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文 담합’에 맞서 孫-金 연대설 ‘모락모락’

▲ 민주통합당 김두관 후보와 손학규 후보 <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이 지난달 25일 제주를 시작으로 울산, 강원, 충북 등에서 연이어 실시됐다. 충북까지의 순회경선 결과를 보면 문재인 후보가 연승가도를 달리며 1위를 차지, 그 뒤를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후보가 잇고 있다.

특히 4곳에 실시된 1, 2위 간 누적득표수는 2만 7943표(문재인)대 1만 4723표(손학규)로 2배가량 큰 격차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문재인 후보의 대세론은 더욱 굳어가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결선투표 전 승패가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비문재인 후보 측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손학규-김두관 후보의 연대설이 제기되면서 경선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당초 이들의 단일화 논의는 지역순회 경선 이후 결선투표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1차 투표에서 문재인 후보가 확정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손-김 단일화 논의가 조기 점화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비문연대 또 다시 뭉치다

문재인 후보의 대세론이 매섭다. 당장 순회경선에서 2위를 차지한 뒤 결선투표에서 막판 승부수를 띄우겠다던 손학규, 김두관 후보의 전략에도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다. 1, 2위 간 득표수가 2배가량 큰 격차를 보이면서 결선투표 전에 후보가 확정될 가능성도 현재로선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누적득표수의 표차가 벌어지면서 2위 다툼을 하고 있는 손학규, 김두관 후보 측은 비상등이 켜졌다.  문재인 대세론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이들의 고심은 더욱 깊어가고 있으며, 그런 점에서 손학규·김두관 후보의 연대 가능성도 힘을 받고 있다.

지난달 25일 제주에서 민주통합당 첫 지역순회 경선이 치러졌지만 모바일투표의 공정성 논란 등으로 경선은 파행을 겪었다.

모바일투표 과정에서 네 명의 후보 이름을 모두 듣지 않고 중간에 번호를 누른 경우 이를 무효표로 간주하는 규정이 적용되면서 각 캠프에서는 당 지도부가 기호 4번 문재인 후보를 암묵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며 볼멘소리까지 터져 나왔다.

경선의 불공정성을 문제 삼은 비문재인 측 손학규·김두관·정세균 후보는 즉각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돌입했으며, 이들 세 후보는 이후 진행된 울산 경선을 보이콧했다. 결국 세 후보의 경선 불참으로 울산지역 합동 연설회는 무산됐고, 이날 경선은 후보자 연설 없는 ‘반쪽 선거’로 치러졌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민주통합당 선관위는 대의원 투표를 강행했고, 모바일투표와 현장투표 결과를 발표함으로써 비문재인 후보들을 더욱 자극시켰다. 결국 지난 7월 결선투표제 도입을 위해 비문연대를 결성한 이들은 경선 파행 이후 또 다른 형태의 비문연대 구성을 논의하기에 이르렀다.

손학규-김두관 후보연대 조기 점화 가능

현재까지 문재인 후보가 연승 행진하며 대세론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각 캠프 진영에서는 아직 경선 초반이라는 점에서 중반 이후부터는 대세론이 한풀 꺾이면서 경선판도가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번 경선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이는 호남에 모든 화력을 집중하며 분위기를 반전시킨다는 전력이다.

과거 ‘노무현 바람’을 일으켰던 호남과 가장 많은 선거인단이 몰려있는 수도권 지역의 결과에 따라 후보별 명암은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각 진영에서는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세론이 계속될 경우 손학규, 김두관 후보 측에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바로 후보 연대다.

현재 경선 초반이라는 점에서 후보 연대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각 진영에서는 하나의 안으로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결선투표 전에 경선이 끝날 가능성에 제기되면서 손학규, 김두관 후보의 연대설이 힘을 받고 있다는 말까지 각 캠프 진영에서 들리고 있다.

김두관 후보 선거대책본부 소속 김관영 대변인은 지난달 29일 한 라디오인터뷰에서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특히 전라북도의 선거인단이 제주·울산·강원·충북 전체 선거인단과 맞먹는 규모이기 때문에 전북에서의 결과가 앞으로 큰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막판 역전을 기대했다.

그는 손학규 후보와의 후보단일화나 정치연합 가능성에 대해 “경선이 중반 또는 종반으로 가다 보면 어느 정도 판세가 나올 것이고, 그때쯤에는 자연히 구체적인 연대 방법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가 연승하며 대세론을 굳혀가고 있는 상황에서 중반 이후에도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경우 손학규-김두관 후보 측이 ‘결선투표 전 후보단일화’ 논의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두관 후보는 김 대변인의 발언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다음날 한 라디오인터뷰를 통해 “아직은 초반기이며 기본적으로 정치는 연대와 연합정치가 일반화돼 있고,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김 대변인의 발언이 와전된 것 같다”고 진화에 나섰다.

김 후보는 “(손학규 후보와의 연대를) 국민들이 바라는지도 모르겠지만 아직 연대는 생각한 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두관의 힘과 비전으로 경선을 완주하고 싶다. 연대는 없다”고 거듭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김두관 캠프의 핵심 관계자도 지난달 3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손학규 후보와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아직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선 초반이고 남은 일정과 특히 호남 표심에 따라 분위기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며 “벌써부터 이를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전했다.

손학규 후보 측도 현재 경선 초반이라는 점에서 연대를 논의할 시기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결선투표에 오르고 자연스레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후보 연대를 논의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손 후보 측 관계자는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아직 경선 초반이기 때문에 연대를 말하기는 어렵다. 이제 시작에 불과한데 이를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부정적 시각을 내비쳤다. 그는 다만 “문재인 후보의 대세론이 무너지고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경선이 중요하다”면서도 “경선이 중반 이후로 넘어 가면은 모르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문재인 후보 측은 ‘손-김 연대’에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문재인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인 이목희 의원은 지난달 30일 한 라디오인터뷰에서 손학규·김두관 후보의 연대설에 대해 “단일화의 방법이 사실 마땅치 않을 것”이라며 “두 분의 표를 합산한다고 해도 그렇게 위협적인 숫자는 안 되기 때문에 영향력이 그렇게 클 것 같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범친노 정세균의 선택은?

현재 손학규·김두관 후보의 연대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정세균 후보의 행보에도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려 있다. 정 후보는 울산지역 경선 파행 이후 진행된 충북 TV토론회에서 참석하면서 사실상 경선 복귀를 선언했다.

손학규·김두관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건한 입장인 정 후보는 당초 ‘경선을 진행해야 한다’는데 무게를 뒀었다. 결국 정 후보의 이날 TV토론 참석은 비문연대에 응할 뜻이 없음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정세균 후보 측 최재성 의원은 지난달 31일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정 후보는 경선이 중단돼선 안 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표명해 왔다”고 밝혀다. 이어 비문재인 연대와 관련해 “비문연대는 성립자체가 안 되는 논리”라고 꼬집은 뒤 “유권자들의 판단을 존중해야지 인위적으로 판단하도록 연대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부정적 시각을 보였다.

정 후보는 범친노 진영에 분류되면서 만약 결선투표에 오르지 못할 시 문재인 후보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이 높게 점쳐져 왔다. 그런 그가 손학규·김두관 후보와 온도차를 보이는 것은 결선투표 진출 가능성이 낮아진 상태에서 무리하게 나설 필요가 없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더욱이 차선책으로 ‘킹메이커’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당과 지나치게 대립하는 것은 피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이유에서 정 후보의 경선 참여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해찬-문재인 담합 실체는?

손학규-김두관 후보의 연대 가능성은 모바일투표의 공정성 논란과 이해찬 대표와 문재인 후보의 담합 의혹이 제기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 지도부가 경선룰과 관련 후보자가 중도 하차할 경우 지역 순회경선에서 얻은 표는 모두 사표(死票) 처리된다는 규정을 적용함으로써 경선 중 후보 간 합종연횡이나 연대를 막았다는 지적이 나왔으며, 이번 제주 경선 모바일투표 역시 특정 후보를 밀어주고 있다는 공정성 논란이 일면서 결국 파행을 불러왔다.

또한 문재인 후보 측 선거대책본부 자원봉사자가 모바일투표 선거인단 모집 독려 내용을 담은 전자우편을 이해찬 대표 등 일부 지도부에게 전송한 사실이 손학규 캠프에 의해 공개되면서 논란은 확산됐다. 여기에 경선시스템 관리업체가 문 후보의 정무특보 친동생이 운영하는 회사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공정성 의혹은 더욱 짙어졌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달 29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모바일투표 공정성 논란과 관련, “경선규칙은 후보자 전원의 동의를 받아 마련했으며, 후보기호를 추첨하였기 때문에 논란이 일어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경선은 당 지도부와 선관위의 엄정 중립 속에 후보들의 의사를 반영하여 진행하고 있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손 후보는 지난달 27일 경선 복귀를 선언하면서 “기득권 안주와 패권정치에 물든 당내 일부 세력과 당당히 맞서 싸우겠다”며 이해찬 대표와 문재인 후보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김두관 후보 역시 “노무현 정신은 사라지고 친노라는 이름의 세력이 당의 새로운 기득권과 특권이 되었다”며 친노 진영에 직격탄을 날렸다.

한편, 이해찬 대표가 지난달 24일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을 만나 지지를 호소한 것을 둘러싸고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문재인 후보는 김 위원장과 회동을 가진 바 있으며, 이 자리에서 문 후보는 자신의 선거대책본부에 민노총을 대표할 수 있을 인사를 노동본부장에 인선하겠다고 밝혔다.

민노총을 찾은 두 사람의 행보가 한국노총의 지지를 받고 있는 손학규 후보와는 차별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여러 정치적 해석을 낳고 있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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