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산리 일대 부지 기존매매가보다 웃돈 거래 의혹 제기돼
크라운 측 “법적·도의적 문제 전혀 없다. 낙원과 소송할 터”

크라운해태제과(회장 윤영달)가 부동산 과욕을 부렸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추모관을 운영하는 기업 낙원(대표 김홍설) 측은 “중도금까지 지급한 대지를 크라운해태 측이 중간에서 가로채 갔다. 대기업이 자금력을 동원해 강탈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이 부지 주변으로 윤 회장이 송추 문화단지 조성을 하고 있어 크라운해태측이 문화단지 조성에 차질을 우려해 뒤늦게 매수에 뛰어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크라운해태 측은 이와 관련 “말도 안 된다.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으며 오히려 낙원 측이 잘못된 정보를 유포하고 있다”며 불편해했다. 이 때문에 양측의 법정공방이 뜨거울 전망이다.
 

재단법인 낙원은 납골당 설치 등의 추모관건립사업 등을 하는 회사다. 낙원은 2010년 양주시 백석읍 기산리 소재의 송추유스호스텔 주인인 이 모 씨 등과 부동산 매수 조건으로 매매를 체결키로 하고 계약금과 중도금 명목으로 일부를 지급하고 계약서를 작성했다.

김 대표는 “한 눈에도 이곳이 사업의 최적지로 판단됐다. 함께 일하는 동료도 이곳에서 사업한다는 자체만으로도 부푼 꿈을 꾸었다”고 했다.
그러나 크라운해태 측이 이미 계약서를 작성하고 중도금까지 치른 이 부지에 새로운 계약서를 작성, 실거래가 신고까지 마친 사실을 뒤늦게 알고 분개했다.

김 대표는 “(앞서) 송추유스호스텔을 70억 원에 사들이기로 한 상태고, 유스호스텔의 기존 대출금을 안고 이자도 계약금 및 중도금 일부로 지급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뒤 나머지 계약금과 중도금을 지급한 상태였다”며 “크라운해태 측의 행동은 다 된 밥에 코 빠뜨린 격이며, 자금력을 이용한 대기업의 횡포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크라운해태가 소유자인 이 모 씨 등에게 부동산 매매대금을 일시금으로 지급할 테니, 자신들에게 넘겨달라고 제안했다”며 “(우리가 제시한 금액보다) 4억 원이 넘는 돈을 웃돈으로 주기로 하고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모든 과정을 크라운해태 측 실무자가 알고 있으면서도 강행한 것은 명백한 배임죄에 해당한다며 그 책임 여부를 따질 것을 강조했다.

[일요서울]이 입수한 고소장에도 “매도자인 이 씨와 크라운해태 측간에 체결된 이중매매계약은 명백히 공동불법행위에 해당하는 위법행위이며, 따라서 이씨 등은 배임의 실행행위자로서의 죄책을 면할 길이 없다고 하겠고, 크라운 측의 실무책임자는 매도인과 이중매매가 배임행위라는 사실을 명백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 씨의 배임행위를 교사 또는 방조하는 등의 방법으로 위 실행행위자의 배임행위 전 과정에 적극 가담한 바 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면할 길이 없다”고 적시돼 있다.

업계 관계자도 “부동산 거래상 중도금을 치른 후 계약을 해지하려면 해지 관련 내용증명서를 이해당사자에게 보내야 하고, 중도금에 대해 공탁을 걸어야 한다. 만약 이 절차를 무시하고 거래를 진행했다면, 배임죄를 물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윤 회장의 문화사랑 앞 걸림돌 제거 ‘노림수’
그렇다면 크라운해태 측이 초강수를 두고 이곳 용지 매입에 나선 배경은 무엇일까. 김 대표는 윤 회장의 개인 꿈과의 개연성을 지적한다.

공교롭게도 이 부지 인근엔 윤 회장이 꿈꾸는 송추 문화단지 ‘아트밸리’ 조성이 한창이다. ‘아트밸리’는 크라운해태제과가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송추유원지 인근 330만㎡ 부지에 조성하는 복합 문화예술단지로 유리 공예·장승 만들기 등 체험을 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꾸며진 곳이다. 2007년 7월 착공해 현재도 공사가 한창이다. 특히 이곳에는 윤 회장이 자랑하는 ‘아틀리에’도 있다.

숙박업소 모텔 세 곳을 고친 아틀리에는 10명의 조각가와 2명의 화가가 입주해 작업에 몰두하는 이른바 ‘창작 레지던스(residence)’의 공간이며, 크라운해태가 2007년부터 운영해온 ‘락음국악단’이 거주한 곳이기도 하다.
‘창신제’라는 국악제를 해마다 열어 국악 저변 확대에도 힘쓴다. 윤 회장은 국악을 통해 음식점 문화를 한 단계 높이는 아이디어를 내놨고, 그가 고안한 ‘예술지수(AQ, Artistic Quotient)’개념은 크라운해태그룹의 주요 경영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창의성 지표인 AQ를 높여야 좋은 물건과 서비스가 나온다”는 것이 윤 회장의 믿음이었고, 올 초까진 직원들이 이곳에서 연수하며 윤 회장이 주장하는 예술경영을 익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송추 문화단지 입구에 조성될 낙원의 추모관건립 사업이 눈엣가시가 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화공간 인근에 추모관 건립은 미관을 찌푸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크라운해태 측은 “어불성설이며 낙원 측이 제소하는 모든 법적행위에 대해 맞고소할 방침을 세웠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크라운해태 관계자는 “낙원이 계약금 일부만 지불한 상태로 중도금 납입을 지연했고 지난 4월 송추유스호스텔 측이 계약을 파기하면서 법적 관계가 청산됐다”며 “송추유스호스텔 측이 부동산 매입을 요청해 와 매입을 결정하게 됐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계약 해지와 관련 유스호스텔 측이 확인서를 보내줬고, 낙원이 굳이 소송해야 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아닌 유스호스텔 측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회장의 아트밸리와의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잘못된 시선임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송추 경계선에 유스호스텔이 입주해 있다 보니 이런 의구심을 품는 것 같은데, 우리 쪽에서 굳이 이곳을 사들일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유스호스텔 측이 매각의사를 밝혀 이곳을 연수원으로 활용하게 된 것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법망을 교묘하게 이용했다는 낙원 측의 주장도 잘못된 것으로 이에 대해 책임추궁을 할 것”이라며 팽팽한 모습을 보였다.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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