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한나라당 차기 대권 주자로 부상한 이명박 서울시장의 한나라당 당권장악 플랜이 표면화되고 있다. 이 시장은 서울시장 임기 1년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 ‘대권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박근혜 대표와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손학규 경기도지사와의 정면 충돌이 예상되고 있다.이 시장의 당권장악작전의 첫 번째 징후는 정무 역할을 맡을 인사에 대한 영입작업을 시작한 점이다. 이 시장은 최근 서울시 정무부시장 영입에 나섰다. 두 번째 징후는 ‘한나라당 혁신안’에 대한 이들의 입장 정리가 임박했다는 점이다. 당권-대권을 분리, 조기 전당대회를 치르자는 혁신안에 대한 각 계파별 논의가 마무리되는 8월 중순 경 이 시장의 움직임이 실체를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이 시장은 최근 차기 지도자와 관련 선호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당내 부동의 1위를 고수하던 박근혜 대표를 따돌리며 강력한 대권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여성 정무부시장의 1석3조

이 시장측은 드러내놓고 정무 기능 강화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역대 정무부시장 중 행정에 간여하지 않고 정무만을 담당, 호평을 받고 있는 이춘식 현 정무부시장에 대한 교체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양윤재 행정2부시장의 청계천 비리 혐의 의혹이 드러난 이후 서울시 부시장 전원에 대한 교체설이 동시에 불거졌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 부시장이 여론에 밀린 감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 부시장이 한나라당과 이 시장의 가교 역할을 담당했던 탓에 이 시장 그늘에서 쉽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1년여 전부터 국회 앞 인근에 이 부시장이 사무실을 개소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때문에 그가 부시장직을 내 놓더라도 이 시장의 성공적인 한나라당 안착을 위해 나름대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편 이 부시장의 후임으로 여성 정무부시장이 거론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여성표를 의식한 이 시장측의 복잡한 계산이라는 해석이다. 여성 부시장은 우선 이 시장의 강력하고 날카로운 이미지를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고, 여성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조기 전당대회가 언제 개최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박 대표와의 관계 모색에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가 엿보인다. 새로운 정무부시장과 함께 현 이 부시장이 안팎에서 공조한다는 계산이다.

청계천 개통과 ‘이명박 대세론’

당내 일각에선 이 시장의 정무 기능 강화 움직임이 혁신안 추인과 관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9월 정기국회 이전 당내 각 계파들이 혁신안 관련, 최종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는 게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수요모임 등 계파별 핵심모임은 8월내 모임 일정이 잡혀 있다. 이 시장측에 호기인 셈이다. 각 계파와의 구체적인 물밑 조율과 함께, 혁신위원회(위원장 홍준표 의원)측의 원안에 가깝게 혁신안이 받아들여진다면 이 시장은 강력한 액션도 가능하다는 것. 게다가 이 시장은 최근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당내 경쟁자인 박 대표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나 이러한 관측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실시, ‘향후 지도자로서 누가 가장 적합하냐’는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15.1%가 이 시장을, 박 대표라고 대답한 사람은 12.9%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내에선 오는 10월 청계천이 개통되면 박 대표와의 비등한 수치가 이 시장을 향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게 될 것이라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세론’이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 손학규, 이명박에 강력 도전중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여론지지율에서 여전히 한 자리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아직까지 ‘관망’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최근 경기도가 새 공보관 물색에 나서고 있는 이유도 손 지사에 대한 낮은 인지도 및 지지도 때문이다. 홍보와 대언론관계 강화를 위해 차명진 공보관이 지난 달 초 사표를 냈으며 언론특보로 자리를 옮겼다. 대권 주자로서 손 지사에 대한 체계적인 홍보 전략이 감지되는 부분이다. 한나라당내 트로이카 대권 레이스에서 ‘박근혜-이명박’ 추격전에서 밀려나 있는 손 지사는 최근 이 시장에 각을 세우며 그에게 공동보조 제스처를 취한 박 대표에 화답한 것 역시 장기전을 준비하는 일련의 행보로 풀이된다.

당내 일각에서는 손 지사가 연정·개헌론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07 대선을 앞두고 개헌론이 현실화된다면 정·부통령제든 내각제이든 각 후보의 약점을 보완할 러닝메이트 요구가 불가피하다는 데서 출발, 영남과 수도권이라는 ‘박근혜-손학규’ 카드가 현실화될 경우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때문에 손 지사측은 혁신안 추인 과정도 더 지켜본다는 반응이다. 한나라당 당료 출신인 양영식 경기도청 서울사무소장은 혁신안이 관철될 수 있을 것인지에 회의적이다. 그는 “선거를 앞두고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요구는 언제나 있었다”면서 “과거 뉴밀레니엄 플랜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받아들여진 것이 있느냐”고 낮은 점수를 매겼다. 물밑 ‘박근혜-이명박-손학규’ 트로이카의 공동보조 또는 거리두기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대권 레이스는 점차 가닥이 잡히고 있다.

# 홍준표, 소룡 중 가장 앞서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있다. 2006년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와 관련 최근 여론조사 기관에서 실시한 선호도 조사에서 당내 소룡들을 제치고 상위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 윤곽도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홍 의원의 선전은 기대 이상이라는 게 정객들의 반응이다. 예상치 못한 홍 의원의 선전은 잇따른 법안 발의에 따른 시너지 효과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홍 의원은 자신의 잇따른 법안 발의 행보와 서울시장 출마와의 연관성을 부인했지만 그가 최근 내놓은 일련의 법안들이 민생 또는 국민 정서와 직결, 그의 높아진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는 게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우선 ‘홍준표법안’으로 통하며 대 국민 지지를 한 몸에 받았던 ‘제외동포법’이 국회에 상정된 시점인 지난 6월 리서치 앤 리서치가 서울시민 8백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홍 의원은 오세훈 전 의원(16.9%)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질문은 ‘한나라당 시장후보로 가장 적합한 인물’. 1위를 한 오 전 의원의 경우 ‘정계 은퇴’를 선언했기에 사실상 1위나 매한가지라는 홍 의원측의 해석이다. 재외동포법이 국회에서 부결된 6월29일 이후엔 더욱 높아졌을 것이란 분석이 대세다. 홍 의원측에 의하면 이후 다른 여론조사 기관에서 같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도 앞의 것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 게다가 홍 의원은 최근 ‘주택소유제한법’을 들고 나와 다시 한번 국민 정서를 자극하고 있다. 당내 일각에선 그가 위원장으로서 추진한 혁신안이 최종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는 오는 9월엔 그에 대한 인기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때문에 차기 서울시장을 노리고 있는 한나라당 소룡들측에선 홍 의원에 대한 견제와 부러움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현 상태를 유지한다면 홍 의원이 한나라당 간판으로 서울시장에 출마해도 가능성이 있다는 어설픈 시나리오도 등장했다. 특히 ‘당권-대권 분리’를 골자로 하는 혁신안의 막후 영향력을 행사한 이명박 서울시장과 홍 의원의 절친한 관계도 홍 의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방선거의 경우 상대적으로 한나라당에 유리해 예선만 통과하면 한나라당 후보의 승리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는 원희룡 맹형규 박 진 이재오 박계동 박세일 의원과 오세훈 전 의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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