡은 세계대학원리연구원(W-CARP) 회장직과 1998년부터 맡아온 가정연합 부회장직에서 해임된다. 현진 씨의 장인인 곽정환 당시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회장도 밀려났다.

세계일보 사장, 선문학원 이사장, 미국 워싱턴타임스 회장, 통일그룹 한국회장 등 통일교 요직을 두루 거친 곽 전 회장이 밀려난 자리에 형진 씨가 올랐다. 현진 씨는 철저하게 인사 논의에서 배제됐다.

이와 동시에 통일교는 월드카프 운영도 형진 씨가 맡는다고 발표했다. 국진 씨는 곧이어 미국에 있는 월드카프 세계본부를 폐쇄했다. 월드카프 소속 목회자에게는 한국으로 돌아가라고 권유했다. 당시 미국 목회자 상당수가 월드카프를 떠났다.

타격이 심했으나 당시까지만 해도 현진 씨는 건재했다. 현진 씨는 천주평화연합(UPF)과 UCI 회장직을 겸직하고 있었다. 문 총재가 지난 2008년 12월 24일 통일교 공관인 천정궁(경기도 청평 소재)에 교회 지도자 100명가량을 초청했다. 이 모임에 참석했던 한 통일교 지도자는 “문 총재는 당시 교회 지도자들 앞에 삼형제를 세워놓고 ‘형을 중심으로 하나가 되어가라’라는 교지를 내렸다”라고 말했다. 현진 씨 측근은 ‘후계 구도가 깨끗이 정리됐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지난 2009년 11월 형진 씨가 UPF 회장에 오르면서 현진 씨는 후계 구도에서 완전히 밀려나게 되었다.

형진 씨가 후계자에 오르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이는 김효율 씨다. 김 씨는 한학자 여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가정연합선교재단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통일교회 내에서는 문 총재 비서실장으로 여겨지는 인물이다. 문 총재 내외가 교회와 소통하는 채널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2010년 2월, 김 씨는 통일교 공관 유천궁(서울 노원구 소재)에서 열린 세계지도자회의에서 ‘현진 씨가 오랫동안 문총재의 권위를 무시하고 후계 자리를 넘보고 있다’고 고발했다. 이와 동시에 통일교 법률 담당인 박진용 변호사는 ‘현진 씨가 지배한 워싱턴타임스항공이 한학자 여사를 고소했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현진 씨 측근은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UCI 사외이사였던 주모 씨는 4남 국진 씨 측근으로 워싱턴타임스항공의 돈을 일방적으로 가정연합선교재단에 송금했고, 이후 문제가 되자 부랴부랴 차용증을 썼다”면서 “가정연합선교재단은 자금이 6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안다. 돈을 빌릴 이유가 없다. 그 돈(2100만 달러)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진행 중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진 씨는 얼마 전까지 두 동생의 공격에 일절 대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UCI까지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이제 반격에 나서고 있다. 현진 씨 측근은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다. 지금부터 저쪽(국진 씨와 형진 씨)에서 저지르는 모든 공격 행위에 대해 대응 사격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안호열 통일교 대외협력실장은 “현진 씨와 관련한 사안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는다는 것이 재단 방침이다. 허위 보도가 나왔을 때 해당 언론사와 그쪽(현진 씨) 인사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거나 정정 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한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아버지 입원 사실도 안 알려”

통일그룹은 지난 15일 “문선명 총재가 최근 감기와 폐렴으로 시작된 합병증으로 현재 가톨릭대학교 서울 성모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례적이라는 평이 나온다. 문 총재가 지난 3일 입원해 11일 퇴원했고, 이후 14일 새벽 의식이 없는 상태로 중환자실로 다시 입원을 한 상황에서 언론에 그 사실을 공개한 내막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이는 현진 씨가 지난 15일 아버지 병문안 차 중환자실을 찾는 과정에서 동생들과 작은 마찰을 빚은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통일교 한 신도는 “지난 14일 두 차례 가족회의까지 하면서 최악의 상황까지도 대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가족들이 다 모였지만 3남인 현진 씨에게는 문 총재 입원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현진 씨 한 측근은 “(현진 씨가) 사실상 장남인 자신을 배제하면서 모든 일을 진행하는데 대해 동생들에게 실망을 많이 한 상황”이라며 “현진 씨가 병문안을 간 이후 부랴부랴 언론에 알린 것도 너무 눈에 보이는 수”라고 지적했다.

탁지일 부산장신대 신학과 교수는 “통일교 내에서 문선명 총재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문 총재의 존재감이 그동안 형제간 다툼의 완충 지대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문 총재의 건강 문제가 불거지면서 통일교 2세들의 분쟁이 더욱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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