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출범 본격화…안철수-정운찬-박찬종 3인 국민추대경선 ‘흥행대박 노린다’
[일요서울|고동석 기자] ‘국민추대후보’라는 방식을 통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공식적인 대선출마를 유도하겠다는 추진안이 여의도 정가에 나돌면서 또 한 번 기존 정치권을 강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시민사회 재야단체를 중심으로 거론되고 있는 국민추대후보 방안은 안 원장이 독자출마나, 민주통합당에 입당하는 식의 단순 예측 가능한 대선행보 접근법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이들 시민사회세력은 선거 때마다 유권자의 바로미터가 돼왔던 2040세대의 시선과 요구를 블랙홀처럼 끌어당겨온 ‘안철수 현상’을 단순히 안 원장 개인의 영역으로 보지 않고 있다. 변화를 바라는 국민적 염원이라는 시각이다. 그래서 이 현상이 대선 때마다 일렁이는 해프닝으로 그치지 않고 한국사회 전체로 확대돼 변화를 갈망하는 국민대중의 힘으로, 우리 사회의 역동적 에너지를 형성해 올 연말 대선에서 표출하겠다는 의지로 구체화되고 있다.
[일요서울]은 안 원장이 9월 이후 민주통합당 입당이나 기존 제도권 정당에 얽매이지 않는 방식으로 신당 창당 없이 이른바 ‘국민후보추대’라는 새로운 틀 속에서 공식적인 대선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첩보를 입수하고 재야 시민세력이 추진하고 있는 가칭 ‘국민후보추대연합’의 발족 배경과 향후 활동 방향을 단독 취재했다.
재야 시민사회가 구심점을 이룬 안철수를 위한 국민후보추대연합의 출범을 알리는 전조현상이 연일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있다. 대학교수 52명이 지난 17일 안 원장의 출마를 촉구하는 공개 지지선언을 하고 나선데 이어 지난 23일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를 위시한 범야권 원로인사들이 참여한 ‘희망2013·승리 2012’ 원탁회의가 국회에서 “‘안철수 현상’으로 지칭되는 이 흐름은 그 지속성과 열기로 보아 정치적 실체를 지녔음이 분명하다”며 안 원장의 대선출마 분위기를 가파르게 조성하고 있다.
국민후보추대연합, 200여 중도성향 시민단체 주축
[일요서울]은 지난 22일 한 유력 재야인사로부터 “정치세력이 없는 안 원장이 대선출마 선언이라는 벼랑 끝에서 대권을 향해 내딛을 수 있도록 기존 정당 이쪽저쪽에도 기웃거리지 않은 중도적 시민사회, 학계, 법조계 인사들이 연대해‘국민후보추대연합’을 출범시킬 것”이라는 제보를 받았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가라앉지 않고 있는 안철수 현상이라는 바람은 단순한 민심의 표출로 지켜만 볼 수 없는 상황에 다다랐다. 대선이 코앞이고 이제는 출마선언을 전제로 어떻게 나라를 이끌 것인지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도 정치권 밖에서 공론화된 지 오래다”고 했다. 그가 밝힌 ‘국민후보추대연합’의 주축 세력은 지난 2007년 대선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틈바구니 속에서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를 밀어 올렸던 재야인사들이라고 전했다.
또 국민추대후보연합은 200여개에 이르는 중도적 성향의 환경, 경제 분야 시민사회 단체를 포함해 원로 대학교수 출신 재야인사들과 법조계 출신이 대거 참여하는 형태의 견고한 전국 조직으로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으로 정치 세력화를 본격화하겠다는 속내는 숨기지 않았다.
이 조직은 안 원장의 참여 의사와 무관하게 시작하지만 우선 국민추대후보가 기존 정당에 밀리지 않고 대선을 치를 수 있는 ‘페이퍼 정당(Paper Party)’으로 실질적인 틀을 구성해 제공하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한다.
이 세력은 ‘연합’이라는 연대 형식을 빌어 출범하면서도 사회·정치적 분위기 조성과 여론수렴을 거쳐 9월 중 전국 단위의 조직을 구축, 출범을 앞두고 있다. 9월 말 추석 여론을 주도하겠다는 정치적 계산에서다. 이를 바탕으로 10월초 국민후보추대경선위원회를 가동해 경선을 벌인 뒤 11월 25일 대선후보 등록 한 달여 남겨두고 국민후보를 선출할 예정이다.
본격적인 조직 형태의 구성은 늦어도 9월 중순까지 완료될 것이라는 게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내부 핵심 관계자는 국민후보추대연합의 성격에 대해 “정당에 속하지 않은 인사들 중에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안 원장과 같은 유력 후보들에게 경선의 장을 만들기 위한 취지”라며 “국민적 지지 속에 정책토론과 열띤 검증을 거쳐 국민후보로 추대하는 게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또 다른 재야인사를 통해 국민후보추대연합이 ‘국민추대후보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 구상을 이미 끝냈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안철수 강점 활용 경선 ‘SNS+청춘콘서트 식 전국 순회’ 방식
국민추대후보경선은 제도권 정파 세력에 속하지 않은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안철수 원장과 정운찬 전 총리, 과거 대선후보였던 박찬종 변호사 등의 경선 참여를 유도할 예정이다. 경선 방식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를 이용한다. 온라인의 경우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SNS)의 이점을 최대한 살려 후보들이 지닌 온라인의 인지도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른 한편으로 전국 지역을 순회하는 안 원장이 대학가를 돌며 벌였던 소통 방식으로 익히 알려진 ‘청춘콘서트’로 3명의 경선후보가 편안한 차림으로 정책을 검증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형태로 치러진다. 안 원장이 지난 7월 23일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서 “청춘콘서트는 축제 분위기 속에서 즐겁게 소통해 왔다”고 밝힌 대로 지루하고 후보 간의 일방적인 말다툼으로 전락해버린 경직된 기존 정당의 체육관 경선이 아닌 한바탕 대국민 소통의 축제를 열어 유권자의 관심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이런 형태를 두고 보기에 따라 정치실험으로 비쳐질 법도 하겠지만 제도권 정당들이 보여주지 못한 유연함으로 국민참여경선이 새로운 경선 방식으로 도출하고 유권자들이 거리낌 없이 참여하는 소통의 장을 만들 수 있고 대중여론의 흐름에 따라 폭발적인 흥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치밀한 검토 속에 준비 중이다.
국민후보추대연합은 출범 이후 10월초 ‘국민후보추대경선위원회’를 구성해 전국 지역순회로 온오프라인 후보정책검증토론회를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여기에 앞서 9월 중으로 국민후보추대경선을 위한 국민 동의를 받아 3인의 후보들에게 경선 참여 촉구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연합출범에 나선 핵심 인사는 제도권 정당과 차별화되는 경선을 추진하게 된 배경과 관련해 “돈과 조직이 통하지 않는 그야말로 기존 정치권에 때 묻지않은 후보를 선출하는 것은 이 방법뿐”이라며 “87년 체제 이후 5번의 대선을 치르면서 조직과 금권으로 얼룩지고 이해관계에 얽혀 있는 새누리당과 민주당 후보들로는 국가 쇄신이나 제대로 된 민의를 반영한 정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국민후보추대연합의 출범과 빠듯한 경선 일정에 대해선 “문제는 안 원장의 경선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최대 관건이다. 정운찬 전 총리는 타진 중이고 박찬종 변호사는 국민후보추대경선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며 “경선은 짧은 기간이라도 민심 속으로 파고 든다면 한 달 내라도 충분하다”고 장담했다.
그는 “국민후보추대경선을 통해 얻으려는 것은 정당 정파의 이해 속에 일방통행 식의 대선공약이 아닌 궁극적으로 헌법에 명시된 대로 국민이 권력의 주인인 나라를 세우기 위한 국민혁명공약이 도출돼서 그것이 12월 대선에서 국민 모두의 승리로 나타나길 희망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후보추대연합을 두고 혹여 대선용으로 신당 창당을 급조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겠지만 경선이 끝나면 국민이 추대한 대선후보순번 기호를 부여하는 페이퍼 정당으로서의 소명을 다한 후에는 존재 이유가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원장 측 유민영 대변인은 국민후보추대연합 출범과 경선 방식에 대해 “아직 전해들은 바 없다”고 했다. 정운찬 전 총리는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국민후보추대연합 출범이 사실이라면 민심에 기반한 공신력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고 그런 뒤에 참여하는 것이 수순이지 아직 뭐라 평가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박찬종 변호사는 “안철수 현상을 극대화하고 기존 제도권 정치를 답습하지 않는 새로운 정치에 물꼬를 트는 변화의 동력을 확보하는 일이라면 언제든 링에 오를 수 있다”고 했다.
안철수, 고민 방점 찍었나
그간 야권연대란 민주당 대선후보 대 안철수 원장의 결합을 통해 양자간 ‘후보단일화’를 이루는 방식이었다. 반면 ‘국민후보추대’는 기존정당과 별개로 국민후보경선을 추진한다는 것이고, 이를 통해 형성된 ‘국민의 힘’으로 야권연대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전략이다.
다시 말해 안 원장이 여론조사에서뿐만 아니라 ‘국민후보추대경선’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대통령감’이라는 점을 부각시킨다는 전술이다. 물론 국민후보추대방식의 경선으로 안 원장이 제3세력의 독자 후보로 선출될 경우 대선 표심은 ‘안철수 + 민주당’지지세력이라는 여야 양자대결구도가 아닌 안 원장이 박근혜 후보와 민주당 후보를 옥죄는 대세 구도로 남을 대선판을 끌고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간 안 원장의 지지율은 박근혜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서울과 수도권의 중도 야권 지지층을 아우르는 2040 세대의 절대 지지를 받고 있고 호남에서도 70%대를 육박하고 있어 민주당의 전통적인 지지기반까지 이미 흡수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안 원장의 등장 이후 출마선언 없이도 최근까지 리얼미터를 비롯한 여론조사기관들이 내놓은 지지율 추이를 따져봐도 그렇다. 박근혜 35% 대 안철수 30%라는 양대 구도 축에 민주당 후보들 총합인 20%가 끼여 있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 원장이 국민추대후보로 날개를 달게 된다면 박 후보 지지가 견고한 대구 경북을 제외한 전국으로 지지기반이 확장돼 파괴력이 배가될 것이라는 예측은 어렵지 않게 나온다. 이는 어디까지나 9월말이나 추석을 전후해 안 원장이 출마선언하고 국민추대후보로 나선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설정이다.
이럴 경우 새누리당 내에서 ‘감동 없는 경선’으로 추대된 84%의 득표율로 선출된 박 후보의 표심공략 노선은 보수층 결집 이탈을 우려한 ‘집토끼’ 끌어안기 전략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안 원장과의 야권단일화만이 대선승리의 유일한 길이라며 목을 매고 있다.
범야권 원로인사들이 참여한 '희망2013·승리 2012' 원탁회의는 지난 23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안 원장에게 공식 출마선언을 서두르라고 다그칠 생각은 없다”면서도 “다만 이제는 그가 돌아설 수 있는 시점이 지났으며 설혹 야권 단일후보가 안되더라도 ‘안철수 현상’의 역동성을 최대한으로 살려 민주세력의 공동 승리에 확실한 공헌을 할 책임이 그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안 원장이 민주당에 입당하는 문제는 본인은 물론, 중도 성향의 재야 시민사회에 서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게 형성돼 있다. 뿐만 아니라 안 원장과 교감을 나누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최근 한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해 “유권자들이 새로운 정치 흐름을 원하는 만큼 안철수 원장이 민주당 경선에 참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유권자들이 말하는 기존의 정당에 민주통합당도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 원장의 장점이자 최대 무기는 지지층의 확장성에 있다. 그에게는 박 후보와 민주당 후보가 갖지 못한 중도 지지층을 중심으로 보수와 진보, 모두 아우르는 폭발력 있는 역동성이 살아 있고 그 원천이 바로 안철수 현상에서 뿜어져 나온다. 안 원장이 대선후보 지지도 양자대결에서 박 후보와 엎치락뒤치락 하면서도 대선출마 선언을 미적거려온 이유에 대해 그의 멘토 중 하나로 알려진 한 측근은 “정치세력의 부재보다는 안 원장을 향한 민심의 기대치에 어떻게 부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안 원장이 전국을 순회하며 각계각층의 여론을 수렴하고 있다는 것은 그의 고민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래서 초읽기에 들어간 그의 출마선언은 일정 부분 예상됐던 것이기에 개인적인 출사표를 던지는 평범한 수준이 아닌 국민적 대의를 받드는 모양새를 갖출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安, 대선 막판까지 민주당과 거리 두는 이유
선진통일당 이인제 대표는 지난 22일 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해 “안원장이 야권연대의 틀 속으로 들어간다면 현재 안 원장을 지지하고 있는 민심의 본질과는 매우 다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민주당과 후보단일화를 경계한 것으로 안 원장이 독자노선을 대선 막판까지 고수해야 한다는 조언인 셈이다.
이 대표는 “안 원장 지지자들은 양대 정당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있는 국민들이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기 위해 기대를 모으는 것이다. 그런데 안 원장이 그 제도의 틀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면 의미가 약화된다”고 지적했다.
국민후보추대연합 발족에 참여 중인 한 대학교수는 “안 원장이 공식적인 대선행보를 늦춰온 것은 불필요한 정쟁에 휘말리지 않고 독자 노선에 충실을 기하기 위한 나름의 전략으로 보인다”며 “안철수의 대선 필승전략은 기존 정당들이 엉겨 붙을 진흙탕 난타전에서 가능한 떨어져 국민 모두가 공감할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처럼 정치권 안팎에서 흘러 나오는 말들에 민주당은 내심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안 원장이 입당하지 않고 독자 노선을 고수하든, 범야권 후보단일화에 나서든 간에 자당 후보가 최종 후보로 낙점되지 못할 경우 불임정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딜레마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문재인 후보가 공동정부론을 제안하고, 이해찬 대표가 지난달 안 원장을 향해 공개적으로 한계시점을 통보하고 민주당으로 들어와 원샷 경선을 치러야 한다고 독촉했던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였다.
반면 안 원장은 국민추대후보경선을 통해 재야 시민사회가 추대한 국민후보로 대선을 치르게 된다면 민주당이 대선후보를 선출하면 후보단일화를 노렸다는 비판에서 자연스레 비켜갈 수 있다. 아울러 그에게 국민추대후보라는 이미지와 명분까지 더해진 상황에서 야권 후보단일화까지 넘어선다면 안철수 현상이 몰고 왔던 판세 변화는 박근혜 후보를 무너뜨리고도 남을 것이라는 전망이 정치권과 시민 사회단체들 사이에 심심치 않게 나돌고 있고, 국민후보추대연합이 과연 현실화될 것인지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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