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엮은 檢... ‘친노’까지 수사 확대하나

▲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 <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4.11총선 공천을 미끼로 40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인터넷 방송국 ‘라디오21’ 전 대표 양경숙씨가 구속됐다. 아울러 양씨에게 돈을 건넨 혐의로 서울 강서구청 산하 강서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이모씨, 부산지역 건설사 대표 정모씨, 세무법인 대표 이모씨 등 세 명도 함께 구속 수감됐다.

과거 민주당 당대표 보좌관 출신인 양씨는 지난 2002년 11월 개국한 ‘노무현 라디오’의 초창기 멤버로 참여한 뒤 ‘라디오21’로 개칭, 이를 운영하며 친노 등 야권 인사와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양씨가 민주통합당 고위 인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공천헌금을 받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최재경 검사장)는 양씨와 함께 체포된 이들로부터 ‘양씨가 박지원 원내대표 이름을 대며 공천을 약속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박 원내대표와 이들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등을 확인하고 수사망을 좁히고 있다.

검찰은 세무법인 대표 이모씨와 사업가 정모씨가 실제 박 원내대표를 만났고, 총선을 앞두고 박 원내대표에게 각각 500만원의 후원금을 낸 사실을 확인했다. 박 원내대표 측은 만남 자체는 인정했지만 공천헌금 의혹에 대해선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사업가 정씨로부터 비례대표 공천 확정 발표 전날인 지난 3월 19일 박 원내대표에게 ‘좋은 소식 기다리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이에 박 원내대표가 ‘좋은 소식을 전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답장을 보내왔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서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이모씨 역시 박 원내대표와 이와 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이에 대해 민주통합당 우원식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30일 국회 브리핑을 통해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한 것은 알고 있었고, 문자메시지는 자신의 문제를 묻는 것으로 이해했기 때문에 탈락사실을 알려주고, 정치인으로서 의례적인 위로 문자를 보낸 것일 뿐”이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한편, 양씨가 박 원내대표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수억 원의 돈을 수수했지만 친노(친노무현) 성향이 짙고 이들과 교류를 이어왔다는 점에서 일각에선 친노 인사들과의 연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4.11총선 당시 한명숙 대표와 문성근 최고위원은 친노 지도부로써 당을 이끌어가고 있었고, 또한 양씨는 문 전 최고위원이 주도한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 프로젝트’ 집행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검찰은 현재 박 원내대표와의 연관 가능성에 주목하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미 양씨가 공천 희망자들로부터 건네받은 수억 원을 전국 각지의 금융기관 지점에 송금한 사실을 확인, 이중 일부가 정치권 인사에게 흘러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금 추적에 들어간 상태다.

박 원내대표와 양씨와의 연관성에 집중하고 있는 검찰은 이 과정에서 양씨가 친분관계가 있던 친노 계열 인사를 통해 당내 경선자금 등을 전달했을 가능성도 열어 놓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검찰의 이 같은 수사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안팎에선 이번 사건이 양경숙 개인 비리사건일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공천 희망자와 박 원내대표가 비례대표 공천을 약속한 일부 문자 메시지의 경우 위변조 됐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으며, 검찰 역시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에 대한 확인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초 양씨의 계좌에서 6000만 원의 돈이 민주통합당으로 흘러간 정확을 확보하고 수사에 가속도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송금 내역이 위조나 변조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검찰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

현재 검찰은 박 원내대표를 겨냥해 세 건의 수사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흡사 검찰이 그를 향해 ‘올인’하는 모습이다. 박 원내대표는 저축은행 사건을 비롯해 여러 의혹에 휩싸이며 수사를 받고 있지만 검찰은 번번이 ‘물’만 먹었고, 자존심에 적잖은 상처를 입어야만 했다. 또한 제1야당의 원내수장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되레 ‘정치검찰’이라는 국민적 역풍을 맞기도 했다.

민주통합당은 자당에서 공천헌금 의혹사건이 불거진 데 대해 적잖은 충격에 휩싸인 상태다. 더욱이 저축은행 사건에 이어 또 다시 박 원내대표가 거론되면서 당 지도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검찰 수사에 대한 관련 증거를 제시하며 검찰 발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 ‘박지원 엄호’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번 공천헌금 사건이 대선을 앞두고 절체절명의 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민주통합당은 공세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반면 박 원내대표 수사에 집중해온 검찰 입장에서도 ‘양경숙 사건’을 통해 단단히 벼르고 있다는 점에서 양측의 전면전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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